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호 2014년 5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신임 徐 廷 和총동창회장


- 총동창회 제25대 회장으로 선출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동문들의 기대가 큽니다.
“지난 12년간 회장직을 맡아 총동창회의 중흥을 일구신 전임 林光洙회장님의 업적과 기조를 이어받아 동창회와 모교 발전을 위해 제 마지막 열정을 다 바칠 생각입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 주변 국제정세의 변동, 모교를 둘러싼 사회적 기대와 압력 등 국가와 사회가 직면한 세계사적 지각변동의 조짐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러한 중대한 변화기에 우리 서울대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서울대인들의 힘을 합쳐 어떻게 국가와 사회 발전에 조금이라도 힘이 될 것인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 모교와 동창회는 서로 보완적인 관계이면서도 간혹 서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둘의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요.
“모교와 동창회는 내외적으로 일체화돼야 합니다. 재학생들이 결국 동창회 구성원이 되는 것입니다. 학교와 동창회, 그리고 교직원들이 삼위일체가 돼야 합니다. 일본 와세다대의 경우 학부형 회원도 있습니다. 자녀가 졸업을 하면 부모도 같이 회원이 되는 거죠. 이들은 죽을 때까지 모교에 대해 헌신하고, 서로 相扶相助하는 것을 절대적 명제로 생각합니다. 우리 또한 모교와 동창회, 재학생의 운명을 일체화시켜 나가면서 국가를 발전시키고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 비슷한 맥락으로 동창회의 최대 과제 중 하나가 젊은 동문들의 참여를 높이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동문들이 보다 동창회에 관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할 복안이 있으신지.
“이 문제는 저 역시 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일체감을 가져야 될 이유를 좀 더 명백하게 해서 회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세밀하게 전달해야 할 것입니다. 이 역할을 동창회보가 진행하고 있지요. 앞에서도 언급한 와세다대의 경우, 동창회보를 유료로 서비스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구독료를 바탕으로 편집위원을 한층 강화해서 수준 높은 내용을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사례를 참조해 우리도 동창회가 동문들과 유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노력할 방침입니다.”
-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에서의 방안도 있나요.
“중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미국 등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재들을 모아 `100인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우리 동문들의 경우에도 潘基文 UN사무총장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재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을 100인 위원회와 같은 형태로 규합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봅니다. 글로벌 역량이 탁월함에도 각자의 영역에서 분산 고립돼 있는 동문들을 100인 위원회와 같은 울타리로 묶어 국제교류 증진 및 후학 양성,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에 활용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전임 林光洙회장님께서 12년간 굉장히 존재감 있게 일을 하시며 많은 업적을 남기셨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임기 내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이 있다면.
“전임 회장께서 진행하던 `역사기념관 건립'과 `모교 120년사 편찬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자 합니다. 특히 역사기념관의 경우 하버드대 등 세계적인 대학에 가면 다 볼 수 있는데, 그곳에는 대학의 역사, 대학이 국가에 공헌한 내용,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어 동문들에게 크나큰 자긍심과 소명의식을 심어주는 공간입니다. 저 또한 부회장 시절부터 林光洙회장님과 같이 활동하면서 역사기념관의 중요성을 느끼고 앞으로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120년사 편찬사업은 현재 李泰鎭편찬위원장을 중심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2016년 초에는 성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학교 당국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이른 시일 내에 가시화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모교는 지금 제26대 총장 선출로 분주합니다. 새로 선출될 모교 총장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난 4월 30일 총장추천위원회로부터 3명의 최종 후보가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 어느 후보자가 선출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모교를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분명한 비전을 제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모교 교직원들은 재정 확충, 교육 개혁, 제도 개선 등을 새 총장의 최우선 과제로 뽑고 있습니다만, 기초 학문교육과 연구 증진, 우수 학생의 확보와 학생 선발 다양성 확보, 국제화 교육의 강화 등도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과제들이라고 봅니다. 동창회에서도 거기에 알맞은 지원과 봉사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지성과 인성이 조화를 이루는 학생, 희생정신과 도전정신이 투철한 인재를 배출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 빛나는 서울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 모교가 법인화 이후에 지배구조(거버넌스) 문제에서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총장이 이사장을 겸하면서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됐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지요.
“모교 법인화법에서는 이사장을 이사 중에 호선하도록 하고 있으나, 지금은 법인화의 과도기임을 감안해 吳然天총장에 한해서만 이사장을 겸하도록 부칙으로 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차기 총장 임명 후에는 법인화법에 의해 이사회에서 이사장을 호선하게 되므로 이사장과 총장 역할이 점차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국립대학이 법인으로 전환한 첫 사례인 만큼 학내외에서 좀 더 애정을 갖고 지배구조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사회 각 분야에서 모교 출신 후배들을 찾기 어려워지는 가운데 교수, 공무원 등 특정 분야로의 쏠림이 심해지면서 동문들 사이에서 `서울대 위기론'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딛고 모교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거듭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기론보다는 국민들이 모교에 요구하는 역할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교는 지난 1백년 이상 우리나라 성장 발전에 크게 이바지해 왔습니다. 이제는 그동안 수행해 온 교육·연구는 물론 사회 기여, 공헌 활동에 한층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초일류 인재를 육성하고, 나아가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산출해 내는 명실상부한 세계 톱10 대학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모교가 국가경쟁력을 선도해야겠습니다. 특히 과학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을 주도할 과학 인재 양성과 세계적인 금융인재를 육성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그런 인재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과 실효성 있는 지역 개발을 선도하고 지원하도록 해야 합니다.”
- 최근 `세월호 사건'에서도 보였듯이 현재 정부를 비롯한 공직사회, 사회지도층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며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내무행정을 담당하셨던 선배로서 현재의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조언해 주신다면.
“국가가 공무원을 채용할 때부터 그 사람의 능력과 경륜, 그리고 정신 상태를 따져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고위공무원의 경우 한층 엄정하게 평가한 뒤 임명해야 그들이 남다른 사명감으로 국민에 봉사하고 국가의 목표 달성에 헌신할 것입니다. 또한 공직을 맡은 사람들에게는 그 직책에 따른 직업윤리 교육을 먼저 철저히 한 뒤에 업무를 맡겨야 한다고 봅니다.”
- 경남 사천군수를 시작으로 경기도와 전라남도 부지사, 부산시 부시장, 충청남도 도지사 등 지역 행정가로 30∼40대를 보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교 법대를 졸업한 후 지금까지의 삶을 들려주십시오.
“사법고시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던 즈음 사무관 공개 시험이 공고됐습니다. 경험 삼아 시험을 쳤는데 수석합격의 영광을 얻었습니다. 그 즉시 경남도청으로 발령이 나서 감사과장과 사회과장으로 근무하다가 사천군수와 김해군수를 지낸 후 내무부 본부로 오게 됐지요. 그 뒤 알다시피 총무과장, 행정과장, 부산시 부시장, 내무부 기획관리실장, 충남도지사 등을 거쳐 내무부 차관에 올랐으며, 차관으로 승진한 지 5년 만에 장관까지 오르게 됐습니다. 오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장관으로 임명됐기 때문에 누구보다 자신감을 갖고 내무부를 통솔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 내무부 장관을 지내신 후 정계에 진출, 국회의원을 5선까지 역임하셨는데, 당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있었다면.
“내무부 장관을 그만두고 국토통일 고문을 맡았습니다. 통일부에서 관계문서가 즐비한 도서관의 한 방을 제공해 줘서 체계적인 공부를 하게 됐고, 이후 평화통일자문회의의 장관급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자리를 옮겼지요. 그때 가장 먼저 한 일이 전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조국 통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지도자급 인사들을 자문위원으로 모셔서 통일지도조직을 강화하고 세계 각국의 인사들을 모시는 데 주력했습니다. 말 그대로 동분서주하며 통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모아 평화통일자문회의 의장이신 대통령께 보고하곤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국회에 들어와 12∼16대 국회의원으로 일했는데, 무엇보다도 당 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으로 통일 관련 일을 계속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특히 통일외교통상위원장으로 남북 통일문제와 미·중·러 간의 통일외교 관련 논의를 본격적으로 주도한 점이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 오랜 세월 통일 문제에 천착하셨고 누구보다 통일문제에 정통한 전문가이신데, 통일과 관련해서 서울대인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앞으로 33만 서울대인이 남북 통일에 앞장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울대인 모두 통일에 대한 자각을 3·1운동과 같은 민족사적인 소명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국가가 서울대를 만들고 재정을 지원해 인재를 배출해 낸 것입니다. 하나 둘이 모여 수십만 명의 인재가 쌓였으면 이제는 동창회의 목표가 국가의 목표와 같아야 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서울대를 만들어 키운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서울대인의 최고 책임 명제는 조국의 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신이 번쩍 드는 얘기인데요. 33만 서울대인이 정말 통일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고 움직이면 통일을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나저나 지금도 굉장히 풍채가 좋고 건강해 보이십니다.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제가 젊었을 때부터 운동을 많이 했습니다. 유도가 2단, 태권도가 4단입니다. 굉장히 운동을 좋아해서 옛날에도 대학 간에 가끔 싸움이 붙으면 친구들이 저를 불렀지요. 특별한 건강관리법은 없고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여러 가지 바쁜 일들이 많아서 자주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