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5호 2014년 6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눈물을 딛고 성숙된 사회로

#1. 세월호 참사 직후 `손석희'라는 글자가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올라왔다. 孫石熙앵커가 자신들의 방송에 대해 정중히 사과했다는 내용. 며칠 뒤 孫石熙앵커는 팽목항에서 진행 도중 눈물까지 흘렸고 그 덕분(?)인지 그가 진행하는 방송 뉴스는 시청률이 급상승했다.
#2. 2010년 우리 해군장병 40여 명이 숨진 천안함 침몰 사건. SBS 김소원 앵커는 숨진 장병의 사연을 담은 앵커멘트를 읽지 못하고 눈물을 참았고 `김소원 눈물'은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침몰 사건, 그리고 유치원생 20여 명이 숨졌던 씨랜드 참사는 피지도 못한 우리 자녀들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의 슬픔이 큰 것 같다.어머니들 모임에 나가면 “기자들은 현장에서 훨씬 더 처참한 광경을 보고, 유가족들의 슬픔을 직접 느끼게 될 텐데 보도하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세월호 취재 때문에 계속 미뤄졌던 사회부 여기자들과 저녁 자리를 최근 가졌다. 뒷얘기가 쏟아져 나왔다.
“선배, 리포트하면서 울고, 편집하면서 또 울고 그래요.”
“현장에 계속 있는 수습 기자들은 같이 울다가 유가족들과 한 몸처럼 돼 버렸어요.”
그동안 뉴스를 모니터하면서 나는 우리 어린 후배들이 대견스럽게도 `담담한' 오디오로, 울음을 참아가며 리포트를 한다고 느꼈는데 실제로 그랬다. 생중계 카메라가 돌아가면 눈물을 펑펑 쏟고, 편집을 끝내면 또 눈물을 쏟고. 안간힘을 다해 방송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방송이 끝나면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는 거였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언론은 오보와 부적절한 표현으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늘 보이지 않는 많은 기자들의 진심이 존재하고 있다. 비록 앵커들의 눈물처럼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젊은 기자들의 고뇌와 눈물은 우리를 더 나은 사회로 이끄는 나침반들 가운데 하나다.
젊은 기자들만 고뇌하는 건 아니다. 언론도 늘 한국사회가 나갈 방향과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필자가 일하고 있는 부서도 그런 일을 한다. 이름은 생경하게도 미래부. SBS에만 있는 독특한 부서다. 월 단위로, 분기 단위로 뉴스 흐름을 정리하면서 연말에는 포럼을 통해 올 한해 우리 사회의 방향을 정리하고 내년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기획하고 방송프로그램과 뉴스로 제시하는 일을 한다.
한국 사회 전체를 우울과 슬픔에 빠트린 세월호 참사는 지난 몇 달간 우리가 고민해온 기획방향을 명료하게 만들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팀에서 연구해온 `삶의 질'과 관련된 주제들을 본격적으로 다룰 때가 된 것이다. 목표를 위해 과정과 수단은 적당히 무시해도 용납됐던 우리 사회. 이제는 성장이 아닌 성숙으로 나가면서 어떻게 근본적인 삶의 질을 높여 더 이상 억울한 희생과 눈물을 만들지 않을지 다 같이 생각해볼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