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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호 2015년 4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20년 후 세계



 올해 서울대 공대에 입학한 신입생 675명 가운데 115(17%)이 타 대학 의··한의대에 중복 합격하고도 공대를 선택했다고 해서 화제다.

 지난 2000년 이후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의대 광풍이 사그라드는 조짐이라는 해석부터 고되고 힘든 직업을 기피하는 풍조 탓이라는 분석까지 논란이 분분하다. 세간에서는 `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등 인문계의 비애를 담은 자조적인 문구들이 유행이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그런 자조와 비애는 사실 공대생들 몫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때 공대 출신들에게 구조조정 쓰나미가 닥치자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됐던 것. 대신 평생 개업이 가능한 의대로 쏠렸지만 개업의들 수입이 예전같지 않고 경쟁마저 치열해지면서 그마저도 시들해지고 있다. 엽렵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벌써 `사위·며느리는 의사 시켜도 내 아들·딸은 절대 반대' 기류가 대세라고 한다. 金範洙 카카오톡 창업자나 金正宙 넥슨 회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래리 페이지 구글 CEO 등 공대 출신 벤처 성공신화의 출현도 최근 공대 선호 현상의 한 원인인 듯 하다.

 그러나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은 항상 大衆과 거꾸로 가야 수익이 있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지금은 오히려 `문송하다'는 인문계를 선택해야 할 타이밍인지도 모른다.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이 가능한 `딥 러닝(Deep Learning)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영국 옥스퍼드대는 향후 20년 내 로봇이 현재 일자리의 절반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제일 먼저 사라질 직업으로는 회계사, 기계전문가, 비행기 조종사, 경제학자, 화학엔지니어 등이 꼽혔다. 그 대신 방송인, 미용사, 수제구두장인, 분류학자, 세균학자, 배관공 등 섬세한 손 기술이 필요한 직, 로봇이 취약한 분야인 `구분'의 영역, 에볼라·사스처럼 새로운 형태의 전염성 질병 관련 분야는 여전히 유용하리란 전망이다.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인 철학·사학·문학 영역의 비판적 사고, 감정적 교류 등도 제법 오래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술은 파괴적 혁신을 거듭하고 있고 20, 30년 후의 세계를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무인자동차, 우주여행, 로봇 등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미국에서는 요즘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코딩(coding) 교육 붐이 한창이라고 한다. 하버드대에선 지난 가을학기 `컴퓨터공학 개론' 수강생이 `경제학 개론' 수강 인원을 제쳤다.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스탠퍼드대에선 전공과 관계없이 학부생의 90%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채피'는 가까운 미래, 로봇을 제어할 능력을 갖춘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 간의 `로봇 디바이드(Robot Divide)'를 예고한다. 현명한 진로선택을 하려면 앞으로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과 영역이 무엇인지부터 가늠해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