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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호 2014년 7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국립수목원 李 惟 美원장



 연구자로서, 공직자로서 평생을 몸담아 온 수목원의 원장이 돼 가슴 벅찬 감동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을 느낍니다.”

 산림청 개청 이후 47년 만에 첫 여성 수목원장이 탄생했다. 李惟美(임학81 - 85)동문이 바로 그 주인공. 동문은 모교 수목원 조교와 한국식물원협회 사무국장 등을 거쳐 지난 1994년 임업연구사로 공직에 입문한 뒤 국립수목원 개원의 기틀을 마련하는 등 국내 수목원과 식물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원장은 그동안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100가지’,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 도감’, ‘광릉숲에서 보내는 편지’, ‘한국의 야생화등의 저서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일반 국민이 식물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애써왔다.



 
광릉숲의 보전과 산림식물의 보전·관리를 총괄하게 된 원장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수목원, 식물원, 정원문화의 발전에 기여는 물론 산림청의 위상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국립수목원과 세상이 만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숲을 돌려주자는 것입니다. 수목원을 식물산업, 기초생물 학문의 플랫폼으로 만드는 동시에 사람들이 위안을 받거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또 우리나라 사람들도 점점 숲, 식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어 국립수목원이 식물문화를 이끌어 가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해야죠.”

 동문은 어릴 때부터 미술, 디자인, 건축 등 무언가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임학을 선택한 이유는 가장 스케일이 큰 자연을 대상으로 설계하고 조성하는 분야였기 때문.

 당시 문과 여학생에게 영문학이나 식품영양학 등이 인기가 높았어요. 뭔가 새로운 일을 좋아하는 저에게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건 흥미를 끌지 못했죠. 꽃을 좋아하는 엄마의 영향도 있었고요.”

 그렇게 입학한 임학과에 여학생은 동문 한 명뿐이었다. 나무를 직접 심고 관리하며 베야 하는 등 거친 일이 많아 전통적으로 여학생이 없었다. 60년 임학과 역사상 원장이 여섯 번째 여학생으로 기록될 정도였다.

 공대의 많은 홍일점들이 학과 동기 또는 선배와 결혼하듯 그 역시 동기인 국립생물자원관 徐敏桓(임학81 - 85)생물자원연구부장과 짝을 이뤘다. 동문은 산림생태학을 공부해 이들은 `부부 숲 박사'로도 불린다. 남편이 숲 생태계 전반을, 동문은 그 안의 꽃과 풀, 나무 하나하나를 연구한다.

 석사 과정 때 지도교수님이 `아까시나무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꿀의 생산량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새벽, 아침, 점심, 저녁 등 하루 4차례씩 꿀을 채취해 연구하라'는 과제를 내주셨어요. 그때 한밤중에도 말없이 함께 산행을 해준 게 지금의 남편이었어요. 데이트도 주로 산에서 했고 신혼여행 때도 숲을 찾아 나섰죠.”

 식물분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동문은 수목원에 들어온 후 희귀식물을 복원하면서 식물표본을 확보하는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식물표본은 생물주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기록이다. 1999년 국립수목원 개원 당시 2만여 점에 그쳤던 식물표본은 그의 노력으로 현재 미국의 국립수목원(60만여 점)을 능가해 87만여 점을 보유하며 전 세계 학자들이 함께 연구하는 공간으로 성장했다.



 
정말 자랑하고 싶은 게 많아요. 아름다울 뿐 아니라 단위면적당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죠. 숲을 푸르게 만든 조림의 효시가 된 광릉숲을 갖고 있는 등 5백년 넘는 역사가 숨쉬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GBIF)에 등록된 우리나라 생물정보의 82%를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지식정보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단순히 좋은 숲에 많은 식물을 심어놓은 곳 정도로만 여기는 분들이 많아 안타까워요. 이번 여름휴가 때는 국립수목원을 방문해 보면 어떨까요? 그럼 수줍은 꽃이, 나무가 여러분에게 또 다른 행복을 선사할 거예요.”

 경기도 포천에 자리한 국립수목원은 화토요일,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개장하며, 인터넷 예약제로 운영 중이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매 정시에 진행하는 수목원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65세 이상은 무료이며 성인 요금도 1천원을 넘지 않는다. 1일 주차비는 15백원5천원 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