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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호 2014년 1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10명 중 1명이 실업자인 시대…그 해법은?



 대학 가지 말고 배관공이 돼라.” 억만장자이자 미국 뉴욕 시장을 세 차례나 연임한 마이클 블룸버그가 던진 도발적 발언입니다. 하버드대에 다니려면 연간 수천만원의 학비를 내야 하지만 배관공이 되면 그 돈을 고스란히 모을 수 있다는 얘기에 솔깃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보도국 회의 때 이 소식을 리포트로 만들자고 발제했다가 적잖은 지청구를 들었습니다. “자기 딸은 대학 보내놓고 남의 집 자식은 `공돌이' 돼도 괜찮다는 거냐”, “미국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 대학 안 나오면 제대로 된 밥벌이를 할 수 있느냐등등 볼멘 소리가 이어진 겁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요즘 대학 나온다고 취업이 되더냐.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라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사실 대학 대신 배관공 취업을 고려해볼 만하다는 제언을 들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몇 해 전 핀란드 출장길에 만난 한 공무원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대학을 나와 평범한 직장인이 됐지만 내 아들은 본인만 괜찮다면 고등학교 졸업 후 배관공이 됐으면 좋겠다. 나보다 더 많은 돈을 벌면서, 훨씬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길이다.” 물론 핀란드의 경우를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할 순 없습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음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 고교 시절부터 취업 연계 교육이 활성화된 시스템을 잘 갖춘 곳이니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사실상 10%, 그러니까 실업자가 10명 중 한 명을 웃돈다는 새로운 통계가 최근 발표됐습니다. 공식 실업률의 세 배를 넘습니다. 공무원 시험과 `삼성 고시'에 목을 매느라 졸업을 미룬 대학생들, 정규직을 꿈꾸지만 현재 신분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알바생' 신세인 젊은이들을 포함한 숫자입니다.

 잘나가는 서울대 학생들은 상관없는 얘기일까요.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걸 이미 10여 년 전 모교 후배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알게 됐습니다.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여자 후배가 아나운서를 지망한다기에 왜 굳이 그리 경쟁률이 치열한 곳을 찾느냐. S전자 같은 데는 편히 갈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가 졸지에 물정 모르는 선배가 돼버렸습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도 S전자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했습니다. 25년 전 제가 대학을 졸업하던 당시 웬만한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은 시험도 안 보고 골라서 갔던 시대와는 달라져도 너무 달라진 겁니다.

 청년 실업이 문제라고들 합니다. 그래서 아프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랍니다. 그럼 언제까지 아파하기만 해야 할까요.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에서, 블룸버그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꼭 배관공이 되라는 게 아닙니다. 모두가 가려 하는 공무원과 S전자의 길 대신에 남다른 길을 찾는 젊은이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걸 용인하고 격려하는 사회 분위기도 물론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사회 탓만 하지말고 앞장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도전적인 후배들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