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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호 2014년 1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한양대 鄭 冀 人명예교수



 `골프 건강법'으로 유명한 한양대 경영학부 鄭冀人(영문60 - 64)명예교수가 최근 `경제대왕 숙종'(매일경제신문사)을 펴냈다. 張禧嬪과의 관계만 부각되던 肅宗을 경제 관점에서 재조명해 화제가 되고 있다.

 호암재단 孫炳斗(경제60 - 64)이사장은 “3백년 전에도 배곯는 백성을 위해 경제개발에 성공한 임금이 있었음을 알고 자긍심이 생겼다. 한국경제의 개발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이 어려운 시기에 대학생과 직장인, 공무원, 군인, 정치가들에게 일독을 권한다고 추천했다.



 
지난 1023일 만난 동문은 정년퇴임을 하고 뭔가 보람된 일을 찾다가 조선왕조를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보자는 생각에 역사를 공부하다 숙종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권력투쟁이나 음모술수만이 아닌 다른 시각에서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본 숙종은 화폐 경제를 정착시키고 사회 인프라 구축으로 조선 후기 시장경제 활성화를 가져온 왕이었습니다. 숙종 때 쌓인 부를 바탕으로 화려한 영·정조 시대가 가능했던 겁니다.”

 소설에서 장희빈은 숙종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준 인물로 그려진다. `악녀'의 이미지가 강했던 독자들에겐 흥미로운 이야기다.

 장희빈의 `악녀' 이미지는 서인들이 나중에 꾸며낸 이야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합니다. 장희빈은 대단한 警世의 여걸이자 시장원리에 뛰어난 여인이었어요. 그녀는 9살 때부터 장사와 일본의 역관이었던 아버지로부터 개화된 사상을 배웠던 인물이죠. 때문에 시장에서 일하는 게 남달랐고, 22세에 후궁으로 들어가면서 숙종의 경제적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었죠.”

 동문은 교수직에서 은퇴한 2006년부터 8년간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 사료를 뒤적여 당시 화폐가치와 물가, 인건비 등 경제 관련 데이터를 뽑아낸 뒤 역사적 상상력을 가미해 소설을 완성했다.

 사실 숙종 대의 사료에 국가경제의 근원인 국내총생산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습니다. 사료를 뒤지며 조금이라도 힌트가 되는 것을 모아 `현대적 경제자료'를 만들었죠. 하루 10시간 이상 몰두하다 치아를 세 개나 뽑아야 했습니다.”

 동문은 25년간 강단에서 국제통상론과 상사중재론 등을 강의해온 경영학자다. 늦깎이 소설가 데뷔에는 학부시절 영문학 공부가 큰 도움이 됐다. 대학시절 미친 듯이 읽은 소설과 틈틈이 해온 습작이 자양분이 된 것이다.



 
영문학도에서 경영학자가 된 배경에는 월남전 참전이 큰 영향을 미쳤다. 대학 졸업 후 미국 대학으로 가려 했지만 군 미필자는 유학이 어려웠다. 기왕에 가야하는 군대, 제대로 가보자 해서 해병대 장교모집에 지원했다. 그때만 해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전사자 보충으로 베트남에 가게 됐어요. 해병대 지원할 때와 마찬가지로 기왕에 가는 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당하게 임무를 마치고 오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고엽제 후유증으로 간경화와 심혈관질환이 생겼어요. 7년간의 군 생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갔지만 새까만 후배들이 박사과정에 있는 걸 보고 낄 수 없었고, 병든 몸으로 취업은 할 수 없어 당시 인기 있던 경제학으로 방향을 바꿔 그 길을 걷게 된 거죠.”

 그와 동시에 고엽제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전호흡 수련도 시작했다. 그걸 골프에 접목해 나온 것이 `골프 건강법'(조선일보사)이다.

 “40년 정도 매일 새벽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련을 했어요. 10여 년 전에 완전히 병에서 해방됐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골프도 건강을 되찾는 데 큰 힘이 됐죠. 공을 칠 때마다 단전에 힘이 들어가니까 단전호흡으로 쌓인 내공과 외공이 일치가 돼 더 큰 힘이 생기는 거예요. 그걸 바탕으로 쓴 게 `골프 건강법'입니다.”

 국가유공자인 동문은 모교가 하버드대나 예일대 등 미국의 유명 대학들처럼 국가에 헌신한 동문들을 위한 대우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버드대에 가보면 정문 가장 가까운 곳에 2차대전 등에 참전한 동문 명단이 새겨진 기념물이 있잖아요. 이 학교가 국가를 위해서 얼마나 큰 기여를 했나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서울대도 우리나라 대표 대학으로서 꼭 갖춰야할 기념물이죠.”

 동문은 매형 權彛赫 前모교 총장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 崔圭順(가정교육61 - 65)동문을 만나 12녀를 두고 있다. 權 前총장이 아내의 외삼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