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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호 2015년 3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한국과학창의재단 金 昇 煥이사장




 - 50년 가까이 된 기관인데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먼저 기관 소개를 해 주시죠.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기관이라고 할까요? 정부 기관 중에 창의란 단어가 유일하게 들어가 있는데, 국민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발현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융합·창의 인재를 육성하는 전문 기관입니다. 1967년 발족된 과학기술후원회가 모태죠.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 `과학문화'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확산하기 위한 국민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혁신적이고 놀라운 일입니다.

 그 후 48년이 지나 우리나라의 국력과 과학기술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지금, 우리나라 과학문화 수준도 그에 맞게 성장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문화는 정부나 특정기관의 주도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의 협업을 통해 조성된다고 믿어요. 재단이 과학정책, 교육, 언론 등 과학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주체들과 긴 숨으로 협업해 나간다면 보다 체계적으로 과학문화를 확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2018년도부터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 도입됩니다. 과학·수학 교과 과정 개편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교과 개편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 교육부에서 고시가 됐고요. 우리는 그 틀 안에서 각론에 해당하는 과학·수학 교과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소양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 강화 방안으로 문·이과 구분 없이 누구나 공통으로 들어야 하는 고등학교 과학 과목인 `통합과학'`과학탐구실험'이 신설됩니다. 교육부와 함께 8월까지는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미국이 최근 `차세대 과학교육 표준'을 발표했죠. 이를 만들기 위해 수백 명의 과학자와 수만 명의 시민들이 몇 년에 걸쳐 참여했다고 합니다. 우리 재단에서도 문·이과 통합과학 교과를 만드는 한편, 한국인이면 누구나 가져야 할 과학적 소양은 무엇이 돼야 하며, 미래 세계는 어떻게 변하고, 한국은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할 것인가를 큰 틀에서 중장기적으로 연구하려고 합니다.”

 - 과학문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주류 과학기술자들이 대중과의 소통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 기관의 모델이기도 한 미국과학진흥회(AAAS)에서 `사이언스'라는 세계적 과학 학술지를 만들어 내고 있죠.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내부에 있거나 기관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그런 잡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과학자들이 대중들과 소통하는 데 적극적인 분위기죠.

 반면 `우리는 경제 규모만큼 과학문화 수준이 올라가 있느냐' 하는 의문이 들어요. 한국도 영화 `인터스텔라'를 많은 분들이 보기는 했지만, 아직 그런 영화를 만들어 낼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죠. 과학기술자들이 사회의 여러 분야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며 네트워크가 형성될 때 가능한 일입니다.”

 - 저도 `인터스텔라'를 봤는데 과학적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궁금하더군요. 한국인들의 과학적 소양이 어느 정도인지 지표가 있나요.

 미국 국가과학재단(NSF)에 조사 자료가 있어서 우리도 똑같이 가져와 조사를 합니다. 과학 관심도를 측정하는 질문에 미국이 65(50점 기준), 우리가 45점 수준입니다. 과학 이해도 조사에서는 더 떨어지고요. 미국이 가장 높고 유럽 선진국들이 그 다음 정도 됩니다.

 우리 국민의 과학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유럽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우리의 과제입니다. 미국은 `DIY(Do It Yourself)' 문화가 굉장히 발달했잖아요? 직접 자동차도 고치고요. USA투데이의 통계를 보면 미국인들 57%가 자기 스스로 메이커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도 나오는 거죠. 우리처럼 획일적인 아파트 공간에 살며 `, , ' 하는 문화에서 스스로 뭔가를 창작하기가 쉽지 않죠.

 `메이커 문화'가 현 정부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겁니다. 창작활동이 개인의 취미생활 영역을 넘어 첨단기술과 결합해 제품화할 수 있고 소셜펀딩 같은 새로운 펀딩 시스템이 결합되면 사업화도 가능하기 때문이죠. 메이커 문화 확산을 위해 전국 곳곳에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다른 창작자들과 연결시키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이사장님의 그동안 활동을 보면 연구뿐 아니라 과학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이 많은 듯 합니다.

 이론물리학이 제 전공인데, 물리학을 공부하면서도 항상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뇌를 연구하게 됐죠. 지식의 경계가 있다면 그 안쪽에 머물기보다는 항상 경계를 향해 나아가기를 좋아해요. 과학자로서 세상과 사회에 대한 관심도 있었죠. 그래서 신문 등에 기고 활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또 아·태 이론물리센터에서 코디네이터, 사무총장, 소장으로 11년간 활동하면서 과학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었죠. 가족과학축제도 10년간 열었고, 과학자들이 소설가, 만화가, 영화감독 등 다양한 예술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워크숍 프로그램도 해왔죠.”

 - 우리나라에서 언제쯤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까요. 일본과 비교하면 `190'이라는 표현도 쓰는데, 간격을 좁히기가 쉽지 않겠죠.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일본과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그 간격을 단기간에 줄이긴 어렵겠지만 2030년 줄이는 건 어떻게 젊은 과학자들을 양성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봐요. 일본은 연구자가 한 주제를 평생 동안 흔들리지 않고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돼 있어요. 나중에 어떤 연구가 빛이 날지 모르는 게 기초과학인데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개를 하다보면 어디선가 터지는 거죠. 젊은 과학자들이 흥미 있는 분야를 계속해서 연구할 수 있도록 예측가능한 지원을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도 기초과학연구원이 만들어져서 세계 수준의 연구를 지원하는 체계가 갖춰지고 있으니까 한 10년 정도 지나면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리라 봅니다. 보통 물리 분야는 젊을 때 상을 많이 받고, 투자대비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편입니다.”

 - 마지막으로 3년 임기 동안 `이건 꼭 이뤄놓겠다' 하는 게 있다면.

 “2년 후면 재단 설립 50주년을 맞이합니다. 이제 세계적 수준의 전문기관으로 발돋움해야 할 시점입니다. 국민들의 과학적 소양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역할에 충실하면서, 주류 과학기술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창작 문화의 불길을 당겨주며, 과학교육의 중장기 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정리·사진 = 金南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