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호 2015년 3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오슬로필 金 弘 博 호른 수석

프로 축구, 야구 등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해외 명문 구단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음악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악단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연주가들은 빈 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악단에 진출하기 위해 많은 도전을 한다.
그동안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등에서 많은 한국 연주자들이 해외 명문 악단에 들어갔지만 금관악기 분야에서는 해외 진출 사례가 드물었다. 그러다 보니 관악기 분야에서는 좋은 연주자가 드물다는 사회적 통념까지 은연중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호른 수석에 오른 金弘博(기악00 - 04)동문의 소식이 값지고, 반가운 이유다.
한국인은 호른 같은 금관악기를 잘 다루지 못한다는 국제 음악계의 혹평을 깨는 쾌거로 음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金동문의 소속 기획사인 목프로덕션은 金동문을 “세계 메이저 오케스트라에서 수석으로 활동하는 유일한 한국 금관 연주자”로 소개했다.
金동문은 지난해 5월 세계 각지에서 지원한 수십명의 경쟁자와 세 차례의 오디션, 2주에 걸친 시험, 오케스트라 연주를 통해 지난 1월 최종 선발됐다. 현 소속인 스웨덴 왕립오페라의 요청으로 본격적인 합류는 8월부터다. 이후 6개월간의 수습기간을 거쳐 종신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스웨덴에 거주하며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金동문은 최근 동창회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유럽 최고의 오케스트라에서 일할 수 있게 돼 무척 영광”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부터 유럽에서까지 운 좋게도 정말로 훌륭한 선생님들을 만나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교 金泳律교수님, 李熙哲 前서울시향 수석님, 부천시향 崔敬一선생님, 라도반 블라코빅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1879년 창단된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노르웨이 최초의 교향악단이다. 마리아 얀손스를 비롯해 앙드레 프레빈, 유카-페카 사라스테 등 거장들이 역대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남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 성악가를 꿈꿨다. 중학교 시절 우연히 누나 친구를 통해 처음 호른을 접한 그는 그 소리에 매료됐다. 金동문은 “호른의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음색에 반해 내 목소리가 아닌 호른으로 노래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예고에 진학해서는 방과후에도 매일 학교에 남아 밤 10시까지 친구들과 함께 연습할 만큼 합주의 재미에 푹 빠졌다. 그는 “금관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학교 복도가 `리사이틀 공연장' 같았다”며 “악기와 악기가 만나서 또 다른 소리를 낸다는 것이 정말 신기해 오케스트라 악보를 꺼내 밤새 연습하고 시청각실에서 몰래 잠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고교 때 대학 주최 콩쿠르에 두루 입상했고, 3학년 때는 부천 필하모닉의 말러 교향곡 전곡 시리즈에 객원 연주자로 참가할 만큼 `겁 없는 소년'이었다. 金동문은 1999∼2003년 진행된 말러 교향곡 시리즈 연주에 참여하면서 고교와 대학 시절을 보냈다.
모교 음대를 수석 졸업 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공부하던 중 2007년 지휘자 鄭明勳씨의 러브콜을 받고 서울시향에 합류했다. 4년간 활동 후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석사 과정을 마쳤고, 2012년 5월 스웨덴 왕립오페라 제2수석으로 발탁됐다. 그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 금관·타악 콩쿠르에서도 대상을 차지했다.
지금은 스웨덴과 노르웨이, 독일, 영국을 오가며 활동한다. 클래식 본고장 유럽에서 좋은 연주자들과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긴 타지 생활은 때로는 그를 지치게도 한다.
“틈이 나면 주변 공원을 산책하려고 노력합니다. 따뜻한 여름에는 산을 오르는 것도 좋아하고요. 올 여름 결혼을 앞두고 있어요. 외로운 타지 생활도 곧 졸업할 것 같네요.”
金동문은 현재 런던심포니 수석 오디션에도 합격해 트라이얼(시범) 기간 중에 있다.
“욕심내지 않고 주어진 기회들에 충실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저로 인해 사람들이 호른의 따뜻한 음색의 매력을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또 유럽에서의 음악생활을 통해 배우고 느낀 것들을 고국 학생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저의 임무라고 생각하기에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할 생각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