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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9호 2014년 10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국가개조는 사회적 신뢰 구축부터



 우리나라는 그동안 괄목할 만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은 세계적 수준이 됐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 법과 질서, 배려 등 사회적 자본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 특히 신뢰 부족은 많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매일 수많은 사람이 주민등록서류, 인감증명서를 발부받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왜 외국에는 없는 인감증명서를 우리나라에서는 붙여야 하는가? 서명만 하면 될 일을 도장을 찍고 그것도 모자라 진짜 도장이라는 증명서를 붙여야 한다. 신뢰 사회라면 불필요한 일이다.

 정부에서 도로, 댐 등을 건설할 때 토지보상비가 많이 지불된다. 보상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엉터리 건물을 짓거나 인삼이나 장미를 갑자기 심는 경우가 흔하다. 이로 인한 예산낭비가 엄청나다.

 광우병, 밀양 송전탑, 세월호 사건 등 사회적 쟁점 사건이 발생하면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해결되기까지 장기간 소요된다. 그 이유는 정부는 물론 관계 전문가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광우병의 경우 외국의 사례나 권위 있는 전문가를 신뢰하면 그렇게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터인데 이들을 불신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이와 같이 신뢰 부족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광우병이나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이 사회적 갈등 심화로 장기간 국정이 마비되고 경제 활동도 둔화된다. 일전에 KDI 분석에 의하면 우리 사회의 신뢰 수준이 선진국 수준이 되면 GDP12%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신뢰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정직의 중요성이 정착돼야 한다. 거짓말에 대한 사회적 제재가 강화돼야 한다. 학교에서 커닝(부정행위)부터 없어져야 한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각종 허위보고, 허위공시, 허위증언, 무고 등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 각종 금융사고의 경우 허위보고, 허위공시 등으로 오랫동안 부실이 은폐된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는 허위보고 등에 대한 처벌이 외국에 비해 미온적이다. 미국의 경우 수년 전 다이와은행의 허위보고에 대해 3억달러(3천억원)의 벌과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

 아울러 신뢰사회가 되려면 투명성이 높아져야 한다. 정부나 공기업의 활동과 비용 지출이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개된다면 신뢰도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고 단기간에 축적되지도 않으므로 정부와 국민 모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신뢰라는 자본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이제부터 신뢰 자본 축적을 우선적으로 확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