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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호 2014년 1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사막 마라토너 禹 憲 基동문



 환갑이 넘은 나이에 사막을 달리고, 그 달리기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올해 67세의 사막 마라토너 禹憲基(영문67 - 74)동문 이야기다. 동문은 2011년 이집트 사하라를 시작으로 2012년 미국 애리조나, 2013년 나미비아 나미브에서 사막 마라톤을 완주했다. 이어 네 번째 도전으로 지난 113일부터 10일까지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잉카 트레일 고산 사막 마라톤대회에 출전했다.

 지난 10월 말경 대회를 열흘 가량 앞두고 만난 동문은 전날 고된 훈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사막 마라톤은 식량과 침낭 등의 필수 장비가 든 10kg 정도의 배낭을 짊어지고 하루에 약 40km, 일주일 동안 2503km거리를 달리는 여정이다. 밤새 꼬박 달리는 `롱데이' 구간도 있다.

 동문은 이번 대회는 지형 특성상 전체 2km로 다소 거리는 짧아졌지만, 해발 34m 고지대에서 고소 증세를 극복하고 시속 6km 이상의 빠르기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침착하게 출전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작지만 다부진 체구의 동문은 타고난 약골 체질을 운동으로 극복했다. 학창시절 체육 시간이나 수학여행에 참여하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약했던 그는 모교에 입학하자마자 산악부에 가입했다. 20세부터 쉬지 않고 꾸준히 산에 오른 덕분에 지구력만큼은 누구 못지 않게 강해졌다. 지금도 까마득한 후배들과 어울려 등반을 즐긴다. 암벽등반, 스키, 산악자전거 등을 섭렵하고 50대 중반에 4시간 3분의 기록으로 일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무역회사의 대표이사직을 은퇴하며 동문은 `도전하면서 즐겁게 살고, 나누면서 보람되게 살아 아름다운 유산을 남기자'는 인생 2막의 목표를 정했다. 반년간 준비 끝에 사막 마라톤에 도전했다. 그가 1km를 달릴 때마다 모교 영어영문학과 동문과 봉사단체 지인, 친구들이 1백원씩을 기부했다. 매 대회마다 13백만원씩 모인 돈으로 파키스탄 오지에 고아원을 지었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통해 열악한 환경에 놓인 아동들을 접하면서 시작한 이 자선 모임은 최근 `아름다운 유산' 재단으로 정식 출범했다.

 “`아름다운 유산'은 앞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로서는 새로운 실크로드를 열어가는 데 무척 중요한 지역이지요. 내년에는 중앙아시아 아동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시작할 겁니다. 한국판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처럼 글로벌한 민간 비영리단체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동문에게 사막의 매력을 묻자 `황량한 아름다움'이라고 답했다. 고독한 싸움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을까. 동문은 덤덤하게 `막상 가면 끝까지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도저히 불가능한 시간 안에 남은 10km를 가야 하는 상황이 있어요. 그러면 하루 종일 걷고 뛰어서 피곤한 상태인데도 신기하게 걸음이 빨라져서 시간 내에 들어갑니다. `실제로 그 거리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죠. 누구나 갖고 있지만, 일상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인간의 잠재적인 능력이 사막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 발휘되는 걸 느껴요.”



 
사막 마라톤에는 고령자 연령 제한이 없다. 다만 참가자 모두가 건강 증명서와 `문제가 생겨도 주최측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약을 제출한다. 동문은 사막 마라톤은 순발력이나 폭발적인 힘보다 지구력을 요하기 때문에 나이든 사람도 충분히 할 만하다고 말했다. 관절에 무리가 오기 쉬운 만큼, 평소 꾸준히 등산이나 걷기를 해온 사람에 한해 1년 가량 꾸준히 준비하면 도전해봄직하다는 그의 조언이다.

 각종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동문에게 `환갑 넘어 암벽 등반만은 하지 마시라'고 염려하던 가족들도 `달리는 아버지'를 응원해준다고 한다. 강연과 멘토링 등을 통해 `5060세대'의 지혜를 나누는 데도 적극적인 동문은 내년에는 `아름다운 유산' 사업차 파키스탄에 오래 머무를 것 같다면서 시간이 나면 정글 마라톤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실크로드 자전거 횡단은 언제고 반드시 시작할 것이라며 끝없는 도전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