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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호 2014년 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無信不立, 독수리의 눈, 사자의 심장



 정치란 정신 없이 치고 박는 것이다.” 신문사에서 인턴 사원으로 일하는 대학생을 상대로 특강하면서 들은 우스갯소리이다. `정치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한 한 학생의 답변이었다. 몸싸움까지 벌이는 우리의 대결 정치를 신랄하게 꼬집는 얘기였다. 학생들은 갖가지 답을 쏟아냈다.

 학생들은 그러면서 필자에게 `참된 리더의 요건'에 대해 묻곤 했다. 리더십과 관련해 최근 가장 주목받는 학자는 조지프 나이(Joseph Nye) 하버드대 석좌교수이다. 그는 `The Powers to Lead'란 책에서 스마트 파워를 갖춘 리더십을 이상적 모델로 제시했다.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상황에 맞춰 균형적으로 배합한 것이 스마트 파워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조직 기술, 마키아벨리식 정치 기술 등은 하드 파워이고 감성지능, 커뮤니케이션, 비전 등은 소프트 파워이다. 나이 교수의 이론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스마트 파워' 외교 정책의 밑그림이 되기도 했다. 그러면 스마트 리더십의 기본 요건은 무엇일까. 필자는 최근 새누리당 鄭義和의원과 민주당 文喜相의원의 `시사 토크' 대담을 진행하면서 나름의 해답을 얻었다. 두 사람은 여야에서 각각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 중진 의원이다. 의사 출신의 의원은 외과 의사의 3대 요건으로 내려오는 말이 있다면서 독수리의 눈(eagle's eye), 사자의 심장(lion's heart), 여성의 손(lady's hand)을 꼽았다. 독수리의 눈은 예리한 관찰력과 넓은 시야, 비전을 뜻한다. 독수리의 시력은 인간의 48배로 알려져 있다. `밀림의 왕'으로 불리는 사자의 심장은 용기와 담력, 과감한 판단력 등을 의미한다. 여성의 손은 섬세한 기술과 능력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외과 의사의 요건은 정치인을 비롯한 지도자들의 덕목으로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세 가지만으론 뭔가 아쉽다. 지도자에게는 세 기둥을 받쳐주는 주춧돌이 꼭 필요하다. 그게 바로 신뢰이다. 의원은 논어에 나오는 孔子의 말인 `無信不立'을 가장 즐겨 쓴다. 신뢰(믿음)가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이다. 孔子`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제자 子貢의 질문에 답하면서 나온 얘기이다. 孔子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民信)”이라고 대답했다. 孔子는 이 중에서도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면서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으로 `신뢰'를 꼽았다. 믿음을 얻으려면 지도자가 도덕성을 갖추고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 결국 지도자의 핵심 요건은 신뢰, 비전, 용기, 능력 등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대학 정문을 나서서 사회 각계로 진출하는 후배 졸업생들이 이 같은 덕목으로 무장한 리더로 커 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