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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호 2014년 11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미주동창회 한국학연구소 창설



 나는 지난 200721년을 봉직한 서울대를 떠나 워싱턴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미국 및 서구에서 한국학 증진을 위해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지난 수십년 미국 한국학의 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워싱턴대를 택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가 한 사람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어서 항상 어떻게 하면 여러 사람들의 힘을 합칠 것인가에 대해 수년간 고민해 오고 있다. 그러던 차에 뜻밖의 상황에서 그 해답을 찾게 됐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난 6월 워싱턴에서 서울대 미주동창회 평의회의에 앞서 개최된 제3SNU Brain Network 발표회에 참여였다. 식민지 근대화론이 아직도 미주사회에서 주된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발표를 듣고 동문들은 한결같이 이의 극복을 위해 미주동창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미주동창회 한국학연구모임의 결성과 이를 지원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미주동창회장이신 吳仁煥박사께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서울대 미주동창회 미주한국학연구소 건립을 공약 사업으로 해 추진하고 있다.

 혹자는 이 시점에서 왜 미주한국학연구소가 필요한가, 또한 왜 서울대동창회가 이를 해야 하는가 의문을 가질 만하다. 미국내 한국학연구소의 필요성은 국제사회에서 우리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하는 데서 비롯된다. 일제강점기 시기 일본은 한국의 식민화에 대한 당위성을 서구, 특히 영미 사회에 꾸준히 전파했다. 전후 한국의 신탁통치안은 이러한 일본의 악선전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미국 학계도 이러한 영향을 받아 일본학으로 시작한 미주 한국연구자 1세대와 이들에게 훈련된 2세대들이 기본적으로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도하고 있어 학계는 물론 이민 23세대들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역사적 문제 이외에도 196070년대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의 정착으로 향후 식민지 근대화론과 유사한 한국의 산업화가 일본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관점을 미리 방지해 한국이 제2의 일본이라는 인식을 극복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연구소가 미국에 소재할 필요성은 미국 학계의 세계적 주도성과 과거와 현재까지 가장 영향력 있는 한국학을 전개해온 곳이며 정책적으로 한·미 관계는 앞으로 상당기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동창회는 지금까지 그 주요사업으로 모교의 발전과 특히 장학 사업을 벌여와 연구소 사업은 좀 생소하고 동창회 영역 밖의 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소가 수행할 역할과 기능을 고려한다면 그런 생각은 곧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연구소는 한국학과 한국과 관련된 정책 연구와 토론을 진행함에 있어 모교 교수 등 연구진과 밀접한 연관 속에서 진행될 것이며 동시에 학생들의 멘토링 등을 통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보다 고차원적인 모교 발전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미국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국가나 공적 자금에 기반한 연구소보다 동창회라는 자발적 단체에 의해 구성된 연구소는 대외적으로 보다 높은 공신력을 자랑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연구소 사업이야말로 동창회가 지금까지 해온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활동 영역을 개척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35만 서울대 동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 없이는 쉽게 현실화되지 못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총동창회 徐廷和회장님과 미주동창회 吳仁煥회장님 등의 적극적인 리더십과 모교의 협력 그리고 전 동문들의 협력이 합쳐진다면 동창회 사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연구소 설립은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서울대동창회와 모교가 합쳐 세워지는 미주한국학연구소의 머지않은 개소를 들뜬 마음을 가지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