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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9호 2014년 10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이제 숫자보다 질로 승부해야


 梁承泰, 申鍈澈, 高永 , 閔日榮, 李尙勳, 李仁馥, 趙喜大, 金 伸, 朴炳大, 金龍德, 權純一, 金昭英, 朴保泳, 金昌錫.

 대법관 명단이다. 이 가운데 서울대를 졸업하지 않은 인사는 朴保泳(한양대), 金昌錫(고려대)대법관뿐이다. 梁承泰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4명 가운데 12명이 서울대 졸업생이다. 대법관 인사청문회 때마다 비서울대 출신 국회의원들은 대법관이 서울대 일색이라 다양성에 문제가 있다며 공격한다. 대법원장 등 12명의 대법관은 모두 서울대 중에서도 법대 출신이다.

 그런데 향후 20년 후의 대법관은 어떻게 구성될까. 1980년대 이후 사법고시 합격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다른 대학 출신들도 법조계 진출이 늘어난 데다 로스쿨 도입으로 법조인력 구성이 다양화하면서 20년 후인 2034년 대법관 중 서울대 출신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것이 법조계 판단이다.

 ·검사 고위직은 그래도 모교 출신이 아직 다수이지만 21세기 이후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다른 대학 출신들의 부각이 두드러지면서 정계와 재계, 의약계 그리고 언론계 등 각종 직역 고위직에서 모교의 비중은 조금 적어진 것이 사실이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언론계만 해도 20세기까지는 일간지나 지상파 방송 수습기자 합격자의 절반 가량이 모교 출신이었으나 최근에는 20% 안팎에 불과하다. 과거 중앙언론사 편집국 고위직의 경우 다수가 서울대 동문이었으나 지금은 다른 대학 출신의 고위직 진출이 늘어났다.

 재계의 경우도 서울대 출신 CEO가 많았으나 최근 명문 사립대 졸업생이 늘어나면서 이들 대학 출신의 진출이 많아졌다는 분석이고 의약계의 경우 1970년대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대 출신이 다른 신생 의·약대 학장이나 병원장 등으로 부임하면서 서울대 학맥이 지배했으나 이제는 百家爭鳴 시대가 됐다고 평가한다.

 물론 아직 서울대는 한국 최고의 대학이다. 가장 우수한 학생이 서울대에 진학하고 서울대 교수는 아직 한국 최고의 지성이다. 동문들도 한국 최고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연세대와 고려대 등 다른 명문 사립대 등이 발전하고 졸업생도 많아지면서 각계에서 우리 동문들에게 도전장을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렇다. 서울대는 이제 숫자로 승부하려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서울대는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해 가장 질 높은 논문을 발표하고 가장 한국사회와 세계에 봉사해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 많은 대학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 같다. 숫자보다 질로 승부해야 한다. 鄭世溶 내일신문 주필·본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