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호 2014년 5월] 기고 감상평
세월호 여객선 사고의 두 얼굴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사고가 발생했다. 매일 많은 사고가 일어나지만, 진도 앞바다에서의 여객선 사고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였다. 세계 최고의 조선산업을 자랑하던 조선해양인의 한 사람으로서, 마치 나 자신에게도 큰 잘못이 있는 것처럼 왠지 무겁고 부끄러운 마음이다.
과거 대형 여객선의 사고들은 주로 몇 가지의 전형적인 원인들에 기인해 왔다. 암초 등과 같은 외부물체에 의한 선체 손상, 심한 파랑으로 인한 선박의 운항 안전성 상실, 내부 화재나 폭발 등이 주로 대형 여객선 사고의 원인들이 돼 왔다. 만일, 금번 사고가 급격한 진행방향의 원인에 의한 것이 확실하다면 그처럼 조타가 된 이유를 규명해야 하고, 이는 앞으로 선박운항 안전성 분야에서 중요한 사례로 남아 학문적인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원인들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선체를 인양한 후 주요 장비들의 시간별 기록을 확인해 본 후 가능할 것이다. 행여나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도 그 원인을 분명하게 밝히지 못한다면, 기계의 결함이냐 항해선원들의 인적인 잘못이냐를 놓고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고가 처음 보도됐을 때 좌초 등과 같은 사고원인들을 단정적으로 언급하던 소위 전문가라 자칭하던 사람들 가운데, 현재까지 밝혀진 원인들과 유사한 예측을 한 사람은 없었다. 이처럼 이런 사고의 원인에 대해 예단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선박사고는 사고원인의 판단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고, 길게는 수년간 전문적인 분석을 계속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까지의 상황에서 보면 금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도 한국인들의 전형적 속성인 `빨리 빨리'로 진행될 것 같다. 물론 법적이든 윤리적이든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나 단체에 대해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하는 것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사안의 중대성도 그렇지만 그렇게 많은 희생자들, 특히 많은 어린 학생들이 희생돼 국민들의 가슴에 깊고 큰 상처를 남긴 사고를 일으킨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처벌을 위해 마음이 급해지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주된 원인을 분석해 어떠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는 최대한 침착한 마음을 가지고 과학적이고 전문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그렇게 해야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정확하게 밝힐 수 있고 앞으로 동일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3백∼4백m 길이의 선박들을 뚝딱뚝딱 지어내는 세계 최강의 조선산업을 가진 나라가 한국이지만, 1백46m의 여객선이 연안에서 어처구니없이 전복하고, 이것도 모자라 정부가 총력을 다한 수심 37m 깊이에서의 구조작업조차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린 안전 시스템과 재해대책 시스템을 가지고 있음으로 해 제대로 꽃을 피우지도 못한 어린 영혼들을 눈물로 떠나보내는 것도 한국이다. 배 이야기만 나오면 어깨가 펴지던 자랑스러움이 이제는 왠지 부끄러움이 앞서고, 안타까움과 슬픔 그리고 한 조각의 분노가 뒤섞여 마음이 복잡해진다.
금번 사고가 우리에게 남긴 상처가 깊은 만큼, 안전에 대한 국민 개인들의 인식,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도덕과 안전 시스템이 새로운 전기를 맞아야 한다. 만일 금번 기회에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우리들 모두가 똑같은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