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33호 2014년 4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동창회의 힘


 대학을 졸업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서울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이랄까 동문에 애정을 갖게 된 것은 솔직히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졸업 후 상당 기간 과동창 모임에 나가거나 단과대학에서 전해주는 소식 정도가 서울대 출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는 유일한 끈이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서울대 출신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모교와 동창회에 관한 일이라면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된 것이다. 가령 며칠 전 모교가 세계대학순위 44위에 랭크됐다는 영국 THE의 발표를 듣고 나도 모르게 뿌듯한 자긍심을 느낀 것도 그런 사례의 하나다.  개인적으로 이 같은 의미 있는 변화는 총동창회보 논설위원으로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구체적으로 서울대총동창회의 발전은 물론 모교와 동창회 간의 협력 등에서 큰 업적을 남기신 林光洙회장의 열정과 헌신이 결정적인 힘이 됐다. 그러고 보면 林회장께서 총동창회를 이끄신 지난 12년은 모교는 물론 총동창회 모두 일대 전환기적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교는 세계 속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법인화가 마무리됨으로써 정부의 규제와 간섭에서 벗어나 자율에 의해 세계 최고로 도약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이 마련됐다. `한국 최고'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은 모든 서울대인의 염원이자 국가적 숙제이기도 하다. 총동창회의 변화는 더 드라마틱하다. 동문들의 적극적인 성원에 힘입어 드디어 2011년 랜드마크급 총동창회관 건립을 성사시킴으로써 모교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을 비롯한 각종 지원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모교의 `역사 바로 세우기' 노력이 열매를 맺은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의거해 모교가 1백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게 된 것은 가슴 뭉클한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한때 상당한 세를 얻었던 `서울대 폐교론'을 잠재우는 데도 총동창회의 노력이 컸다.  지난 십수 년간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변화와 도전, 그리고 발전의 중심에 계신 분이 林회장이시다. 컴퓨터와 불도저의 합성어 `컴도저'라는 별칭에 걸맞은 `퀀텀 점프'의 과정을 지켜본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서울대도 동창회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 가장 소중한 업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3월 21일 徐廷和 前내무부 장관께서 총동창회의 새 사령탑을 맡게 됐다. 총동창회가 33만 동문의 요람으로 일익 번창하길 기대한다.  〈朴時龍 서울경제신문 부사장·본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