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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호 2014년 4월] 기고 감상평

소치올림픽 견문기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흑해의 휴양도시 소치와 해발 2535m 높이의 코카서스산맥 자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이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푸시킨,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 대문호, 차이콥스키, 쇼스타코비치 등 작곡가, 샤갈, 칸딘스키 등 미술가, 마린스키와 볼쇼이 발레단을 가진 문화대국임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뉴 러시아, 위대한 러시아, 열린 러시아의 재탄생을 만방에 알렸다. 강대한 제정 러시아를 건설했던 피터대제 이후 4백년 만에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인의 꿈이 응축된 야심찬 동계올림픽이었다.

 금메달 3, 동메달 1개를 러시아에 안겨준 빅토르 안의 영웅 탄생도 지켜봤다. 뛰어난 인재를 품지 못하는 우리의 한계를 자성하면서 그의 선전을 응원하는 한국인의 성숙한 모습도 지켜볼 수 있었다. 불굴의 의지를 갖고 금메달보다 더 값진 은메달을 획득한 빙상의 여왕 金姸兒선수를 위해 정부가 `김연아 빙상경기장'을 짓겠다는 흐뭇한 발표에 기뻤다.

 안팎의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금메달 3, 은메달 3, 동메달 2개로 종합순위 13위의 쾌거를 이룬 우리의 선수단장 이하 선수, 코치 모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우리의 수십 배에 이르는 일본이 종합순위 17위에 그친 것에 비하면 대단한 성적이다.

 이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우리 모두의 정성과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그런데 세 번 도전 끝에 전 국민이 합심해 유치한 평창올림픽에 대한 정부와 기업, 국민의 관심과 열정이 벌써 식은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다. 손에 손잡고 88 서울올림픽에서 동서화합을 이루고 `한민국'을 외치면서 2002 월드컵을 성공시켰듯이 이제라도 온 국민의 마음을 다시 하나로 모아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한 횃불을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도로, 철도, 경기장 등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시설 투자 못지않게 기업의 올림픽 스폰서 마케팅 참여가 중요한데, 아직도 국내 대기업들의 참여가 미진해 IOC조차 당혹해 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라도 대회 유치 때의 초심을 되살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적극적인 마케팅 참여를 서둘러야 한다. 일본은 평창올림픽보다 2년 후에 열리는 2020 동경하계올림픽을 위해 도요타, 일본항공 등 여러 대기업들이 서로 다투어 스폰서기업으로 참여하고 있어 우리와 대비된다.

 동 대회의 성공을 위해 겨울스포츠의 경기력 향상이 시급하다. 정부와 기업, 체육회가 합심해 국내 선수들의 집중지원과 함께 외국·동포선수들의 초청이민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스포츠계의 개혁을 적극 추진하되, 矯角殺牛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취약해진 우리의 스포츠 외교망과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정부와 체육계의 대책도 시급하다.

 국내외 최고의 연출가와 예술가를 초빙해 우리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탁월한 상상력과 연출력으로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열린 자세로 준비해야 한다. 한류, 한식, 설경, 의료, 쇼핑을 평창올림픽과 하나로 묶은 관광 스포츠상품도 개발해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와 아랍권의 관광객 수만 명을 유치해야 할 것이다.

 2002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 이후 2014 소치올림픽까지 눈이 내리지 않은 4개 동계올림픽으로 겨울스포츠 애호가들의 실망이 컸는데, 이번 소치올림픽 기간 중에 강원도에 폭설이 내려 4년 후 함박눈이 내리는 평창올림픽의 눈꽃 축제를 상상해도 될 듯해 가슴이 설렌다.

 20182925일 열리는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뛰어도 바쁘다. 스포츠는 국민들에게 큰 기쁨과 희망을 주고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다. 朴槿惠정부는 국민의 마음과 힘을 모아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시켜 한국을 문화선진국으로 도약시키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다. 有終를 거둘 수 있는 千載一遇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