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42호 2015년 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천체사진가 權 五 哲동문



 맑은 밤하늘 은하수와 별똥별, 달에 가린 금성, 찬란한 빛깔의 오로라 . 천체사진가 權五哲(조선해양공학92 - 96)동문의 특별한 피사체들이다. 동문은 20년 넘게 별 사진을 찍어온 프로 사진가다. 세계 유명 천체사진가 33인의 모임 TWAN(The World At Night)의 유일한 한국인 멤버이기도 하다. 항공우주국(NASA)이 선정하는 `오늘의 천체 사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도 여러 번 그의 사진이 실렸다.

 이 두 곳에 사진이 선정되는 것은 미국에서 교육 자료로 쓰이거나 작품성, 시의성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했다는 뜻인 만큼 천체사진가에게는 영예로운 일이다.



 
지난 1223일 서울의 작업실에서 동문을 만났다. 그는 일찍이 저서 `신의 영혼 오로라'(씨네21북스)TV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오로라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지금까지 1백번 넘게 오로라를 봤다는 동문은 오로라는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경이로운 자연 현상이라고 말했다.

 오로라가 밤하늘 전체를 덮으면 땅에서도 빛이 나요. 하얀 설원이 오로라 빛을 반사하면서 위아래 할 것 없이 사방이 형광빛으로 번쩍거리죠. 제 사진의 목표가 내 눈으로 본 그 경이로움을 전달하는 겁니다. 생애 최고의 오로라를 봤던 날엔 `사진으로는 재현이 안 되겠다' 싶어 아예 촬영을 포기한 적도 있어요.”

 더욱 생생한 표현을 위해 그는 `타임랩스' 기법을 도입했다. 장시간 연속 촬영한 수많은 사진을 이어붙여 영상으로 만드는 타임랩스는 시간에 따른 구름과 별 등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법이다. 최근 그가 작업한 가수 로이킴의 뮤직비디오에도 이 기법이 쓰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타임랩스와 관련해 어딘가 막히면 동문을 찾을 정도로 세계적인 실력자다.

 “10년 전만 해도 밤하늘을 표현한 영상은 전부 컴퓨터 그래픽이었죠. 빛이 부족한 밤하늘은 일반적인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하기 어렵거든요. 요즘 TV, 스마트폰의 화질 데모 영상이나 광고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별들은 모두 `리얼'이에요. 타임랩스로 별을 쉽게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죠.”



 
동문은 고교 시절 천문우주기획 李泰炯(화학83 - 87)대표의 베스트셀러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김영사)을 읽고 천체 관측의 재미에 빠지게 된다. 모교에 입학하자마자 아마추어 천문회(A.A.A)에 가입, 천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미대에 개설된 사진학 강의를 들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별이 맺어준 소중한 인연들도 있었다. 알고 보니 李泰炯동문이 동아리 선배여서 깜짝 놀랐고, 동문이 만든 PC통신 천문동호회 `별사랑'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각별한 인연 덕에 동문은 30대의 젊은 나이에 동문의 결혼식 주례를 설 뻔도 했단다.

 졸업 즈음 개인전을 열 정도로 수준급 사진 실력을 갖추게 된 동문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1만여 년 주기로 나타나는 혜성을 찍기 위해 신입사원 연수 중 무단 외출을 감행한 적도 있다. 생애 첫 오로라를 보고 돌아온 그는 자신의 `진짜 꿈'을 찾아 마침내 전업 사진가의 길을 택했다. 진로에 고민이 많은 청소년들과 경험을 나누기 위해 `진짜 너의 꿈을 꿔라'(명진출판)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동문은 최근 3년의 도전 끝에 울릉도에서 독도의 일출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붉게 떠오른 태양이 독도를 한가운데 품은 장관을 포착한 것이다. 맑은 날 독도에서 울릉도가 보이듯 울릉도에서도 독도가 보이겠다 싶어 시작한 일이었다. 울릉도와 독도 간의 연관성을 입증해 역사적인 의미도 깊다.

 말 그대로 `무한 도전'이었어요. 독도 바로 위로 해가 뜨는 2월과 11월이 되면 섬에 들어가서 살았죠. 삼각함수를 적용해 촬영 위치도 잡았는데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90km가 깨끗이 보일 만큼 맑은 날이 많지 않았어요. 웬만한 해외 촬영보다 더 힘들었지만 생각한 건 꼭 해야 한다는 마음이었죠.”

 동문의 새해 계획 1순위는 오로라 여행이다. 오로라를 저녁 노을만큼 자주 볼 수 있는 `오로라의 수도' 캐나다 옐로나이프를 찾을 예정이다. 태양 활동 극대기와 맞물려 지금이 최고의 오로라 시즌이라는 그의 귀띔이다. 마지막으로 사진가로서 목표를 들어봤다.

 아무리 유명한 사진가도 죽고 나서 그 이름으로 떠올릴 수 있는 사진은 한두 장이지요. `권오철'의 대표작이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살면서 꼭 그런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