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호 2015년 3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옛 대학본부를 기념관 분관으로
연극관람이나 모임을 위해 이따금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간다. 대학로…. 오랜 기간 모교 본부와 문리대가 자리하고 있던 곳이다.
그러나 연극의 메카와 마로니에공원으로 변신한 대학로에서 모교의 흔적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예전 모교의 모습을 부조로 떠 공원 한복판에 설치한 `서울대학교 기념유적비'만이 그곳에 대학로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를 말없이 증언할 뿐이다.
그러나 실망하기는 아직 이르다. 지근에 일제강점기였던 1924년 경성제국대학 개교 7년 뒤인 1931년부터 모교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할 때까지 대학본부였던 건물이 있다.
초기 근대건축가 朴吉龍이 설계한 이 건물은 부드러우면서도 권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독특한 형식을 보이고 있다. 1975년 모교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하기 전까지 재학했던 동문들에겐 추억 어린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이 건물은 엉뚱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한동안 한국문화예술진흥원(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본부 건물로 사용하다가 `예술가의 집'으로 전용하고 있는 것이다. 고색창연하고 유서 깊은 대학본부 건물 유적이 예술인들의 사랑방으로 전락한 것이다.
모교의 옛 대학본부 건물이 이처럼 기구한 운명(?)을 갖게 된 데는 모교와 총동창회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설령 정부의 시책에 따라 캠퍼스를 옮길 수밖에 없었더라도 지켜야 할 유적은 지켰어야 했다.
대표적인 게 이화동사거리 코너에 있는 홍익대 미술대학원 자리다. 이곳은 미대캠퍼스가 있던 곳이다. 디자인포장센터로 바뀌었다가 홍익대가 매입해 대학원 건물로 쓰고 있다. 국립대의 미대캠퍼스였던 곳이 사립대의 미대 대학원 캠퍼스로 변신한 아이러니라니!
이런 추세라면 현재 예술인 사랑방으로 쓰이고 있는 옛 대학본부 건물이 또 어떤 용도로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차제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곳을 모교 역사기념관 분관으로 단장하면 어떨까? 마침 모교와 총동창회가 개학 1백20주년을 기념해 관악캠퍼스 안에 역사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한편, 동문들로부터 모교 역사자료를 모으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 건물을 환수해 이곳에 분관을 개관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일반 시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관악캠퍼스 내 역사기념관보다 훨씬 많은 관람객이 모교의 역사에 관해 관심을 갖고, 또 알게 될 것이다.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였던 丹齋 申采浩선생은 “역사를 망각한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서울대의 역사는 재학생과 동문들만이 공유할 사안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일반인들로 하여금 모교가 대한민국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어떻게 노력했으며 고민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尹在錫 방송인·본보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