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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호 2004년 1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문화가 돈이 되는 `쾰른 아트페어'

金 振 췗 (89년 人文大卒) YTN 문화과학부 기자 먹고 살만 해진 뒤에나 쳐다본다던 순수예술이 엄청난 돈을 벌어준다

 지난 10월 26일, 필자는 쾰른 아트페어, `아트 콜롱'을 취재하기 위해 라인강의 도시 독일 쾰른으로 향했다. 아트 콜롱은 세계 3대 미술시장의 하나로 꼽히는 세계적인 미술 견본시장이며, 올해 38회째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아트페어이기도 하다.  서울을 떠나기 전 처음 생각했던 취재 아이템은 `한국 미술의 세계화 가능성'이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첫째는 이번 페어에 무려 4개의 한국 화랑이 참가했다는 점이었고 또 하나는 아트 콜롱이 초청하는 젊은 작가, `뉴 탤런트' 리스트에 사상 처음으로 한국 작가가 포함됐다는 점이었다.  페어에 참가한 아시아권 갤러리는 모두 6개. 한국을 빼고는 중국계의 2개 화랑이 전부였는데, 다른 세계적인 아트페어들과 마찬가지로 조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만 참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취재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나마 중국 본토에서는 상하이의 갤러리 한 곳 뿐이었고 일본 화랑은 아예 명부에 없었다 -  아트 콜롱이 전시부스를 지원하는 뉴 탤런트 부문에 초청된 작가는 30대 여성작가인 박주연 씨. 전술한 대로 한국에서는 처음이자 아시아 전체로도 두 번째였으니 취재가치는 충분했다. 게다가 지난 2년간 개인전마다 `솔드 아웃(매진)' 사례를 발해온 재독작가 서수경 씨나, 재불작가 김춘환 씨 같은 젊은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으니 일단 첫 기사는 한국 미술계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독일에서는 `세오'로 불리는 서수경 씨는 최근 첫 뉴욕전에서도 `솔드 아웃'을 기록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뒤 또 한가지, 중요한 취재거리가 눈에 띄었다. 그것은 바로 이 페어의 경제적 파급효과. "아트 콜롱으로 쾰른이 벌어들이는 부가수입이 얼마나 되는 지 아십니까? 평균 6천만 유로는 됩니다. 올해도 5천만 유로는 훨씬 넘을 겁니다." 어느 날 조직위원회 집행이사인 구드로 씨가 던진 말이다.  6천만 유로라면 우리 돈으로 대략 9백억원, 페어기간이 단 일주일에 불과한 점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수입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도 관광수입 같은 부가수입이라니…. "전시수입이나 거래금액 같은 것을 다 합하면 일주일 동안 이곳에서 손 바뀌는 유동성이 보통 1억 유로는 됩니다. 그 정도면 괜찮죠?"  아트 콜롱의 시원은 독일의 전후 복구 정책이다. 독일은 2차 대전 이후 지역별 산업을 강력히 육성했고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런 지역화 산업의 성공사례 중 하나가 바로 아트 콜롱인 셈. 아트 콜롱 뒤에는 지자체는 물론 독일 연방 전체가 있었다는 얘기이다.  독일 지도부의 지원과 관심은 현장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아트 콜롱은 쾰른을 미술의 수도로 만들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부를 가져왔습니다. 예술이야말로 독일이 전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핵심 산업입니다." 정치인답지 않게 현장을 무려 사흘이나 지키고 있던 독일 제3당 PDF, 자유민주당의 당수 베스터벨레 박사의 얘기이다.  쾰른에는 국제공항이 없다. 따라서 유럽 외 지역에서 쾰른을 가려면 일단 독일 내 유일한 국제공항인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다시 기차나 자동차로 두어 시간을 더 가야 한다. 하지만 누구도 그 경로를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다. 거기에는 `볼 것'이 있고 `사고 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예술을 귀하게 여길 뿐 아니라 산업화할 줄 아는 `독일 사람'들이 있었다. 필자는 이것이 쾰른을 `전세계 미술의 수도'의 하나로 성장시킨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단 일주일이었지만 이번 취재에서 상당한 수확을 거뒀다고 필자는 자평하고 있다. 한국 미술이 국제시장의 논리에 편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아트 콜롱은 내년도 특별전으로 한국 비디오 작가전을 결정했다- `먹고 살만 해진 뒤'에나 쳐다본다던 `순수 예술'이 돈을 벌어줄 수 있다는, 그것도 엄청난 돈을 벌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돌아왔으니 그만하면 괜찮지 않은가….  쾰른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세계적인 명소가 된 곳도 많다고 한다. 우리 땅에서도 그런 시도가 생겨나고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냥은 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기회가 된다면 `문화가 돈이 되는', 단순히 정신적 만족의 대상이 아니라 거대한 부의 직․간접적 창출원이 되는 순수 예술의 현장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