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 검사'로 잘 알려진 宋宗義(법학59 - 64)前법제처장이 지난 6월 공익법인 天古법치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참된 공직자를 발굴해 바닥으로 떨어진 이들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다. 재단 설립을 위해 밤농사로 모은 8억5천만원을 출연했다.

　宋동문은 제1회 사법고시에 합격, 1969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서울지검장, 대검 차장검사를 역임 후 안락한 노후가 보장되는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충남 논산으로 낙향해 밤농사를 지어왔다. 1996년 말 법제처장으로 발탁돼 1년4개월간 공직에 머문 이후에도 자연인으로 돌아가 安分知足의 삶을 실천하며 후배 검사들의 본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충남 논산시 양촌면 양촌영농조합법인에서 만난 宋동문은 대쪽같은 선비의 풍모가 느껴졌다.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며 드링크 한 병과 자서전 `인생연가', 그동안 보도된 자료를 건넨다. “여기에 내 모든 이야기가 다 있으니 이걸 참고하시고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구내 식당으로 가는 길, 영농조합의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대지 약 1만㎡(3천여 평)에 13개 동의 건물. 어지간한 중소기업 규모다. 연간 매출 규모가 1백억원 정도 된단다. 2010년에는 `3백만불 수출탑'도 받았다. 밤 이외에 딸기, 포도, 사과 등을 가공해 잼의 원료를 만든다. 딸기의 경우 전국의 약 7%가 양촌에서 생산되는데 이 중 시판되지 못하는 가공용 딸기 전량을 이곳에서 처리하며 양촌면 농민들의 큰 수입거리가 됐다.

　宋동문은 “월남 파병을 갔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황폐한 산야를 보고 나무를 심어야겠다는 다짐을 한 게 오늘에 이르렀다”고 했다.

　“베트남의 울창한 숲을 보다 황토색 민둥산을 보니까 너무 가슴이 아프더군요. 나무 심을 기회를 엿보다 대전지검 강경지청으로 발령 받았을 때 이곳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양촌면 석서리 일대 국유림을 빌려 밤나무 1만여 주와 낙엽송 등을 심었죠. 당시 정부에서 유실수를 권장해 밤나무를 심게 됐고요.”

　부산지검 시절 여기서 생산되는 밤을 보관할 저장창고를 지으면서 하나하나 시설을 늘려가다 지금의 영농조합을 꾸리게 됐다. 양촌영농조합은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공로로 2012년 예비적 사회기업으로 지정되고 충남의 유망중소기업으로도 선정됐다. 宋동문은 “`돈 벌 생각하지 말자, 하지만 망하면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다 죽는다'는 생각으로 일해왔다”고 했다.

　점심 후 宋동문은 영농조합 공장 한쪽에 마련된 천고법치문화재단 사무실로 안내했다. 天古는 宋동문의 법명인 天目과 아내 文正子(약학63 - 67)동문의 법명인 古佛法에서 따왔다. 사무실 한쪽 벽, 강판에 새겨 걸어놓은 창립선언문에는 `법은 인간 정신문화의 자랑스러운 유산, 법치는 민주국가의 으뜸가는 이념'이고 `법치주의를 구현할 국가정책을 개발하고, 법치문화의 창달에 이바지한 뛰어난 인재를 현창함은 이 시대의 당연한 소명'이라고 적혀있다.

　“법치를 구현하는 참된 공직자는 우리 사회의 길잡이로서 매우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들을 칭찬하는 데 인색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격려해 줘야지요. 정부에서 주는 훈장 등이 있지만 이 상은 국민이 주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재단은 올 연말에 귀감이 될 공직자 3∼5명 정도를 선발해 포상할 예정이다. 수상자에게는 순금 30돈 이상으로 만든 메달과 영농조합에서 생산하는 과일 제품을 평생 보내줄 계획이다.

　재단의 임원으로 법대 후배인 金慶漢·金東建·安炳禹·宋光洙·申相圭·尹長根동문 등이 함께했다. 이들 대부분이 법대산악반 `한오름' 후배들이다. 宋동문은 “후배들이 기금 출연도 하고 싶어했으나 말렸다”고 했다.

　“제가 출연한 재산이 보잘것없지만 앞으로도 외부의 재정적 도움을 요청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바라는 것은 한 가지, 재단에 대한 격려와 성원, 그것만으로도 과분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와 `밤나무 검사가 딸에게 쓴'이라는 부제가 달린 `인생연가'를 펼쳤다. 먼저 하늘로 보낸 아들을 가슴에 품고, 미국에 사는 딸 宋美賢(심리89 - 93)·사위 趙成埈(사법85 - 89)동문에게 보낸 글이다. 그 속에 宋동문은 시인이고 스님이다.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으며 지인들 사이에서는 “풍수지리도 일가를 이뤘다”는 평이 있다. 〈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