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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호 2015년 5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모교 약학대학 李 奉 振학장



 지난해 7월 모교 관악캠퍼스에 약학대학 동문들의 자부심이 우뚝 섰다. 신약개발센터가 바로 그곳. 센터 건립 기금 175억원 중 국고 보조금을 제외한 50억원을 동문 기부금으로 마련했다. 진양제약, 신풍제약, 하나제약 등 약대 출신 동문이 이끄는 국내 유수 제약기업과 코스맥스 등의 기업도 거액을 쾌척했다. 내부 시설 확충을 위한 기부금 또한 줄을 이었다.

 이처럼 많은 동문들의 중지가 모이기까지 약학대학 李奉振(약학77 - 81)학장의 역할이 컸다. 한때 신약센터는 재원 부족으로 건립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궁여지책으로 `원로 교수들이 연금을 담보로 대출받아 건축비를 마련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랬던 약대에 지난 2년 동안 총 120억원에 달하는 발전기금이 모였다. 지난 424일 관악캠퍼스 약학대학 학장실에서 동문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부의 스타트를 끊은 것은 동문을 비롯한 학장단과 약대 재직 교수들이었다. 그러자 `현직 교수들이 십시일반하는데 우리도 힘을 보태야겠다'며 명예교수들도 기부에 나섰다. 이렇게 쌓인 기부 선례를 가지고 동창회와 제약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서울대 신약개발센터에서 제대로 연구해야 국내에서도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올 수 있다고 설득해 기부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한 예로 미국 조지아대 朱重光(약학64)석좌교수님이 개발한 C형간염 치료제가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업체를 통해 출시됐는데 알약 하나에 1백만원씩 해요. 비싸지만 간 이식에 비하면 적은 비용으로 치료할 수 있는 대안이죠. 과거 자동차, 반도체가 그랬듯이 이제는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드는 나라가 선진국입니다. 모교의 신약 개발 연구도 점차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으니 기대해 주십시오.”

 동문은 새로운 기부자를 유치하는 일만큼 기존 기부자들을 예우하고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 3회 전 동문에게 메일로 발송되는 뉴스레터는 `한 번에 한 명의 기부자만 집중 소개한다', `중복되는 느낌이 없도록 격일로 발송한다'는 원칙 하에 기부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레터를 읽은 동문들이 내 동기가 낸 만큼 나도 내겠다”, “기부자를 추천해주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한 번 기부했던 동문의 추가 기부도 늘었다.

 홍보의 중요성은 본부에서 연구부처장으로 일할 때 느꼈어요. 언론에 홍보가 돼야 서울대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국민들에게 평가도 받을 수 있더군요. 그래서 학장이 되자마자 시작한 게 `약대 홍보 프로젝트'예요. 우리 대학의 연구 역량엔 자신이 있었기에 세계적인 기관에 분석을 의뢰해서 전 세계 약대 중 서울대 약대가 교수 1인당 논문 편수 1, 인용수 3위로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았죠. 그 내용이 일간지에 크게 보도되고 전화기에 불이 났어요. `눈물 날 정도로 기쁘다', `자랑스럽다'는 동문들 반응에 뿌듯했죠.”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한 모교 약대는 1915년 조선약학강습소로부터 시작하는 뿌리찾기 사업이 한창이다. 동문은 역사자료 수집 중인데 작고하신 동문의 자녀분께도 연락을 드리고 전국 어디든 직접 찾아뵙고 있다많은 분들이 소중한 유품도 기꺼이 기증해주셨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들은 오는 6월 모교 약학대학(21)에 개관하는 가산 약학역사관을 통해 선보인다. 서울 을지로의 옛 조선약학교 자리에 교적비와 간이 역사박물관도 만들 계획이다. 심도깊은 연구를 위해 약대 沈昌求명예교수를 필두로 약학사학회를 꾸릴 만큼 열성이다.



 
약대에는 앞으로도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숙원이었던 신약센터를 건립했지만 내부에는 50억 규모의 실험동물실 구축이 아직 한창이다. 실험동물실은 모교의 여러 연구 분야에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제대로 지으려면 1백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1975년 지어진 현재 약학대학 건물 두 동의 리모델링도 시급하다.

 후원자 유치를 위해 바쁘게 주중을 보낸 동문은 주말에 연구실을 찾아 학생들을 지도하고 명예교수들과 테니스를 함께 치며 고견을 구한다. 이런 그의 열정이 동문들의 단합을 이끌어낸 비결이 아닐까.

 “`서울대생들은 애교심이 없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동문들이 가슴속에 있는 애교심을 어떻게든 꺼내서 표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접촉하고 계기를 만들려는 노력입니다. 앞으로도 약대 발전과 동문들의 화합을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朴秀콫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