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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호 2014년 11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내년 홈커밍데이 기약하며


 관악산은 울긋불긋 완연한 가을빛이었다. 총동창회 주최로 해마다 열리는 홈커밍데이 친목행사련만 올해는 유난히 단풍잎이 곱게 물들었다. 그 단풍의 경치를 배경으로 간편한 야외복 차림의 동문과 가족들이 잔디밭에서 흥겹게 어울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할아버지 손목을 잡거나 아버지 어깨에 목말을 탄 꼬마들도 덩달아 즐거운 모습이었다. 그 꼬마들도 언젠가는 관악캠퍼스의 어엿한 일원이리라.

 홈커밍데이 행사가 연륜을 더해가면서 내실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점도 의미있게 받아들일 만하다. 웃음바다를 이룬 오락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탐방코스인 모교의 미술관이나 박물관, 규장각도 호기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캠퍼스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학창시절의 옛 강의동 사이에 또 다른 시설들이 빼곡히 들어선 모습에 그동안의 발전상을 새삼 되새길 수도 있었다. 캠퍼스 안에서 자칫 길을 잃겠다는 얘기가 꼭 농담만은 아니다.

 그러고 보니 모교가 관악으로 옮겨간 지도 내년으로 벌써 40년이 된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낯선 탓에 마치 전셋집에 세든 입주자들처럼 괜스레 입술을 삐죽거리곤 했다. 어쩌다가 다른 단과대학 강의실 앞을 지나치게라도 되면 저절로 걸음이 빨라지기 일쑤였다. 서로 눈길을 마주치는 게 어색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캠퍼스 주변의 하숙시설이나 교통편도 아직은 불편할 때였다. 가뜩이나 시국이 어수선할 무렵이기도 했다.

 이번 홈커밍데이 방문에서 구경할 수 있었던 관악캠퍼스의 모습은 흑백사진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과거의 분위기와는 달랐다. 대학 고유의 운치와 낭만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꼈던 것은 모처럼 대학 울타리 안에 들어섰기 때문이었을까. 관악으로 이전한 이후 나름대로 형성돼온 질서와 세월의 두께도 느껴졌다. 무엇보다 캠퍼스가 연속된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돼 활기찬 분위기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날 재학시절에 대한 보상이기도 했다.

 모교는 내년으로 개학 120주년을 맞는다. 통합개교로는 69주년이 된다. 관악캠퍼스 이전 40년이라는 사실보다 더욱 큰 의미를 지니는 연륜의 마디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서울대 120년사' 편찬 및 역사연구기록관 건립작업이 진행되는 중이다. 중국총동창회가 새로 출범하는 등 해외 동문조직도 활성화되고 있다. 총동창회가 관리하는 동문 회원수가 최근 몇 달만에 20만명으로 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내년의 홈커밍데이 행사 때는 단풍이 더욱 곱게 물들어 있을 것이다. 許英燮 이데일리 논설위원실장·본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