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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호 2004년 12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모교 鄭雲燦총장

"지식 전수에서 지식 창출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담 : 본보 金仁圭논설위원 (KBS 이사)

"취임 후 학내 갈등구조 해결에 보람 느껴" 평가 결과에 따라 지역균형 선발전형 확대
 지난 2002년 7월 서울대학교 제23대 총장에 취임한 鄭雲燦총장이 이제 임기 중반을 넘어 서고 있다. 1970년 모교 상과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鄭총장은 그동안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고 국제적인 대학으로 면모를 갖추기 위해 세계 유수 대학들과 학술 교류를 맺는 등 모교 발전을 위한 행보를 빠르게 전개해왔다.  또 서울대 폐지론이라는 사회 일각에서 나온 아이디어와 최근 대학 입시제도에 관한 의견 등으로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는데, 鄭총장을 만나 최근 심경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임기 중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동안 보람됐던 일 또는 아쉬웠던 점들이 많았을 텐데 어떤 것들인지.  총장으로 취임하기 전 학생과 교수간, 교수와 교수간, 단과대학과 단과대학간에 갈등이 많이 있었는데 제가 총장이 된 다음에 그 갈등구조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자부합니다.  또 서울대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전환돼야하며 지식 전수 기관에서 지식 창출기관으로 가야하는데 지난 2년 동안은 그 기틀을 다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학내구성원들이 전적으로 동감하고 도와주지는 않은 경우도 간혹 있었습니다. 제 설득 능력 부족 때문이었겠죠.  -총장님 임기 중에 서울대가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한 것 같습니다. 특히 서울대 폐지론이 불거져 나와서 여러 모로 힘드셨으리라 생각되고, 또한 책임도 막중하시리라 봅니다. 이와 관한 심정은.  서울대 폐지론은 서울대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국립대학을 평준화해서 지금의 서울대와는 다른 서울대를 만들겠다는 사회 일부 그룹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전세계는 지금 무한 경쟁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교육의 역할은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수월성 있는 인재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평준화만을 추구한다면 수월성 있는 인재를 찾아내기 힘들어 집니다. 수월성 있는 인재를 찾아서 길러내지 못한다면 우리 나라의 앞날이 어둡게 될 것이 뻔해 걱정이 많습니다. 이 서울대 폐지론이 우리들의 선제공격으로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다시 가끔 유령처럼 언론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최근 영국의 `더 타임스'가 세계 대학 순위를 보도했는데, 서울대가 1백위 안에도 못 들어가 여러 모로 당황되고 주위에서 질타도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순위를 보니 아시아에선 동경대가 1위였고 그 다음이 베이징대였습니다. 50위안에 싱가포르대 그리고 인도대도 들었는데 서울대가 못 들어가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우선 세계의 대학 순위를 매긴 기관과 이들의 평가 기준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서울대 순위는 매긴 평가기관에 따라 3가지가 있습니다. 자연과학을 중심으로 교수들이 쓴 논문 양을 평가해 매긴 서울대 순위는 35위입니다. 그리고 중국의 상해 교통대학이 세계 대학의 랭킹을 매겼는데 여기에서 1백53등을 했고, 영국의 `더 타임스'지가 매긴 랭킹은 1백19등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위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논문의 양으로 평가한 35등이라는 순위는 객관적인 숫자로 평가했기 때문에 주관적인 견해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해 교통대에서 평가한 순위는 우리에게는 공정한 평가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평가 기준이 1911년부터 2002년까지의 업적인데 서울대가 1946년에 개교하지 않았습니까. 노벨상 수상자 배출 유무와 국제적으로 유명한 교수의 리크루트 여부, 교수 연구 논문의 양과 질, 그리고 학생과 교수 비율 등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우리에게 공정한 평가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비교적 최근 자료로 평가한 `더 타임스'지의 기준 중 그 첫 번째가 세계 1천4백여 명의 학자들에게 좋은 대학을 추천 받는 식의 평가가 있고, 두 번째는 그 대학 논문의 양과 질, 세 번째가 외국인 교수의 수, 네 번째가 학생과 교수의 비율 등이 있습니다. 세계 학자들이 서울대를 평가한 것은 63등입니다. 그러나 논문의 양과 질로 약 1백등, 교수 대 학생수 비율로 약 1백70등, 외국인 교수 비율로 약 1백70등의 순위에 올라 이 평균을 내서 1백19등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순위에 대해 먼저 확실히 해둘 부분이 있습니다. `더 타임스'가 매긴 50위안에 든 약 28개 대학이 영국, 과거 영연방국, 또는 영국의 지배를 받은 나라들의 대학들로 영국의 교육 제도에 영향을 받은 대학들입니다. `더 타임스'지가 보기에 영국의 교육에 영향을 받은 대학이 좋다는 자신감 또는 편견이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북경대가 아시아에서 두 번째 순위라고 했는데 북경대 논문의 수준은 아직 우리보다 훨씬 낮습니다. 싱가포르대나 홍콩대도 서울대보다 규모나 포괄성에서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솔직히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동경대를 비롯한 두세 대학을 제외하고는 서울대가 아시아 어느 대학보다 못하지 않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면 서울대를 좀 더 세계 속의 대학으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선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요즘 세계의 많은 대학들이 서울대의 잠재력에 대해 아주 높게 평가하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얻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학의 평가를 높이려면 앞으로 더 좋은 논문을 더 써야 하겠죠. 그리고 우리 대학을 세계 속의 대학으로 수준을 올리려면 세계의 대학 기준에 맞춰야 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학생 수를 줄여야 하고 외국인 교수를 과감하게 채용해야 서울대가 국제 기준에 맞는 대학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총장님께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입시에서 대학의 자율권 보장을 강조하시면서 `고교 등급제'와 `본고사 시행'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현재 입시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또 개정된 입시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먼저 오해를 하지 마셨으면 하는 부분은 제가 고교 등급제를 옹호하거나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고교간에 학력 차가 분명하다면 그것을 감안할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고 본고사 시행을 옹호했다기보다는 본고사도 한번 고려해봄직하다고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아이디어의 배경은 현행 입시제도가 변별력이 낮다는 판단 하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새로 개정된 입학제도는 내신과 수능을 9등급으로 나눠 평가하게 되어 있습니다. 수능은 거의 자격시험 비슷한 제도로 남겨두고 내신을 중시한다는 것인데 내신을 9등급으로 나누는 것은 변별력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개정안의 내신 등급에는 과목 점수, 등급, 평균점수, 표준편차 등이 주어지니 이를 잘 조정만 하면 어느 정도 변별력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대가 앞으로도 최고의 학생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지금보다는 변별력이 높아져야 함에도 오히려 낮아지니 걱정이 앞섭니다.  -그동안 모교뿐만 아니라 몇몇 대학이 본고사 부활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총장님께선 지난 5월에 열린 재미동창회 평의원회의에서 재미 동문들께 대학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뽑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직접 들었습니다만, 다양성 확보와 본고사 시행은 다소 모순된 것은 아닌지요?  그렇진 않습니다. 金完鎭입학관리본부장이 고려해봄직한 아이디어로 제안한 것은 입학생 중 3분의 1은 지역 균형 선발제, 3분의 1은 특기자, 나머지 3분의 1은 본고사로 뽑는 것입니다. 본고사를 잘 볼 수 있을 정도로 지적 능력이 있는 사람, 각 지역의 인재들, 영어, 수학 또는 과학 등의 특기자들을 골고루 선발한다면 지금보다 더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학창시절 입주과외를 통해 어렵게 학업을 마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총장님 자신도 가난 속에서도 남다르게 노력한 결과, 좋은 결실을 얻으셨는데 최근 서울대 입학생 분포를 보면 가난한 고학생보다는 소위 `있는 집' 자녀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가난한 집안의 자녀나 부유한 집 자녀나 골고루 진학할 수 있는 모교가 돼야 할 텐데 총장님께서 말씀하신 본고사 시행, 고교등급제 등이 이를 위한 해결 방안이 되겠습니까?  수능시험이나 내신은 집안이 부유해 과외를 많이 시키면 충분히 수준이 오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과거 서울대가 시행했던 본고사는 과외만으로 잘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난하더라도 머리 좋고 자기 노력하는 사람들이 본고사를 잘 볼 것이라고 봅니다. 때문에 본고사 시행은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 모두에게 평등하게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교 등급제는 앞서 말씀 드렸지만 고교간에 학력 차가 있다면 그 차이를 반영해야하는 것인데 최근 일부 몇몇 대학이 시행했던 것과는 다른 아이디어입니다. 단지 강남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강남에 있는 학교에 가산점을 주면 곤란하겠죠. 그러나 학력 차가 확실히 있다는 것을 안다면 이를 고려해볼 수 있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지역균형 선발전형을 이번에 처음 실시하셨는데 그 성과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이를 얼마나 더 확대하실 계획이신지 알고 싶습니다.  첫째로 과거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하지 못했던 70여 개 군의 학교에서 지원을 했다는 점, 또 하나는 군 지역 인구가 우리 나라 총 인구 중 7.5%를 차지하는데 그동안 군 지역 출신의 서울대 입학생이 3.7%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만, 각 지역의 인구 비율과 거의 비슷하게 학생들이 지원했고 1차 합격자도 거의 비슷한 비율의 결과를 얻었다는 점 등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2차 합격자까지 결정된 후 결과가 좋다면 좀더 확대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20% 조금 넘게 지역균형선발로 뽑는데 25%에서 30%까지 확대한다면 한편으로는 서울대의 다양성을 증대시켜 다른 생각을 통한 새로운 사고를 유도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인구의 역류 현상을 막는 등 사회 균형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학 정원을 축소하면서 여러 교수들과 마찰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설득하셨습니까?  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사심 없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인정해주셨고 또 이해하지 못하시는 분들은 제가 직접 찾아가 이제는 양의 시대에서 질로 가야하며, 지식 전수 시대에서 지식 창출로 가야 한다고 강조해 상당 부분 설득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정원이 얼마이고 어느 정도 줄이는 것이 국제적으로 맞는다고 생각하시는지.  2004학년도에는 3천9백명 정도 뽑았고 이번 2005년에는 약 3천2백명 뽑습니다. 지난 3월에 예일대를 방문했을 당시 예일대 총장에게 입학생 정원의 적정규모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이론적으로도 모르겠고 경험적으로도 말하기 힘들지만 예일대 3백년 역사를 통해 경험해보니 한 1천3백명 정도 받아들이면 적정수준으로 생각돼 약 1천8백명에게 입학 허가를 주면 그 중 1천3백명 정도가 들어온다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 나라 대학 현실이 미국과는 좀 달라 그렇게까지 줄이기는 어렵겠지만 중ㆍ장기적으로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 원리에 따른 대학자율성 확대돼야" 슬림ㆍ다양화로 국제 기준의 대학되겠다
 -얼마전 개교기념식에서 기초 교육 강화에 역점을 두시겠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취업난 등의 이유로 학생들은 고시 공부 또는 치ㆍ의대로 진로를 바꾸는 등 취업이 보장된 길만 택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사회적 여건에 학생들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 기초 교육 강화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염려스러운데.  기초 교육 강화라는 슬로건은 법조인이 될 법학도, 의사가 될 의학도, 공대를 다니는 공학도 등을 다 포함해 기초가 튼튼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자연과학적 소양을 갖춘 인문학도,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자연과학도를 양성하겠다는 슬로건인데 학생들의 미래와 모순된 것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시대의 급격한 변화에 금방 뒤쳐지고 말 것을 좁게 가르치기보다는 사회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초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기초라는 것은 읽기, 쓰기, 말하기, 그리고 토론하기 등 자기 생각을 정확히 표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봅니다. 프레시맨 세미나 등 계획을 치밀히 짜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그동안 미국에서도 실용분야를 가르쳐왔던 메디컬 스쿨, 비즈니스 스쿨, 로스쿨 등과 같은 스쿨들이 상당히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다시 순수 학문분야인 칼리지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은데요.  이것은 제가 30년 전에 미국 유학할 때 목격한 것입니다. 프린스턴대 대학원을 다닐 때, 학부에서 넓게 가르쳐야 한다, 기초를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래야만 졸업생들이 사회에 나아가 잘 적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970년대에 이런 학문의 변화를 겪은 세대들이 1990년대 미국의 新경제를 이루었다고들 합니다.  제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콜롬비아대 교수가 됐을 때, 소위 제너럴 에듀케이션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넓게 기초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면 테크놀로지는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테크놀로지를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줘야지 구체적인 테크놀로지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를 벌써 30년 전에 시작했는데 최근에 더욱 강화되는 경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정 감사 당시 총장님께선 "정부가 나서서 교육이나 경제를 너무 이래라 저래라 하면 안 된다. 대학이 아주 성숙돼 자기 책임 하에 하고 있다. 대학을 믿어 달라"고 대학의 자율성에 대해 역설하신 바 있는데 대학 자율의 필요성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정부의 개입이 가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처럼 정부가 나서서 교육이나 경제에 직접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고 간섭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의 스펙트럼, 시장과 정부 사이에 스펙트럼이 있다면 현재 많은 교육 그리고 대학정책이 정부 쪽으로 치우쳐 있는데 좀더 시장의 원리에 맡기라는 바람이 있습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한국의 대학이 썩었거나 무능하지 않습니다. 이젠 대학의 행정이 상당히 투명해졌고 대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좋은 학생들을 뽑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믿고 대학 자율에 맡겨달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과거보다는 대학의 자율성이 상당히 확보돼 있지만 아직도 충분치 않습니다. 대학이 지식 전수 기관에서 지식 창출 기관으로 가기 위해선 대학에 포괄적 자율성을 주어야 합니다.  -동경대가 법인화를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교 역시 법인화에 대한 의견이 오고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교의 법인화 추진 가능성과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우리 대학도 10년 전부터 법인화에 대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일본 동경대가 지난 4월부터 시행하고 있으나 법인화 추진은 정부와 같이 의논하고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 결론을 맺지 못했습니다.  교수들은 일반적으로 서울대 법인화라는 것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염려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특히 법인화를 통해 국가 보조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고 있지만 국가 예산의 일정 비율을 일정 기간동안 국립대 특히 서울대에 보조해준다는 보장만 있다면 서울대 발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10월 27일 열린 세계한상대회에서 총장님께선 "한국경제의 중ㆍ장기적인 대책의 하나로 역점을 두어야할 중요한 부분은 경제계에서 필요로 하는 인적 자원을 기르는 노력"이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현재 모교가 이를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이 부분에 대해 네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 첫째가 다양화입니다. 학생과 교수를 다양화하고 학생과 교수의 활동의 장을 다양화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지역균형 선발전형, 교수 임용시 3분의 1을 타교 출신을 뽑는 이른바 3분의 1법칙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3월 예일대와 학술교류협정을 맺었습니다. 이는 예일대 역사상 처음으로 타대학과 학술교류협정을 맺은 것으로 예일대 뉴스에도 크게 소개됐으며, 지난 여름 20여 명의 학생들이 예일대에서 공부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쌓으면 좀더 새로운 발상을 통한 창의성 제고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기초교육을 강화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슬림화입니다. 끝으로 학문후속세대 강화로 대학원에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겠다는 의지로 학생들이 좀더 안정되게 학문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그 일환으로 내년부터 박사과정 학생의 50%에게 등록금과 최저 생활비를 주기로 했으며,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앞서 말씀도 하셨는데 최근 총장님께선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의 학비 지원을 시행하신다고 밝히고 앞으로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공약하신 바 있습니다. 재원 확보를 위해 어떤 안을 가지고 계신지요?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의 50%인 1천6백여 명에게 지원한다고 이미 밝힌 바 있지만 앞으로는 박사과정 전원 그리고 석사과정까지도 확대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물론 많은 재원이 필요합니다. 현재 1천6백여 명을 지원하는데만도 2백억원 이상이 필요합니다. 이는 정부, 학교 기금, 그리고 기업에서 보조받은 재원으로 충당할 계획이며 지난 2년간 8백50억원의 기금을 모았습니다.  -총장님께선 대체로 개혁적 성향을 띠고 계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총장님 본인께선 진보와 보수의 스펙트럼 속에 비춰 볼 때 어디에 속하신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개혁이란 것이 이전에 있던 것을 두들겨 부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이지 않은 것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혁의 내용이나 속도를 관련지어 저에게 진보냐 보수냐 묻는다면 저는 中道라고 하고 싶습니다. 中道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저는 正道라고 대답합니다.  -모교의 혁신이 더욱 요구되는 때인 것 같습니다. 언론 매체 보도를 보니 재학생들의 인성 교육 필요성도 느껴지고요. 남은 임기 동안 총장님께 거는 기대 또한 큰데 앞으로 어떤 계획들을 가지고 계신지요?  앞으로 계획이라면 역시 큰 틀은 다양화, 기초교육 강화, 슬림화, 학문후속세대 육성 강화라는 네 가지 사업을 마무리하는 일일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식 전수 기관에서 지식 창출기관으로 전환되도록 노력하는 일 외에 앞으로 별 다른 계획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여기에 한 가지 사업을 더 보탠다면 교직원 복지를 위한 사업을 지속해나갈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해온 일 중 자부하는 것은 교수의 복지 또는 직원 복지를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총장 공관을 재개발해서 교직원 아파트 2백50가구 정도 짓고 있고 교수들의 연구보조비도 상당히 올려서 소득이 조금 높아졌습니다. 앞으로도 이 사업을 남은 임기동안에 지속해나갈 것입니다.  -끝으로 동창회에 대해 바라는 점은.  대학의 기금 마련을 위한 모금 운동이 절실한데 이에 대한 동창의 협조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내한한 프린스턴대 틸먼 총장이 얘기했듯 프린스턴대에 동창회에서 낸 기금이 1백억 달러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학생 모두가 안정적으로 학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고 볼 수 있죠. 동창회에서 낸 기금이 하버드는 2백억, 예일은 1백20억 달러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서울대인들이 받은 것 이상 모교에 베푸는 맘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최근 사회적으로 우리에게 여러 모로 어려움을 주고 있는데 이에 대해 우리가 신경질적인 대응만 하려 하지말고 林光洙회장께서 말씀하신 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배양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朴宰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