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6호 2015년 5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법인화와 소명의식
투표는 나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만 해야 할까? 며칠 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이상한 현상이라고 지적하는 글을 읽었다. 권위주의 시절 與村野都 현상 등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세금 낼 걱정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오히려 복지 정책에 반대하는 쪽을 더 지지해왔으나 최근에야 바로 잡혔다고 그 필자는 지적했다.
그는 내심 `무식해서 무엇이 자기에게 유리한 것인지도 모르다 이제야 開明했다'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런 점도 있다. 고무신 한 켤레, 막걸리 한 사발에 표를 팔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그 외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몰라서가 아니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손해 보는 투표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국인은 이익을 너무 챙기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廉恥라는 것이 있다. 특히 공적인 일에서는 더하다. 국가대사에 참여하면서 어떻게 자기 이익만 따지느냐는 명분론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비록 나에게는 손해가 되더라도 전체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그쪽을 선택할 사람이 많다.
특히 서울대 졸업생은 나름의 召命의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非서울대생이 들으면 `잘난 체한다'며 고개를 돌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서울대생으로 선발된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에 대한 의무감을 떨칠 수 없다.
올해는 개학 120년을 맞는다. 통합개교 69년이다. 서울대 법인화는 그 120년 역사에서 그어진 커다란 획 가운데 하나다. 국립대학이라는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연구와 인사, 재정을 좀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해 세계 정상급 대학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법인은 출범했다.
법인화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다. 그럼에도 대학 측의 헌신적 노력으로 잘 진행됐다. 많은 동문들의 평가도 성공적이란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모자란 점이 없지 않다. 우선 무엇이 달라졌는지 느끼기엔 변화가 아직은 작다. 정부 지원금은 오히려 늘어나고, 그것을 미끼로 교육부의 입김이 거세다. 급여도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한다. 총장 선출 절차를 둘러싸고도 여전히 논란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왜 법인화했는가, 근본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최고의 대학 구성원으로서 염치와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 권력을 다투고, 돈을 더 받으려고 법인화한 건 아니다. 법인다운 자율성을 확보하려면 동문들의 좀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활발한 연구와 우수한 인재 배출은 서울대의 소명이다. 좋은 대학을 만들면 다른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金鎭國 중앙일보 대기자·관악언론인회 회장·본보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