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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호 2014년 7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서울 세계수학자대회를 앞두고



 세계수학자대회(ICM)는 아테네 올림픽 다음 해인 1897년 취리히에서 처음 개최됐다. 수학에서의 글로벌 교류는 근대 올림픽의 역사와 거의 일치하고, 사고의 교환을 통한 난제 해결이라는 전통이 가장 일찍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ICM은 이제는 120여 국의 수학자 5천명이 모이는 대규모로 4년마다 개최되는데, 수학 분야 최고의 상인 필즈상이 개막식에서 수여된다.

 토마스 쿤이 주장한 과학혁명의 방식을 수학에 적용한다면, 난제는 기존 틀의 허점을 드러내며 새로운 사고와 진보를 이끌어내는 화두가 된다. 난제의 해결 여부보다 그 과정에서 사고의 틀이 바뀌고 확장된다는 게 중요하다. 수학적 난제는 다자간 사고의 교환을 통한 집중적인 해결 노력을 야기하며 사고의 파격적 확장, 즉 새 패러다임을 이끈다. 그래서 수학에서는 학자들의 `모이는' 행위가 타 분야에서보다 많다. 학술회의나 세미나의 절대 수가 많고, `모이는 것'만 전담하는 세계적인 수학연구소도 여럿 있다. 이러한 난제 해결 노력의 정점에 있는 세계수학자대회는 현재의 틀로는 해결이 요원해 보이는 난제를 정리해서, 우리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가를 분명히 하는 노력을 이끌어왔다.

 8월에 서울 ICM이 열린다. 지난 7년간 준비해온 이 대회에서 최고의 수학자들과 맞닥트리며 눈높이를 설정하게 될 우리 젊은 수학자들은, 겁 없이 국제 수학계의 스타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성취의 기준 자체가 다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수학의 수준은 한 단계 넘어갈 것이며, 필즈상은 그 결과로 당연히 출현할 부산물이지 목표는 아닐 것이다. 서울 ICM은 수학의 대중화를 여는 큰 사건이기도 하다. 대회를 전후해서 이뤄질 각종 수학문화 프로그램을 통해서 수학을 즐기는 문화적 토양이 공고해지고, 우수 인재가 수학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이다. 117년 역사의 ICM에서 한국인 기조 강연자는 이번에 처음 출현한다. 우리 수학 수준을 전 세계에 보이는 계기일뿐더러, ICM 기조 강연자는 국제 수학계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기회가 많아지므로 우리나라의 유망한 젊은 수학자들을 지원하고 국제적으로 노출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범적으로 개발도상국의 어려움을 탈출한 우리나라가 이제는 더 늦은 출발을 한 국가들에 되돌려주고자 준비하고 있다. 개도국 수학자 1천명의 서울 ICM 초청이라는 전무후무한 프로그램을 각계의 후원을 받아 준비 중인데, 그래서 서울 대회의 모토는 `늦게 출발한 이들의 꿈 그리고 희망'이다. 세계 수학의 흐름이 선진국 중심에서 신흥국가의 역할이 증대되는 형식으로 바뀌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 ICM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는 무엇이 있을까? 스포츠 정책에서는 金姸兒朴智星을 길러내는 엘리트 스포츠 정책도 필요하고, 동네 축구를 지원하는 대중 스포츠 정책도 필요하다. 金姸兒의 탄생이 동네 스케이트장의 붐을 만들어냈고 그로 인해 제2金姸兒 탄생이 기대되듯이 두 정책은 서로 연관된 것이기도 하다. 수학에서도, 재능 있는 영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고, 수학이 문화의 한 부분이 되도록 지원하는 대중화 정책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영재 발굴 및 지원은 입시과열이나 사교육 문제 같은 복잡한 이슈와 관련이 있어서 크게 위축돼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내며 한국수학이 도약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