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호 2015년 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행복편지’ 朴 市 浩발행인

얼마 전 공대동창회 송년 모임에서 한 권의 책을 받았다. 제목은 `행복편지'. 감동적인 사연, 에세이 등을 서울의 주요 관광 거리, 건물 사진과 엮은 책이었다. 공대동창회 尹友錫 前회장이 “내용이 좋다. 일독을 권한다”며 동문들에게 한 권씩 선물했다.
1분1초가 아까운 리더에겐 `감동사연 다이제스트'로 활용도가 높아 보였다. 발행인인 朴市浩(AMP 60기)동문이 매일 배달하는 `박시호의 행복편지'의 일부를 엮어 연말에 카드 대신 지인들에게 선물용으로 만든 책이었다. 행복편지 회원인 尹 前회장이 그 책을 받고 다시 동문들과 감동을 나눈 것이다.
`행복편지'는 정리금융공사 사장, 우체국예금보험지원단 이사장을 역임한 朴동문이 2003년부터 보내기 시작해 약 20만명의 사람들이 내용을 공유하며 희망찬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지난 12월 22일 서울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朴동문은 행복 전도사답게 말투는 정겨웠고 시종일관 웃음 띤 얼굴이었다.
2003년부터 메일을 보냈으니 11년째, 날로 계산하면 4천일이 넘는다. 행복편지는 동영상 느낌이 나는 ppsx 파일로 작업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 내용을 취합, 정리하는 데도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나. 돈이라도 되는 걸까.
“2011년 말 공직에서 물러나면서 수월해지긴 했지만 그 전에는 사실 벅찼죠. 행복편지는 5백명의 지인에게만 발송하는 거라 돈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요. 지인들이 재전송을 해주시고 또 퍼져서 약 20만여 독자들이 읽고 있다고 합니다만, 목적은 친한 분들과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했고 지금도 정해진 회원들과 소통을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처음 발행 의도는 사실 조금은 불순(?)했다. 羅雄培(경제53 - 57)前부총리의 보좌관과 비서관을 17년간 하며 정치에 대한 꿈이 있었다. 국회의원 출마를 하기 위해선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책 발간을 위해 자신의 글과 좋은 자료들을 축적했다.
“당연한 길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고 세월만 가더군요. 모아둔 자료들이 아까워 그 중 일부를 친구들에게 보냈어요. 반응이 예상외로 좋았어요. 그런데 매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어느 날 한 분에게 메일이 왔어요. `어렵고 힘들겠지만 계속 보내달라. 당신 때문에 우리 직원들이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아, 내가 그동안 행복을 주는 일을 해왔구나'. 그때부터 사명감을 갖고 `행복편지'란 제목을 붙여 보내기 시작했죠.”
`박시호의 행복편지'는 말 그대로 편지이기 때문에 쌍방향 소통이 중요하다. 받기만 하는 사람은 언젠가 끊긴다.
“수신인은 5백명이 적정하다는 회원들의 의견도 있고 해서 늘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 안에서도 관심도가 떨어지는 사람은 제외시키고 열의를 보이는 분을 다시 받습니다. 그렇게 해오다 보니 현재 회원들은 진짜 이 사회를 아름답게 변화시킬 열망으로 가득 찬 분들이죠. 편지를 늘 주고받으며 개인적으로 또는 함께 불우이웃 돕기 등 많은 일을 하고 있죠. 행복편지 묶음 책도 회원들의 기부로 제작되고 있고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朴동문은 행복편지 발행 외 사진 재능 기부도 열심이다. 홍대부고 동창인 金重晩 사진작가에게 배운 사진 실력이 상당하다. 중형 디지털카메라까지 보유하고 있다.
“기업체에서 달력을 만들겠다며 꽃 사진이 필요하다고 하면 주고 대신 복지단체에 기부를 유도합니다. 최근에는 신한생명 우수 FC 2백60명의 프로필 사진을 찍어줬는데, 신한생명 연수원 로비에 걸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신한생명 역시 복지단체와 연결을 시켜줬어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죠.”
그렇게 해서 그가 매년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는 돈은 약 2천만원.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0년 세종나눔봉사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朴동문은 TV를 볼 때도, 여행을 다닐 때도, 책을 볼 때도, 사람들을 만날 때도 늘 행복편지의 주제를 생각한다. 행복편지가 그의 일상인 셈이다. 그가 말하는 행복한 삶은 무얼까.
“아프리카 빈민에게 행복을 물을 수는 없죠. 행복을 논할 수 있는 기준이 가족당 월 4백만원의 수입이라고 합니다.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이웃들이 주변에 많잖아요. 한국 사람들의 자선 기부금이 약 17만원(연간)이라고 들었습니다. 적어도 그 이상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웃이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하지 않을까요.” 〈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