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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호 2014년 3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洪 準 亨회장






 - 우선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KAOAS) 회장으로 선출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학회들이 각자 단위 학회로서 일을 굉장히 잘하고 역사가 깊은 학회들도 많이 있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잖아요. 제가 단위 학회장을 몇 차례 맡다보니 총연합회 회장도 그런 의미가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회원 학회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지식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해 나가고자 합니다.”

 - 회원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

 현재 684개의 학술단체가 회원으로 속해 있습니다.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등 모든 학문 분야의 학회들을 아우르는 상위 기구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도 계속해서 회원 가입을 신청하는 학회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 가입 요건이 따로 있나요.

 학회 설립 이후 최소 2년 이상 학회지를 발행하고 있어야 하며, 1회 이상 학술대회를 개최한 실적이 있어야 돼요. 1백명 이상의 회원이 속해 있어야 하며, 그 중 대학 전임교수 비율이 20% 이상이거나 대학 교수 회원의 소속 대학교가 10개 이상일 경우 가입 신청이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신청만 하면 가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에서 자격의 적합성을 심의해서 가입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 학총에 가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에 학회에 대한 공인 절차가 없다보니 학총에 가입하는 것이 일종의 공인된 효과를 갖는 것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현재 `단위 학회가 너무 난립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학총이 일종의 인증기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공인된 학회로 성립하려면 어떤 내부적인 기구를 갖춰야 하고, 얼마 이상의 회원 수를 가져야 하는지 등 학총 가입 조건처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또 그것을 통해 학회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이런 제도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해야 할 일이기도 하죠.”

 - 임기 2년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연구윤리를 위한 활동, 즉 연구윤리 문화의 확산을 위한 객관적 기준을 만들어 제시하는 겁니다. 가령 연구 표절 문제의 경우, 단위 학회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희에게 시비를 가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는데 쉽지 않습니다. 물론 자체적으로 연구윤리위원회가 구성돼 있지만, 현재 자원도 부족하고 여러 가지 힘든 부분이 많아 학총 차원에서도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분야별, 학회별 공통적인 목표를 설정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왔는데 앞으로는 좀 더 국제적 수준에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연구윤리를 위한 활동 외 다른 계획은.

 회원 학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제가 회장이 되면서 설정한 목표가 `시작도 봉사, 끝도 봉사'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회원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 돌이켜 보고 앞으로 얼마나 더 서비스를 잘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연구윤리는 물론 통일연구의 경우도 학총이 진행할 수 있는 좋은 영역이죠. 이처럼 연구 주제를 계속 개발해 학회들 간 연계시키며 협력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회장님께 회원들이 바라는 점도 같은 부분이겠죠.

 그렇죠. 학회들을 서로 연결해 주고 회원들이 요구하는 것을 모아 구체적으로 대변해 주는 역할을 기대하고, 저 또한 그 역할에 집중해야겠죠. 엄밀히 따지면 학총은 단일 학문을 위한 곳이 아닌 만큼 목표 설정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에서도 언급했던 연구윤리 활동을 위한 주제를 가지고 올해 처음으로 국제학술행사를 개최합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만 했었는데 국제적으로 확대해 11월에 진행할 예정으로 지금 조직위원회가 구성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범 학회 차원의 주제인 통일에 대해 서로 협력하고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 통일에 관련된 학회 일정은.

 아직 일정을 구체화한 것은 없습니다. 통일 문제는 한 번에 끝낼 문제가 아닌 만큼 다양한 학회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포럼 형태로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올해 중으로 시작할 계획입니다. 과거 독일의 경우도 참조하고 전방위적으로 통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 현재 모교 교수로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계시는데, 교수로서 또한 선배로서 감회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예전의 학창 시절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요즘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今昔之感을 느낍니다. 제 딸도 서울대 동문인데 과거보다 훨씬 더 개인 중심적으로 된 것은 사실이에요. 어떤 면에서는 사회, 정치, 공익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생각입니다. 학생회만 해도 조직을 구성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강의를 하면서도 느끼는 부분은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면 잘 알지 못하면서 또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 세대적으로 개인주의화가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회에서 모교나 동문들에게 바라는 것은 각 분야에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강한 리더십을 요하고, 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제도적으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최근 사회 현장에서 서울대생에 대한 기대가 잘 충족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직시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서울대생들의 가장 부족한 부분이 리더십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앞에 나서서 깃대를 들고 나가는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이 아닌 네트워크 리더십, 또는 보통 얘기하는 협력적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강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 올 한 해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제 전공 분야에서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전문 서적을 쓰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20여 권의 책을 발간했는데 대부분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내용이 조금 어려워요. 제가 행정법을 전공했는데요, 재미있는 사례도 제시하면서 이 분야의 전문지식을 일반 대중들도 알기 쉽게 풀이하고 문제도 제기하는 책을 출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동안 꾸준히 준비는 해 오고 있었지만 올해엔 꼭 실행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진 = 邊廷洙기자·정리 = 林香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