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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호 2014년 3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국군수도병원 李 明 哲원장



 지난 23일 국군수도병원에 처음으로 민간 의사 출신 원장이 부임했다. 모교 의대에서 31년간 몸담은 데 이어 모교 발전기금 부이사장, 가천대 길병원장 등을 지낸 李明哲(의학67 - 73)동문이 그 주인공이다.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221일 만난 원장은 “3주밖에 안 됐는데 두 달은 지난 것 같다는 말로 근황을 요약했다. 군 조직의 지휘관을 맡은 만큼 군 교육을 받고 국방부에 운영 계획을 제시하는 일 등으로 분주하면서도 새로운 나날이었다.

 60년 가까이 국군수도병원장은 현역 군인의 자리였다. 2009년 국군수도병원이 군 책임 운영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군 안팎에서 공개 채용으로 병원장을 뽑고 재정과 인사 등의 자율권을 맡겼다. 원장은 순수 민간인인 자신이 선택된 것에 대해 완전히 계급장 없는 사람이 혁신적인 마인드로 자유롭게 변화를 일으켜 보라는 뜻 같다고 말했다.

 830여 병상과 150명의 전문의를 갖춘 국군수도병원은 작은 규모가 아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수의 현역 장병이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군 병원 대신 민간 병원을 찾는다는 사실은 군 의료를 믿지 못하는 실상을 보여준다. 원장은 민간 병원의 변천사는 물론 1978년부터 3년간 군의관으로 있었던 국군수도병원의 옛 모습도 잘 알고 있다. 그런 그이기에 양쪽 병원의 발전이 한눈에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1978년엔 국군수도병원이 모교 병원과 거의 같은 선상에 있었습니다. 진료 시스템도 잘 짜여 있었고, 모교 병원에 없는 장비가 여기엔 있었죠. 30여 년 동안 민간 병원이 45도 기울기로 가파르게 발전해 왔다면, 군 병원의 발전은 5도 기울기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격차가 큰데 민간 병원을 다녀본 사람들이 그 곳을 선호하는 게 당연해요.”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지만 국내 5대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병원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강하다. 교육과 연구를 강화한 `아카데믹 메디컬 센터', 호텔같은 병원을 지향하는 추세에 맞춰 `군 부대 같은 병원'의 이미지를 벗고 친화적인 `환자 중심 병원'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군인과 민간인 외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150병상 규모의 중증외상센터도 현재 준비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개선'해야죠. 간호사와 장비를 확충하고, 민간대학병원과 협력해서 공동 연구 체계를 갖추고 우수 인력을 초빙하려고 합니다. 경직된 조직 문화도 탈피해야 하고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상급종합병원 수준으로 만드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원장은 장기적으로 군 병원을 `개혁'해 나가고자 한다. 임상의학연구센터 설립이나 민간인의 접근성을 높여 수익성을 올리는 등의 큰 그림을 그려보고 있다.

 그는 특히 민간 병원 1년 예산의 절반 수준을 14개 국군병원 및 각 전방의 의무대가 나눠 쓰고 있는 실정을 전하며 국방 예산에서 의료 항목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음을 안타까워했다. 이어 생명을 다루는 군 의료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전투력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월터리드 육군 병원이나 중국, 대만의 군 병원처럼 대통령도 아프면 찾는 그 나라 최고의 병원이 돼야 합니다. 군 의료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대외적인 소통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발 넓기로 유명한 원장의 휴대폰 주소록에는 28백여 개의 번호가 저장돼 있다. 더불어 늘 가지고 다니는 두툼한 주소록은 3천여 명의 연락처 목록을 스프링 제본해 엮은 것으로, 매년 꼬박꼬박 갱신한다. 이렇듯 굳건한 인적 네트워크는 그에게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일을 가능하게 해 주는 든든한 힘이다.

 또한 그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다. 우리나라 핵의학 분야의 발전에 개척자 역할을 했고, 가천대 길병원장 시절 사우디아라비아에 뇌영상 분야 기술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렇기에 그의 포부가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33년 전 군의관으로 복무했던 국군수도병원은 그에게 좋은 추억의 장소다. 내과 부장 등의 주요 보직에 열정적으로 임했고 소중한 두 자녀를 얻은 기쁜 시기였다. “당시 찍은 사진을 보면 온통 웃는 얼굴뿐이라는 그는 돌아온 이 곳 병원에서 정열을 쏟을 예정이다.

 모교 재직 이후로 다시 국록을 먹게 됐는데, 마지막으로 국가를 위한 도전을 하러 온 셈입니다. 국군수도병원과 군 의료의 새로운 도약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보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