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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호 2014년 7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우린 왜 못하나!



1983년 말 모교 경영대학원 MBA과정 시험을 봤다. 당연히 떨어졌다. 이듬해 신촌골로 타깃을 바꿨다. 내 이력 한 귀퉁이엔 `신촌골 MBA'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5월 초 신촌골로부터 메일 하나가 날아왔다. “`5월의 별 헤는 밤'에 동문님을 초대합니다.” 이건 뭔가? 신촌골이 자기네 출신 가수들 재능기부시켜서 모금(fundraising)하는 행사다. 대학이 주최하고 동문회가 후원하는 행사. 입장료가 없는 대신 기부금을 내야 한다. 연말정산 처리된단다. VIP20만원, R10만원, S7만원, 일반석 5만원.

 공연은 제대로 봐야겠기에 40만원 `기부'했다. 집사람과 동행한 `5월의 마지막 밤'은 싱그러웠다. 노천극장 8천석이 거의 찬 가운데 KBS 엄지인 아나운서 사회로 진행된 공연은 자못 흥겨웠다. 출연자 중 중퇴자인 尹炯柱, 李章熙는 자기 순서를 마친 후 학교로부터 명예졸업장을 받았고, 행사 기획자인 의생명과학과 趙鎭元교수(趙完圭 前모교 총장의 큰 자제)는 자작곡 `'(1979`젊은이 가요제' 우수상 수상)을 부르기도 했다.

 2부에서도 신촌골 출신들이 나와 이런저런 노래를 불렀다. 출연자 중엔 신촌골 병원에서 태어났다는 인연으로 나왔다는 알리(ALI)도 있었다. 아무튼 그러구러 밤 11시 다 돼 신촌골 교가 부르는 것으로 행사는 끝났다. 주최 측에 문의한 결과 그날 모금액, 勿驚 5억원.

 사실 이런 공연은 관악골이 훨씬 경쟁력 있다. 우선 연예인 스펙트럼이 꽤나 넓다. 성악부터 가요, 국악에 무용, 심지어 광대까지 가능하다. MC 고르려면 하도 널려 있어 골치깨나 아플 게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진고개 신사' 崔喜準(행정54 - 59)으로부터 미스 유니버스 4하늬(국악02 - 06)에 이르기까지. `가요반세기'에 기획사 서른 개쯤 차리고도 남을 포텐셜이다.

 명색 세계 10위권 대학을 목표한다는 모교에 2% 부족한 게 있다. 오페라나 뮤지컬을 공연할 세계 수준의 오디토리엄이 없다. 교수강의 원격 수강(SNUxedX가 아닌)과 구성원의 정서 함양 및 소통을 위한 방송국도 없다. 이런 시설을 세우려면 당연히 큰돈이 필요하다.

 이날 신촌골 大訓長은 막간, 무대에 올라와 개교 130주년을 앞두고 백양로를 파서 밑에 각종 공간을 마련하고, 위를 공원화하는 `백양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다음 발언이 나를 화나게 했다. 대훈장 왈 내년 개교 기념일(59)까지 1천억원을 목표로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이미 5백억원을 초과했다며 싱글벙글.

 대한민국 대표대학! 10년 안에 세계 10위권 대학 진입! 말은 누가 못 하나. 문제는 애들 가르칠 생각 않고 정치권에 목매는 폴리페서, 즉 염불보다 잿밥 탐내는 무능한 교수가 문제. 동문들의 고질적인 `모래알 근성' 또한 오십보백보다.

 남은 2년 남짓에 1천억을 모은다는데, 우리는 장학빌딩 하나 재건립하느라 4백억 모으는 데 꼬박 5년이 걸렸다. 남이 알까 두렵다. 모교나 총동창회나 정신 차리자. 관악골 4년 다닌 거 무슨 벼슬이라고 평생 우려먹으면서 돈 좀 내라면 딴청. 제발 그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