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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호 2015년 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청년이 행복한 나라’라는 逆說



 10만엔의 수입으로 1년을 사는 홋카이도 4인 가족, 그리고 한 달에 10만엔을 자신의 개를 돌보는 데 쓰는 도쿄의 한 여성. 10여 년도 전, 일본에서 살던 당시 봤던 한 TV 프로그램을 지금도 기억한다. 이런 빈부의 대비를 흥밋거리처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버젓이 공중파에서 방영된 것도 생소했지만, 다음날 만난 일본인 20대 친구의 반응은 더 생소했다. 방송 이야기를 하며 흥분하는 내게 자신은 단 한 번도 그런 비교가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젊은 세대라면 사회의 양극화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란 내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해 말 국내에 번역된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은 그 이유를 제대로 파고든 책이다. 일본에서 2011년 출간돼 큰 화제가 됐던 이 책은 일본 젊은이들의 생활만족도가 78.3%에 이르고, ·고생의 95%`행복하다'고 대답하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끝없는 불황, 비좁은 취업문, 부조리한 사회제도에도 왜 젊은이들은 저항하지 않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도쿄대 박사과정에 있는 지은이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말한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리 없다'라는 생각이 들 때, 인간은 `지금 행복하다'라고 생각한다. 즉 젊은이들의 `행복'`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하지 않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초식남, 사토리 세대, 그리고 자기 충족적이란 뜻의 컨서머토리족 같은 말엔 사회가 어떻든 자기 주변의 작은 세계와 생활에만 집중하며 만족해버리는 요즘 일본 젊은이들의 특징이 반영돼 있다.

 우리는 어떨까? 2013년 한국사회에서 유휴 청년층은 전체 청년(1534) 인구의 10.3%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두자릿수 비율이 됐다. 삼포세대를 넘어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집마련을 포기한 `오포세대'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다. 미래가 없어 보이기는 일본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의 지은이 오찬호 박사 같은 이는 한 걸음 나아가, “한국은 미래는커녕 현재에서의 행복조차 사치인 곳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은 개인의 노력에 달렸다'는 강력한 자기계발 이데올로기 속에서, 20대 젊은이들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나 대학 간, 전공 간 서열마저도 당연시하고 있다고 오 박사는 지적한다.

 무한 입시경쟁을 뚫고 올라온 서울대생의 경우, 졸업 뒤에도 사회 피라미드의 상층부에 위치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사회는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서만 돌아가는 곳이 아닐 터. 저항도, 반항도 없이 `자기 노력'만 되뇌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난다면 그 사회가 변화와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일본이 보여주는 `행복한 나라의 역설'이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