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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호 2004년 11월] 뉴스 본회소식

[특별좌담] ⑥ 독일의 대학교육

평준화 속 엘리트 양성이 독일 교육 살렸다

"평준화 속 엘리트 양성이 독일 교육 살렸다"


본보는 교육의 평준화 정책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예측해 보기 위해 해외 유수대학의 교육정책, 엘리트 교육 사례 등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미 소개된 중국과 프랑스, 미국, 일본, 러시아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독일의 교육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특별 좌담 ⑥ 독일의 대학교육

●李志樹(87년 社會大卒)명지대 북한학과 교수, 모스크바대 졸업
●黃晟準(87년 社會大卒)HMM 러시아비지니스연구센터 연구실장,
 前조선일보 모스크바특파원
●卞鉉台(89년 人文大卒)모교 노어노문학과 교수, 한국러시아문학회 이사
●辛範植(89년 社會大卒)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모스크바대 졸업
사 회 : 李仁浩(55년 文理大入)명지대 석좌교수, 前주러시아 대사

사 회 : 유럽연합(EU)에선 `Erasmus(에라스무스)'라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
      럽연합국간의 학생교환 프로그램을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 독일 대학의 학생이 다른
      EU국가의 공립대학에서 1년간 수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처럼 유럽에선 이
      미 세계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나라에선 대학간의 평준화 문제,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등을 거론하면서 유독 독
      일의 교육과 비교하곤 하는데, 이에 독일에서는 어떠한 교육제도를 실행하고 있으며,
      우리가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또한 본받아야할 우수한 교육제도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9년간 김나지움 교과과정 거쳐야
대학 입학할 수 있는 자격 부여돼"


金鎭洪 : 독일은 6세에서 18세까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무상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교육행정은 각 주의 관할로 되어 있습니다. 보통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면 이후 세 가
      지 교육기관 중 하나를 선택, 진로를 결정하게 되는데요. 15세에서 16세까지 기초교육
      을 받다가 직업학교인 Berufsschule(베루프스슐레)에서 일반 직업교육을 받는 과정이며
      실업학교인 Realschule(레알슐레)는 전문직업학교인 Fachschule(파흐슐레)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입니다. 끝으로 Gymnasium(김나지움)은 5학년부터 13학년까
      지 9년동안 고전·현대언어·수학·자연과학 등을 집중적으로 학습해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으로, 학교 성적이 우수하고, 보다 심도 깊은 학문을 탐구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입
      학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특히 이를 이수한 학생은 모든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하는 Abitur(아비투어) 시험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李光淑 : 독일의 김나지움 과정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이를 이수하는 학생들
      은 마지막 3년을 대학에서처럼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 세미나식 수업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 고등학교의 주입식 위주 교육과는 달리 대학교육과의 연계를 통한
      교육의 연속성, 토론위주의 수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각 계열에 따라 학과목이 다르며 이를 전부 이수한 후에 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필기와 구두시험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시험에 통과할 때까지 계속 시험을 보게 됩니다
      이처럼 우리 나라에서도 고교 수업의 내용과 평가가 신뢰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고 생각합니다.
사 회 : 독일교육의 특징은 16개 주로 구성된 연방국가로서, 교육부라는 소관 정부부처가 따로
      없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각 주 간에 우수한 교수와 우수한 학생을 배출하기 위한 경쟁
      이 치열합니다. 예를 들면 다른 주에 있는 어느 교수가 연구실적도 좋고 우수한 논문을
      계속해서 발표한다면 다른 주에서 그 교수를 얼마든지 스카우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대학간에 연구실적과 연구프로젝트를 서로 발표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기 때문
      입니다.
徐丙喆 : 김나지움과 같은 특수한 중등교육기관이 있다면, 고등교육기관으로는 종합대학
      (Universitaet)과 단과대학(Hochschule)을 들 수 있는데요. 고도의 전문대학, 즉 특수
      화된 고급기술대학 혹은 종합기술대학(Fachhochschule)이 각 지방에 산재해 있습니다.
      이러한 고급기술전문대학은 13년의 학교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 입학자격을 부여하며,
      매우 엄격한 교과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4~6년 동안의 수학을 마치고 나면 디플
      롬(Diplom), 마기스터(Magister), 국가자격시험과정(Staatspruefung) 등의 졸업장을 받
      게 되는데, 중도 탈락률이 상당히 높아 대학을 졸업하기까진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립
      니다. 이 때문에 1368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대학인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공부하든
      1976년에 설립된 베스트팔렌의 하겐대학에서 수학을 하든 그에 따른 사회적 위신의 차
      이는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 회 : 앞서 독일교육의 특징을 어느 정도 살펴봤는데요, 그렇다면 독일교육과 우리 나라 교육
      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徐志源 : 독일교육을 말하자면, 소시적 즉 초등교육부터 인문과 실업을 구분해서 교육시키면서
      학생 개개인의 자질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한다는 점과 지방자치정부에서 대학을 관
      장, 학생을 선발하는 데 있어 대학 스스로의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
      는 모든 학생들에게 동일한 교과과정을 이수하게 하고 학생을 선발해야 하므로 어느 대
      학이 어떤 자질의 학생을 원하는지, 학생이 어느 대학을 선택해야 옳은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세계 유수 대학의 제도가 어떠한지를 피상적으로만 파악하고
      마구잡이 식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그 제도를 만들어낸 배경과 어떻게 유지돼 왔는지
      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우리 나라에 맞게 도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통일직후 동독 학생들의 공부방법이 우리와 비슷한 면을 볼 수 있었는데요. 통일 이후
      서독 대학과의 통폐합 등 학문교류가 이루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을 볼 수 있
      었습니다. 그만큼 경쟁력과 자율성이 교육에선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徐丙喆 : 우리는 수능시험이라는 것을 통해, 짧은 기간동안 배운 과정을 응용한 매우 난해한 문
      제를 출제해 학생들의 진을 다 빼고 있지만, 독일의 김나지움에서는 아주 평범한 교육
      을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시켜왔습니다. 특별히 대학명에 따라서 그다지 수준 차이가 나
      지 않기 때문에 교육자체를 일부러 평준화시키는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충분히 사회에서 소득을 올릴 수 있으며, 그 분야에서 두
      각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독일의 대학은 아비투어 자격만 있으면 입학하기는 쉬우나
      졸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논문이나 시험이 많기 때문이며,
      아주 독창적인 것 아니고서는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것도 어렵게 되어 있어요.
李光淑 : 독일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독일은 제도의 안정성과 운영의 다양성 또는 유연성
      이 있다는 점입니다. 대학입학에 관해 여러 제도와 규정이 우리 나라처럼 수시로 변하
      지 않으며, 변경되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여러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우리처럼 제도
      가 획일적이고 경직돼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 회 : 그렇다면 우리 나라 교육의 평준화 문제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계실지 궁금한데
      요. 우선 얼마전 국내 최초로 서독의 역사를 다룬 `도이치 현대사'를 번역 출간해 최근
      의 독일 사정에 관한 여러 가지 궁금증과 갈증을 해소시켜 주고 계신 徐공보관께서 말
      씀해주시죠.
徐志源 : 우리 나라 교육이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있는 시점에서 시리즈로 교육 좌담회를 기획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전까지 우리 나라에서는 오랫동안 교육을, 어떤 특
      정 정치세력이 자신들의 이념을 주입시키는 도구 내지 수단으로 사용해왔다고 볼 수 있
      으며, 이점에서 독일과 비슷합니다.
      초등교육부터 진로를 결정하는 독일의 교육제도가 권력과 부를 누리고 있는 세력의 기
      득권을 연장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해서 사회민주당이 장악했던 1969년 당시 빌리 브란
      트가 대대적인 교육 개혁안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첫째 사회적으로 불리한 여건을
      보상해줄 수 있는 교육을 확충하고, 둘째 실업교육을 강화하고, 셋째 학교 성적의 우열
      만 가지고 진로를 미리 확정해 버리는 제도의 문제점을 정비할 것과 넷째 대학수준의
      고등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다섯 번째 대학의 전통적 구조에 대한 과감한 손질이 필요하
      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교육을 정치와 이념논쟁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 말고는 이렇다 할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초·중등교육에 사회주의 이념을 주입시키고, 연
      방정부의 중앙집권적 권력을 증강시키려는 수단이라고 단정짓고 1971년 고등교육관계법
      안(Hochschulrahmengesetz)을 상원에서 부결시켜버렸죠.
      지금 우리 나라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교육개혁 주장하면서 교육외적인 요소들, 즉 정
      치적 이해관계나 이념들이 개입되다보니 결과적으로 교육만 망가진 셈이 된 것입니다.
      1960년대에 접어들어 땅에 떨어진 독일의 학문을 되살리기 위한 일환으로 결국 교수들
      이 논문과 저작을 통해 대학의 정치화, 그로 인한 고등교육의 수준하락을 경고하고 문
      제를 제기해 겨우 독일교육을 되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徐丙喆 : 우선 독일은 통일문제, 경제문제 등에 있어 우리 나라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10여
      년 동안 독일에 거주하면서 느낀 것은 공통적으로 천연자원이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숙
      련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문제를 보다 중요시 여기며, 국민들의 지적수준과 능력
      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려는 노력과 아울러 국가와 국민을 이끌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할 엘리트, 즉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대학교육의 과제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최근 들어 대학이 돈벌이에만 급급해 결국 국민정신이 황폐해지고 사
      회가 살벌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대학을 평준화한다면 기계
      적으로 훈련만 하는 직업학교로 전락해버리고 말 것입니다. 그러므로 도덕과 인성을 기
      르는 이론·기초과학 분야를 강화해 사회의 안정을 도모하면서, 서울대가 앞장서서 국
      가와 국민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인재를 기를 수 있도록 특화해야 합니다.
李光淑 : 독일과 한국교육을 비교할 때, 독일도 평준화돼 있지 않느냐고 생각하지만 독일의 평준
      화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상향평준화인데 반해 우리 나라의 평준화는 수준이 떨어
      지는 하향평준화라는 사실입니다. 특히 제가 가르치고 있는 독일어 같은 경우 학생들이
      1학년 때는 교양과정만 하느라 2학년 올라와서는 원서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학생이
      많지 않아 문법을 다시 가르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독일에선 평준화라도 전문교
      육을 철저히 시키기 때문에 대학별로 큰 차이 없이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전문화를 보다 더 강화해 세계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金鎭洪 : 앞서 말씀하셨지만 독일에선 대학의 명성보다 그 대학 교수의 수준이라든가, 연구성과
      가 전반적으로 평준화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서울대 역시 우리 나라 최고의
      국립대학이라고는 하지만 독일이 말하는 평준화 개념과는 실질적인 면에서 상당히 뒤쳐
      져 있는 평준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안정된 교육제도 운영의 다양성이
독일대학의 전체 수준 끌어올린다"



사 회 : 鄭雲燦총장이 기초연구중심대학으로의 변모를 이루고자 인성문제를 상당히 고려하고 있
      는 것으로 아는데, 실질적으로는 졸업 후 좋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학생들을 양성해
      야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대학교육의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李光淑 : 한편으로는 연구와 교육을 계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과 교육기관간에 교육·연
      구활동의 제휴·협동·원조를 통해 기술교육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산학협동이 함
      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徐志源 : 우리 나라 교육부의 명칭인 교육인적자원부를 살펴보면 사람을 오로지 인적자원으로만
      보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됩니다. 아무리 산업분야에서 필요한 인재가 시급하다고
      해도 인성교육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오늘날의 교육현장을 살펴보면 중·고등학교 교
      육에서 체육과목이 스포츠맨십, 인성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의 기술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교육을 받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
      게 인성교육을 다시 시키려고 한다면 가르치는 교수도 힘들 것이고 이를 받아들이는 학
      생들도 적응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사 회 : 이러한 시장중심, 직업중심으로 대학교육이 흐르는 것과 鄭雲燦총장이 모교를 연구중심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봤을 때 양측을 어느 정도 수용시킬 수 있는 대안이 필요
      할 것 같은데요.
金鎭洪 : 최근 서울대가 학부정원을 줄여서 대학원중심대학으로 가고자 하는데, 저희 대학에선
      대학원의 숫자가 축소돼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앞서 언급됐지만, 독일에선 특수화된 고
      급기술대학 혹은 종합기술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Fachhochschule와 같은 전문대학이 점
      차 증가하고 있어요. 우리 나라의 경우 일반 대학과 전문대학의 구분이 잘 안되고 있습
      니다. 특정분야를 집중 육성시킬 수 있는 과목은 별도로 독립시키고, 대학원에서는 학
      문과 연구에 더욱 매진하고자 하는 우수한 인재들만을 뽑도록 하는 정책들이 만들어져
      야 합니다.
사 회 : 좋은 지적입니다. 우리 나라에선 독일의 대학 하면 종합대학만 생각하고 전문대학, 소
      위 Fachhochschule를 포함시키지 않고 있으며, 단지 직업학교로 치부해버리는데요. 사
      실 독일의 전문대학은 김나지움에서 13년간의 교육과정을 통과해 아비투어를 가진 사람
      들만이 공부하는 곳이며, 석사과정까지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2년제 전문대학과는 많
      은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제를 바꿔서 국내에선 최근 여러 가지 개혁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교육개혁에
      있어 서울대가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요. 모교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徐志源 : 사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것을 그 전 독일에선 이미 한차례 겪은 일들입니다. 그들
      이 당시에 어떠한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충분히 관찰하고 숙지를 했더라
      면 똑같은 우를 범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기회의 균등이라고 말하면서도 사실 하
      향평준화는 결과의 균등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지 않습니까. 독일도 이 문제를 전부 해
      결하지는 못했어요. 결국 국론이 엄청나게 분열되고 교육이라는 것이 정쟁의 하나의 도
      구로 전락해버리고 말았죠. 충분히 반성하고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살펴보
      고 무엇보다 우리 나라 최고의 엘리트교육기관으로서, 서울대가 먼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徐丙喆 : 독일처럼 전통과 관습을 어느 정도 공고히 세워놓은 다음에 교육개혁이라든지, 교육정
      책을 펼쳐야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沙上樓閣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대학 평준화는 전통과 관습을 무시한 무리한 조치라 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이 곳곳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다수를 위한 교육은 탁월한 인재
      양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우수한 두뇌가 발탁되는 교육제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제화 추세에 따른 무한경쟁 시대에, 국내 제일이라는 자만심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앞으로 대학당국과 관계자들이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개선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강구했으면 합니다.
李光淑 : 사실 학교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수시로 바뀌는 제도로 인해 소위 요즘 졸업
      후 잘 나가는 학과는 계속해서 붐비고, 그렇지 않은 학과는 사장되는 이러한 현실에 있
      습니다. 각 학문이 골고루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사회에서도 대중이 원하는
      학과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모든 학문이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고 사용될 수 있는,
      사회 인식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학교와 학생, 사회 전체가 함께 참여하고 유기
      적인 관계로 나아갈 때 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리라 봅니다.
사 회 : 동문의 한 사람으로서 동창회가 모교를 위해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독
      일에서는 아주 우수한 논문을 발표한 학생 또는 다방면으로 재능이 있는 학생에게 장학
      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李光淑 : 독일과의 문화적인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같은 경우 돈독한 인간관계를 맺
      는 것이 모임의 주된 목적인데, 그런 점에서 학구적이고 좀 더 건설적인 테마를 가지고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金鎭洪 : 최근 서울대에서 인문학의 위기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만, 사실 그동안 서울대가 학문
      적인 배타성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경우 베를린대학이 미국의 매스커뮤니케이
      션 이론을 수용한 게 1963년입니다. 당시 신문학의 발견이라고 해서 마인츠대학 등 여
      러 대학이 이를 받아들였으나 뮌스터대학이나 뮌헨대학에서 고집스럽게 이를 받아들이
      지 않는 바람에 독일은 그 분야에서 유독 발달이 늦어졌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서울대에
      서도 어떤 새로운 학문에 대한 보다 활발한 도입 등이 더욱 개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 나라 대학의 재정문제도 바뀌어야 합니다. 사무국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교육부
      에서 파견 오는데요. 대부분 대학실정을 잘 모릅니다. 예를 들어 공과대학에서 업그레
      이드된 컴퓨터가 필요한데 예산은 낡은 컴퓨터로 짜맞추는 식이죠. 독일에서는 각 대학
      별로 예산위원회를 따로 두고 있어 철저하게 예산을 책정하고 각 분야별로 분배하고 있
      습니다.
사 회 : 우리 나라에서 독일교육을 논할 때 엘리트 교육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들을 합니다만
      잘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독일에서는 학교를 다니지 않은 사람이라도 엘리트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평준화 속에서 엘리트 교육을 한다는 생각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죠. 어느 특정 대학 전체를 엘리트 양성기관으로 만드는 것이 아
      니라 어느 대학에서 어떤 학과는 장기적으로 엘리트만을 양성하는 학과로 성장시키고자
      할 때, 이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를 준비중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유럽을 유럽만으로, 독일을 독일로만 보지말
      고 유럽이 하나로 통합되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서울대가 먼저 인식하고 이에 대비했으
      면 하는 점입니다. 유럽 전체의 통합문제를 다시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는 독일을 알려면 유럽을 알아야 합니다. 독일을 따로 놓고 유럽을 보는 시대는 지났습
      니다.
      마찬가지로 각 대학의 좋은 제도와 정책들을 따로 따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 전
      체를 봤을 때 어떠한 제도가 공존하고 있는지, 세계화의 측면에서 전체를 보는 식견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유럽의 조그마한 국가들, 룩셈부르크, 덴마크, 스위스
      등을 보더라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변국들과의 긴밀한 관계, 다양한 문화를 수용
      하려는 개방적인 분위기가 만연해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공동 협력관계가 이루어져야
      만 서울대가 세계의 대학과 경쟁하며, 우리 나라 교육의 질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智媛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