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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호 2014년 12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모교 成 樂 寅총장







 
- 늦었지만 모교 제26대 총장으로 선출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720일부터 임기를 시작했으니 벌써 넉 달이 지났네요. 이제 업무가 어느 정도 손에 익고, 이해가 돼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신년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신년계획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계신지요.

 총장이 새로 바뀌면 관례적으로 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해 4년 임기 동안 해야 할 일들을 전체적으로 구상합니다. 기존의 기본 포맷에 변화를 주게 되는 거죠. 저는 미래실천위원회를 만들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모교는 연건캠퍼스까지 합하면 하루 유동인구가 10만명에 근접할 만큼 조직이 아주 큽니다. 이러한 조직을 앞으로 4년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 중점적인 사안들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실행 방법들을 제시하는 겁니다. 전임 吳然天총장님께서 법인화 과정 중에 있던 서울대를 이끄셨다면 저는 법인화 이후 첫 총장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학교 구성 문제 등 법인화 이후 달라져야 할 부분들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 처음 실시된 선거제라서 총장 선출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않았는데요.

 과거에는 임명제로 진행되던 총장 선출 방식이 직선제로 바뀌고, 다시 간선제가 됐습니다. 아시다시피 올해 처음으로 간선제로 진행했죠. 그런데 투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점수 채점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규정을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가 진행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혼란이 생겼다고 봅니다.”

 -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될지요.

 우선 이사들로 구성된 `총장선거 제도개선 위원회'를 만들고 그 산하에 학내 구성원들이 중심이 된 연구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늦어도 내년 초에는 연구위원회의 보고서가 완료될 예정입니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의견을 수렴해 규정을 만들어 놓으면 앞으로 있을 총장 선거에서는 이번과 같은 혼란이 야기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법인 체제가 2년 반을 넘었지만 아직까지 과도기적 입장을 보이면서 학내 구성원들의 만족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법인화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계획은 세우셨는지요.

 무엇보다 거버넌스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국립대학법인으로 바뀌었는데도 달라진 것이 없어요. 국립대학교의 역할과 기능뿐만 아니라 한편으로 법인으로서 주어진 사명도 처리해야 하는 이중적 측면이 있습니다. 현재 모교를 둘러싼 법인이 병원을 포함해 16개가 있어 제가 법학자로서 법적인 지식을 동원해 해결해야 할 거버넌스 문제가 많아요. 예를 들어 사립대학교법인 소속인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교육과 연구가 아우러져 있어 세금이 면제인 반면 모교 병원은 교육법인이 아닌 독립법인으로 돼 있어 1년에 460억원 가량의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단과대학별로 발전재단을 독자적으로 가진 것도 통합할 필요가 있지 않나 봅니다. 모든 법인을 하나로 통합할 수는 없지만 줄여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큰 과제라고 보지만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앞으로 10, 혹은 2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진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 총장 선출 과정에서 무엇보다 학부교육 강화와 인성교육을 강조하셨는데요.

 누가 뭐래도 대학의 본질은 학부교육에 있지 않겠습니까. 그동안 대학원 중심, 연구중심 대학으로 나가면서 학부교육이 조금 소홀해진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저의 기본 교육철학이 `선한 인재 양성'입니다. 선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학생들 간 균형이 중요합니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아 온 학생들뿐만 아니라 산간오지, 도서벽지 및 차상위계층의 학생 중에서도 모교에 입학해 잘할 수 있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그런 학생들을 잘 발굴해서 키우자는 겁니다. 기존의 장학제도는 등록금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급하다 보니 학생들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정작 공부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어요. 현재 학부에 차상위계층 및 기초생활수급자 학생 750명이 다니고 있으며 그중에는 보육원 출신의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잠재력은 있으나 가정형편으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선한 인재 장학금'을 개설한 상태입니다. 등록금 외 매달 생활비 30만원을 지원해 주는 제도로 기숙사 우선 제공을 통해 30만원으로도 기본 생활은 가능하게 만드는 거죠. 이렇듯 생활비 마련을 위해 소요되는 시간을 최대한 학업에 열중할 수 있게 하고자 합니다. 제가 법대 교수 시절 이와 비슷한 사례를 경험했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그 당시 성적이 너무 좋지 않은 학생이 있어 따로 면담을 해보니 시골에서 올라와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과외를 3개씩 하느라 정작 학과공부를 할 시간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성적이 더 좋은 학생 대신 그 학생에게 장학금을 줬더니 몰라보게 향상됐습니다. 그 학생이 지금 현직 판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훌륭한 인재를 사회에 배출한 것인 만큼 제 개인은 물론 학교 입장에서도 바람직했다고 봅니다. 이 학생의 경우가 제가 추진하는 `선한 인재 장학금' 제도와 가장 부합하지 않나 싶습니다.”

 - 매년 세계대학평가에서 모교의 순위가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측면이 많습니다. 총장님이 제안한 `2020-20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 우선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2020년 세계 20위권에 진입하기 위해 모교가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비전은 `세계사적 소명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즉 세계 학술공동체가 선도하는 선한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미래를 열어 가는 것이 국가와 세계에 대한 모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SNU inbound & outbound 프로그램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현재 SNU in Beijing, SNU in Tokyo, SNU in Washington, SNU in Moscow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며 모교의 세계화 및 국제화를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파리와 베를린 등 유럽에도 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파리대의 경우 총장이 직접 내년 2월 모교 방문 의사를 전달해 온 상태로 양교에 사무소 설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전 세계 학생들이 모교를 방문하는 경우도 있는데, 지난 여름방학 때는 38개국에서 5백여 명의 학생이 방문했습니다. 지금까지 모교와 MOU를 맺은 대학은 전 세계 320개교입니다.”

 - 지난 10월에 열린 국정감사에서 나온 `서울대 교수들의 겸직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과거에도 교수들의 외부활동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 사외이사를 일시적으로 금지했다가 다시 시작하면서 현재 2개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산학협동 차원에서 기업들이 전공분야별로 교수님들의 노하우를 배우고자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모교에도 현재 많은 기업이 산학협력을 체결하고 학내에 들어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외부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부분이 사외이사 활동으로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받는 경우가 아닌가 합니다. 그런 부분을 참조해 적절한 해결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작년 수능시험 출제 오류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피해자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하셨죠.

 국감에서 그와 관련해 질문을 받아 답한 내용인데요. 이는 국가가 아무런 잘못이 없는 어린 학생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준 것입니다. 출제를 잘못해놓고 피해는 학생들이 받고 있기 때문이죠. 지금 구제를 받아도 이미 1년이 지난 상황이라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 누구보다 수험생 자녀를 둔 동문들이 가장 궁금해 할 질문인데요.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하나의 정형화된 틀이나 기계적인 수치는 인재의 다양한 능력을 모두 보여주지 못할 뿐 아니라 지원자가 속한 환경과 학업 동기, 학업에 대한 의지, 열정, 노력과 같은 요소들도 반영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됐습니다. 입학사정관은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를 바탕으로 학생의 문제의식과 탐구활동, 학습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까지 고려합니다. 단순히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과정을 통해 우수한 학업성취도를 거뒀는지 다각도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해 국가의 동량이 될 인재를 판별하는 것입니다. 전국의 2천개가 넘는 고등학교 중에서 단 한 명도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하지 못한 고등학교가 아직도 많습니다. 매년은 아니더라도 산간오지 등 시골의 학교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우수한 학생들을 발굴하는 것도 모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자칫 또 다른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균형을 유지하는 차원이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총장님의 교육관을 느낄 수 있는 말씀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총장님께서는 교육 등 현재 우리 사회가 균형을 많이 잃었다고 보시는 것인지.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져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그렇지 않나 봅니다. `사회적 이동성(social mobility)'이 많은 나라일수록 건전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색인종인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것은 미국사회에 우수한 인재가 사회적으로 성공할 길이 열려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현재 너무 평등주의를 지향하는 문제도 갖고 있어요. `서울대학교 폐지론'이 그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라고 봅니다. 이는 우리가 지난 70년간 모교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발전시킨 그 공을 무너뜨리는 행위죠. 그러나 개인적으로 `서울대 폐지론'이 나온 이유 중 하나가 모교 출신들이 지혜만 앞서가면서 이타심이 부족한 영향도 있지 않나 봅니다. 우리가 모두 반성해야 할 부분이죠. 앞으로는 모교에서 훌륭한 인재를 발굴·육성해 그 사람들이 사회에 나가 성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줘야 하고, 또 그것이야말로 모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총장님의 인생관은 무엇이며, 또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저는 이 자리에 있기까지 가정과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혜택을 받았던 만큼 이제는 조금이나마 내 능력에 맞게 모교 발전에 힘쓰고, 사회적으로도 봉사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마침 대학이 법인으로 바뀜으로써 시스템은 물론 법적 지위 자체도 바뀌었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법학자로서 법과 원칙에 맞게 대학을 정상화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 11월 중순 예정돼 있던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이 내년으로 연기됐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조금 복잡한 문제예요. 시흥캠퍼스와 관련해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MOU가 체결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