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술사회 초대 회장을 지낸 성창특허법률사무소 高永會(건축77 - 81)대표가 지난 2월 대한변리사회 제37대 회장에 선출됐다. 양대 이공계 전문가 단체 수장에 모두 오른 셈이다.

　지난 3월 19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리사회에서 만난 高회장은 `이공계 전도사'를 자임하며 “과학기술자가 푸대접받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대한기술사회를 창립했고 이번에 변리사 회장에 출마해 두 분의 후보와 경합 끝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대한변리사회 회원 3천6백여 명 가운데 90% 이상이 이공계 출신일 정도로 변리사는 이 분야 전문자격으로 통한다. 최근 들어 음악, 디자인 등 저작권 관련 업무가 늘기는 했지만 산업기술과 관련된 특허 업무가 주요 분야이기 때문이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분쟁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지적재산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이뤄지며 변리사에 대한 관심도 높다. 주요 대기업에서 변리사를 앞다퉈 고용하고 대형 로펌에서도 변리사를 대거 채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高동문은 변리사의 위상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 근거로 변호사의 변리사 자동자격 획득 문제와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문제를 들었다.

　“1999년 피뢰기 특허 침해를 둘러싼 민사 소송에서 피고측 대리인으로 변호사가 아닌 제가 출석하자 재판부에서 문제를 삼는 거예요. 특허 사건에 대해서는 변리사가 소송을 대리할 수 있도록 변리사법이 규정하고 있는데 왜 대리권이 없느냐고 항변했지만 안 통하더라고요. 지난해 특허청이 변호사 자동자격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해결의 단초가 마련됐지만 소송대리권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죠.”

　高회장은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현시점에서 최고 전문가인 변리사들이 당당하게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일할 수 있으면 결국 과학기술에 대한 대우로까지 이어져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1960∼80년대 입사한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 덕분에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그럴 것 같습니까? 지금 분위기로는 절대 아니죠. 이공계 장학금, 병역혜택을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아들이 의대에 지원해 떨어져 재수를 합니다. 수학을 잘해 공대에 가기를 바랐지만 아내가 완강히 반대를 하며 의대를 보내려고 해요. 근본적으로 이공계 출신들을 우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죠. 현 정부에서 말하는 `창조경제'는 공직에 이공계 자리를 늘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공계 기 살리기'를 위해 살아온 흔적이 뚜렷하다. 우선 그 자신이 확실한 공학인으로 발판을 다져왔다. 건축학과 졸업 후 동부건설, 현대알루미늄공업, 중앙건설에서 현장 경험을 쌓았고 그 과정에서 건축시공기술사, 건축기계설비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회사를 나와 1995년 변리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에는 모교 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외환위기 이후 우선순위로 실직하는 연구원들과 공대에 입학해 의대로 전과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공학도'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高동문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첫 행동으로 2002년 대한기술사회를 창립해 기술사들의 위상 제고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더 나아가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수도권 대표, `행정개혁시민연합'(행개련) 과학기술공동위원장 등의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정책적으로 이공계 출신 우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일에 앞장섰다. 지금은 세종과학포럼 상임대표를 맡으면서 `자유칼럼그룹', `서울경제'를 비롯해 블로그(cafe.daum.net/hollioo) 등을 통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열정이,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한다는 `58년 개띠'의 특성이냐는 물음에 “원래 내성적인 성격으로 사람들 앞에서 말도 잘 못했는데 용기를 내서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 이공계에 대한 애정이 있다 보니 천성과는 무관하게 이렇게 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 1960∼70년대처럼 공대, 자연대에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진학해야 합니다. 동창회보에서도 가급적 이 분야 출신 동문들을 많이 등장시켜 이공계 인기가 부활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부탁합니다.” 〈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