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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호 2014년 3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제국의 관점’에서 세상 보기



 제국주의는 역사 속에서 자기 나라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다른 민족을 지배했습니다. 강자의 약자에 대한 공격, 약육강식이란 정글적 약탈성 때문에 나쁜 것으로 규정됐습니다.

 帝國主義는 나쁩니다. 그렇지만 帝國 그 자체는 좀 다른 면이 있습니다. 제국이란 개념 속에 내포된 모든 것까지 싸잡아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이었다는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도 헌법에 스스로 제국이라고 칭했습니다. 조선도 俄館播遷을 겪은 뒤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했습니다.

 제국이란 언어엔 `스스로 존재하는 자'라는 자기 존엄 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스스로 존재하는 순간 넉넉한 마음으로 주변에 빛을 전하는 주인공이 탄생하고 시간은 그 시점부터 흘러갑니다.

 1·2차 세계전쟁에서 제국주의의 파괴성을 겪은 인류사적 경험 때문에 지금 그 어떤 나라도 제국을 자칭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거 다른 나라를 다스려 본 나라치고 제국적 관점을 버린 나라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국의 예외주의, 중국의 팽창 욕구, 러시아의 대국 본성, 일본의 과거 회귀 등 특히 아시아 관련국들에서 제국적 성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한국은 민족사에서 다른 나라를 지배한 적이 없습니다. 제국적 경험이 없죠. 대신 피지배와 식민침탈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한국 역사의 이런 평화적 성격은 강중국으로 성장한 국력과 함께 동아시아적 갈등을 능동적으로 풀어갈 소프트 파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에 상처처럼 남아 있는 소국 의식도 스스로 치유해야 할 시점입니다. 소국 의식을 치유하는 데 제국적 관점을 도입하면 어떨까요.

 제국적 관점의 미덕은 부분에 사로잡히지 않고 전체를 보는 데 있습니다. 적지 않은 한국인이 요즘 동아시아의 위기적 정세를 보면서 미국이냐 중국이냐, 중국이냐 일본이냐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느끼는 듯합니다. 친미파는 친중파와 싸울 수밖에 없고 친중파는 친일파를 척결해야 한다는 이분법에 시달리고 있는 거죠. 따지고 보면 이분법이나 진영 논리는 강자에게 줄 서는 것을 운명처럼 생각하는 약자의 사고방식일 수 있습니다.

 전체를 바라보는 제국의 관점에 서게 되면 미국과는 안보 동맹을 굳게 하고, 중국과는 경제 교류를 깊이 하고, 일본과는 시민 연대를 모색하는 친미·친중·친일이라는 3시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강자는 스스로 표준을 만듭니다. 부분에서 보면 모순되는 주장들이 전체에서 보면 조화를 이루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선 친미와 친중이 싸우고 있는데 정작 미국과 중국은 손잡고 화해하는 것 같은 일이 벌어지게 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친미·친중·친일이 모순됨 없이 조국의 존엄성과 국익 앞에 복무할 수 있다고 믿는 사고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제국주의는 나쁘지만 제국적 관점까지 외면하진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