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33호 2014년 4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사법정책연구원 崔 松 和원장






 - 우선 사법정책연구원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사법부가 변화된 환경에 어떻게 적절히 대응할 것인가, 그 필요성에 대해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결단을 내려서 지난해 8월 법원조직법이 개정됐습니다. 초대 원장의 중책을 맡게 돼 영광스럽습니다만,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지요.

 연구원에 설치된 미래사법, 통합사법, 법교육, 통일사법, 해외사법 등 5개 센터를 중심으로 사법부가 중·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미래의 청사진을 연구하게 됩니다. `국민을 위한 사법'을 사법이 나아갈 방향으로 잡고 사법부 내부는 물론이고 국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습니다. 44일까지 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연구 과제를 공모한 뒤 올해 연구 사업을 확정지을 예정입니다. 동문들께서도 의견이 있으면 언제든 연구원 e메일(jpriga100@scourt.go.kr)로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이유는.

 연구의 1차 수요자는 사법부 내부이지만 기본 수요자, 최종 수요자는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연구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법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하고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적용될 수 있게끔 하는 일, 소통의 통로를 보다 넓히는 일이 우리 연구원의 과제입니다.”

 - 개원식에서 `우리 사회가 전환기적인 변화의 소용돌이를 지나고 있다. 법의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강조하셨는데요.

 지금까지 사법은 과거에 발생한 법률적인 분쟁을 사후적으로 해결하는 기능을 맡아왔지요. 어떻게 보면 소극적인 사법이었는데, 현재 사법은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 세계화와 함께 사회 갈등이 다양화·다차원화·양극화되는 변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기존 사법제도로는 국민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분쟁 해결이라는 전통적 역할을 넘어 갈등을 치유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사법부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이제 시대적 요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사법이 과연 사회 통합의 역할까지 맡을 수 있을까요.

 법원 재판 후에 양쪽 당사자가 만족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대부분입니다. 설사 패소를 했더라도 재판에 승복할 수 있다면, 그 과정을 통해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사회 통합, 사회 갈등의 치유라고 생각합니다.”

 - 재판에서 진 사람들이 재판제도에 대한 존중심을 품도록 해야 한다는 말씀이죠.

 그것이 바로 사법제도, 재판제도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사법제도가 있으니까 내가 법치주의와 헌법제도를 존중한다, 비록 졌지만 이런 재판제도라면 받아들이겠다, 재판을 한 법관들에게 수고했다,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사회 통합 아닌가.”

 -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들이 가능할까요.

 과거 회고적인 판단이 아니라 현재의 법질서를 형성하고, 나아가 미래의 법질서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의사결정의 공통점입니다만, 사법 판단에 있어서도 결론의 중요성 못지않게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좀 더 국민과 소통하면서 재판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판과정에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확대해야 합니다. 일도양단식의 재판이 아니라 재판부가 조정자로 들어가서 양 당사자의 이익을 조정해주는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DR)를 통해 제3의 해결방안을 찾도록 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권익침해가 명백히 예상될 때 사전에 막는 `예방적 금지소송'도 도입할 필요가 있지요.”

 원장에게 초대 원장으로서 포부가 있다면 무엇이냐고 묻자 원장은 손가락을 들어 저게 내 목표라고 말했다. 원장이 가리키는 입구 쪽에 붙은 A4 종이 한 장에 굵은 글씨가 보였다. `미래 사법의 청사진'.

 매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 글자들을 보면서 국민이 사법을 불신하는 이유가 뭔가, 판결 자체에 오류가 없는데 국민들은 왜 신뢰하지 않는가, 왜 그럴까를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재판에 대한 승복과 신뢰를 높이는 것, 그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인터뷰는 개인적인 생활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먼저 평생 학자의 길을 걸어오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원칙이 무엇인지 물었다.

 학자는 기본을 중시하고 항상 다른 존재를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법학자로서 무엇이 옳은가, 무엇이 정의인가를 추구하려고 노력했지요. 교수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끝없이 배우는 삶이란 것입니다. 자신이 배우고 깨달은 만큼 가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현들과 선생님, 동료들, 나중엔 후배와 제자들이 저의 선생이 되더군요. 결국 마지막에 다다른 질문은 `너의 생각은 무엇이냐'가 됐습니다.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말은 역사적 의식, 세계적 의식, 그리고 한국적 의식, 세 가지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과거 선현의 연구로부터 현재와 미래를 배우고,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면서 한국의 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 수많은 법조인들을 양성하셨는데 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법을 제정하고 법을 해석하고 법을 집행하는 일은 성스러운 일'이란 인식을 가졌으면 합니다. 성직자들이 갖는 자세와 같이 법을 대해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한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떤 역경도 이겨낸 역사를 갖고 있어요. 그 능력이 지난 50년 사이에 압축적으로, 종합적으로 나오지 않았나. 우리는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민족이고, 그래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역사와 자격과 철학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남은 과제인 남북통일을 지혜롭게, 평화적으로 이뤄내길 기대합니다. 서울대인들이 민족적 DNA를 잃지 말고 그런 역사를 이루는 데 앞장서 주길 바랍니다.”

 -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1의 원칙은 규칙적인 생활이지요.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규칙적으로 걷습니다. 걷기는 하루에 한두 시간씩 합니다. 노년의 건강은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이 중요한 게 아닌가 합니다. 순리적으로 세상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기본적으로 감사하면서 마음의 건강을 지키려고 합니다.”

 1시간 30분 가량의 인터뷰가 끝났다. 가슴속에서 뿌듯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끊임없이 묻고 고민하는 학자의 모습에서 사법의 위기도 언젠가 걷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사진·정리 = 金南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