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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호 2015년 2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늘 배고프라, 늘 어리석으라!


 졸업의 계절이다. 졸업을 맞는 심정은 각기 다를 것이다. 원하던 직장을 얻거나 진로가 확정돼 뿌듯하고 설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갈 길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 막막하고 불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어 단어 commencement가 졸업과 함께 시작을 뜻하듯 빛나는 졸업장을 받는 모든 이들은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세상은 어수선하고 미래는 불확실하다. 아무도 자신의 앞날을 확신할 수 없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답도 얻기 어렵다. 학교 밖 세상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국적과 본적은 바꿔도 학적은 못 바꾼다고 하거니와 서울대 졸업장은 일종의 꼬리표다. 평생 자부심과 긍지를 주지만 주위의 선망과 남다른 눈길, 그에 따른 부담도 계속 따라다닌다.

 얼마 전 방송된 케이블TV 드라마 `미생'이 장안의 화제가 된 건 직장생활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에 대한 대리의 생트집과 억지, 똑똑하고 열정적인 여성직원에 대한 남성 상사들의 편견과 선입견, 스펙 좋은 후배에 대한 선배의 엄격한 잣대, 적당히 눈감고 타협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주위의 눈총과 질시.

 그러니 어쩔 것인가. 선인들이 전하는 `지게 잘 지는 법'은 참고할 만하다. 욕심 부려 짐을 잔뜩 얹어봐야 무거우면 일어설 수조차 없다. 한쪽으로 치우치게 실으면 쏟아지거나 기우뚱거리다 넘어진다. 턱을 내밀거나 고개를 쳐들면 자빠지기 십상이다.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싣고 고개를 조금 숙인 채 걸어야 제대로 나를 수 있다.

 이젠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대 졸업축사 또한 삶의 지침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미혼모의 사생아로 태어났다는 고백으로 시작한 연설에서 그는 `자기 인생에 확신을 갖고, 사랑하는 일을 찾고, 두려워하지 말고, 가슴과 직관을 따르라'고 강조했다.

 그런 다음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늘 배고프라, 늘 어리석으라!(Stay Hungry. Stay Foolish!)” 1970년대 중반에 출간된 활자판 구글 같은 책 `지구 카탈로그(스튜어트 브랜드 저)' 최종판 뒤표지에 실린 한적한 시골길 사진 밑에 쓰여 있던 문구로 20대 때 처음 읽은 이후 줄곧 스스로에게 되뇌어왔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빛나는 졸업장을 받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하지 말기를!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때의 꿈과 패기, 사명감을 잃지 말기를! Stay Hungry. Stay Foolish! 朴聖姬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겸임교수·본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