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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호 2015년 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모교 ‘환경파수꾼’ 韓 武 榮교수



 지난해 옥상 녹화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던 모교 공과대학 건설환경공학부 韓武榮(토목공학73 - 77)교수가 이번에는 모교 변기 교체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절수 전도사를 자처해온 그의 눈에 서울대의 물 사용량이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 지난해 서울대의 `11일 물 사용량'175로 연세대 83, 고려대 54, 서울시립대 53보다 훨씬 많았다. 수도요금만 43억원을 냈다.

 지난 126일 관악캠퍼스 35동 연구실에서 만난 교수는 학교에 있으면서 물 절약 하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누가 뭐라 하지도 않고 감시도 안 하니까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 행동하는 지성인을 자처하는 우리의 뒷모습을 반성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요즘 많은 대학이 그린캠퍼스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서울대만 유독 그런 흐름에 뒤처져 있다는 느낌입니다. 앞장서야 할 대학인데 말이죠. 퇴임이 6년 남았는데 그 전까지 서울대 `11일 물 사용량'1로 낮추는 게 목표입니다.”

 교수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35동의 남성 소변기(9), 대변기(10), 세면대(8), 걸레 세척기(1)를 사비 5백만원을 들여 절수형으로 교체했다. 그 중 대변기 하나에 측정기를 달아 계산해 본 결과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현재 그 변기는 3천회 이상을 사용했습니다. 매회마다 일반 변기였다면 13쓸 것을 4.5를 사용했으니 22.5톤을 절약한 셈이고, 돈으로 환산하면 약 5만원(1톤당 22백원)을 아낀 거죠. 2년이면 충분히 변기 교체비용(30만원)을 회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서관처럼 사용이 빈번한 곳의 변기를 절수형으로 교체하면 그 효과는 더욱 크겠죠.”

 교수의 이러한 노력이 알려지면서 본부 측도 중앙도서관과 기숙사의 변기를 시범적으로 교체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예산과 관계된 일이라 언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대의 변기는 약 3천개. 9억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학교에만 의존할 수는 없죠. 동문에게 제안을 하고 싶은데, 일명 `토일렛 기금'을 조성하는 거죠. 3천명의 동문이 한 사람당 30만원씩 기부하면 해결이 가능하니까. 그렇게 절약된 돈으로 화장실 시설이 열악한 아프리카 등 어려운 나라를 돕고요. 최근 이런저런 일로 실추된 서울대의 이미지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물 절약을 위해 절수형 변기 교체 외 교수가 제안하는 것이 물 교육이다. 여기서 잠깐 `물맹' 자가진단을 해보자. `1. 당신의 하루 물 사용량은? 2. 당신이 하루에 수세변기로 흘려버리는 물의 양은? 3. 수돗물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아십니까? 4. 하수는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아십니까?' 이외 4가지의 질문이 더 있는데 그 중 5개 이상 답을 못 맞추면 물맹에 해당한다. 서울대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평균 3개를 맞춰 물맹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수돗물이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에요. 飮水思源이란 말이 있죠? 물을 마실 때 근원을 생각한다. 물론 속뜻은 제가 말하는 것과 다르지만 물 절약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어요. 우리가 사용하는 물이 어디서, 어떻게 와서 어디로 가는지만 알려줘도 자연스럽게 절약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겁니다. 서울대 입학 면접이나 시험에 `물맹 테스트'를 넣으면 학생들부터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도 해 봅니다.”



 
교수는 토목공학 중 상하수도를 전공했다. 음용수의 질을 높임으로써 건강한 삶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젊은 시절에는 도시 상하수도, 댐 건설 등에 관심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좁은 범위에서 물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물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을 방문하면서 느낀 것도 컸다.

 8년 전부터는 매년 탄자니아, 베트남, 필리핀 등 상하수도 시절이 열악한 지역을 방문해 빗물탱크시설을 만들고 기술을 전수한다. 중금속에 오염된 지하수보다는 빗물이 깨끗하다는 판단에서다.

 인터뷰 말미, 교수는 그의 주도로 만들어진 35동 옥상 텃밭으로 안내했다. 지난해 빗물저류, 에너지 절감 효과를 입증하며 오스트리아 에너지 글로브 재단에서 수여하는 국제적인 환경상을 받은 서울대의 명소였다. 그곳에서 바라본 다른 건물 옥상들은 모두 휑했다.

 모두 잠재적인 텃밭이고 정원입니다. 에너지 절감, 작물 수확뿐 아니라 학생들의 정서함양에도 큰 역할을 할 거예요. 흙을 뚫고 솟아오르는 떡잎을 보면서, 아침이슬을 머금은 상춧잎을 따면서 강의실에서 배우지 못한 중요한 무엇을 배우는 공간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