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일본에서 한식을, 딸은 한국에서 일본 가정식 요리 전파'

　일본 최대 한식 체인점인 `사이카보(妻家房)'를 운영하고 있는 (주)영명 吳永錫회장과 한국에서 일식당 `도쿄 사이카보'를 운영하고 있는 吳知宣(식품영양99 - 04)부사장 부녀 이야기다. 吳동문은 흉내만 낸 일식당 일색이던 우리나라에 2009년 8월 일본 현지 주방장 3명을 데리고 `도쿄 사이카보(처가방)'를 오픈해 화제를 모았다.

　더욱이 모교 출신 미스코리아란 경력과 박지성 축구선수와의 친분 등으로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吳동문은 대학 1학년인 1999년 미스 재일교포 선으로 미스코리아 본선에 진출했다. 金智惠(체육교육97 - 01)·李하늬(국악02 - 06)동문의 미스코리아 선배인 셈이다.

　지난 2월 19일 서울 청담동 도쿄 사이카보에서 만난 吳知宣동문은 키 170㎝, 서글서글한 눈매의 전형적인 미인이었다. 남자 친구 사귈 시간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吳동문은 “예전엔 결혼 늦게 하라던 부모님께서 언제 할 거냐 물어보는 걸 보면 생각을 하긴 해야겠다”며 밝은 목소리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吳동문은 다섯 살 때 부모님을 따라 도쿄로 갔다. 그곳에서 이사가야 제7소학교와 한인 중·고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졸업 무렵 아버지가 한식업을 시작하면서 장녀인 그녀가 사업을 도와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선택한 전공이 식품영양학. 일본이 한국보다 음식관련 학문이 더 발달했는데 왜 모교를 택했냐는 질문엔 “다섯 살까지는 한국에서 살았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었고 기왕이면 최고 학부에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음식에 대한 이론을 쌓은 후 요리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일본 최고 요리학교로 꼽히는 핫토리영양전문학교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2년간 일식·중식·양식은 물론 제과·제빵까지 마스터했다.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어머니의 `손맛' 유전자를 물려받은 그녀는 누구보다 빨리 익혔다. 吳동문의 어머니는 일본 `처가방'의 모든 음식을 개발할 정도로 음식 솜씨가 뛰어나다.

　2년 과정을 마치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도쿄의 한 음식점에서 매니저로 현장 경험을 쌓았다. 거기에 더해 1년간 뉴욕에 거주하며 50여 유명 레스토랑을 방문해 세계 식당 트렌드를 익혔다. 일본의 TV요리프로그램에 출연도 하고 관련 서적까지 출판하며 요리연구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9년 8월, 아버지와 의기투합해 서울 청담동에 1, 2층 4백95㎡(1백50평) 규모의 일식당 `도쿄 사이카보'를 오픈했다. 많은 사람들이 회와 초밥을 일식의 메인으로 생각할 때 `일본 가정식 요리'를 콘셉트로 스키야키, 오야코동, 고로케, 디저트 푸딩 등 다양한 일본 요리를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그녀는 “한국 일식당에서 나오는 곁반찬(츠키다시)이 정체불명인 경우가 많았고 디저트도 과일 일색으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딸에게 메뉴 선정부터 직원 관리까지 전권을 맡겼다. 당시 29세의 나이지만 이론과 기술 그리고 감각까지 갖춘 딸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吳동문은 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직원들의 잦은 이직, 일본 방사능 여파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35명의 직원을 관리하며 매년 15∼20%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적당한 가격에 제대로 된 일식을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첫해 하루 매출 5백만원에서 최근에는 1천5백만원까지 끌어올렸다. 한국 주재 일본 회사원이나 외교관 직원들도 많이 찾는다. 2011년 대구점, 2012년 청주점도 오픈했고, `도쿄 사이카보'를 벤치마킹하는 업소도 늘었다. 吳동문은 “새로운 메뉴판을 40개 만들면 20개는 금방 사라진다”고 했다.

　올 8월에 개업 5주년을 맞는 吳동문의 단기 목표는 일일 매출 2천만원 달성, 장기 목표는 일식과 한식을 접목시킨 식당을 뉴욕 등 해외에서 창업하는 일이다.

　“몇 해 전 뉴욕의 유명 한식당 `우래옥'이 문을 닫았죠. 이제 새로운 스타일의 한식으로 승부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일본의 아기자기한 데커레이션 기술에 한식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요리로 세계 외식 시장에 도전한다면 충분히 통할 거라 믿어요.”

　吳동문은 스쿠버다이빙과 골프를 좋아하고 잘하는 요리로 찌개와 생선조림을 꼽았다. 인터뷰 말미에 吳동문은 “4월 13일까지 사이카보에 예약(전화 02-517-0108)하는 동문들에게 10%의 할인 혜택을 주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