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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호 2014년 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문화인류학자 朴 尙 美교수



 지난 125일 우리나라의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등재 작업을 주도한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朴尙美(인류82 - 86)교수를 만나 당시 소감 등을 들어봤다.

 등재 확정이라는 게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정부간 회의에서 결정됩니다. 매년 장소가 바뀌는데 올해는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렸습니다. 직접 표결되는 현장에 있었고 확정이 되는 순간 극적인 감정과 긴 시간 노력했던 것들이 스쳐 가면서 정말 기뻤습니다.”

 교수는 현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79명의 문화재위원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문화재청에서 전문적인 사안을 결정하고 정책을 펼쳐나갈 때의 자문기구 역할을 맡고 있다.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연간 한 국가당 한 건만 신청할 수 있으며 여러 국가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등재는 예외로 치고 있다.



 
매년 331일 신청서 마감을 하고 6개국으로 구성된 유네스코 심사보조기구가 각 나라로 심사를 나옵니다. 다음해 7월 말쯤 심사결과가 유네스코에 전달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심사보조기구의 권고사항을 공식적으로 공개합니다. 보통 매해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24개국 정부간위원회 위원국들이 모임을 갖고 거기서 권고사항에 대해 그 자리에서 심사를 합니다. 표결로 결정이 나는데 우리 김장문화는 토론 없이 만장일치로 등재가 순식간에 결정됐습니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제출한 김장문화 등재신청서는 모범적인 신청서 7개 중 하나로 특별히 선정이 될 정도로 그 과정 자체도 상당히 좋은 성과를 거뒀다.

 “19개월이 걸렸다고 보도가 됐지만, 사실은 처음 신청서를 접수한 후 등재되기까지가 19개월이었고, 그 신청서를 준비한 기간까지 합하면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번 김장문화 등재에 힘을 쏟았습니다.”

 교수는 2년여 가까이 걸린 신청서 작성 작업의 중요성과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등재 작업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대입니다. 우리 국민이 어떤 정서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고 그것을 반영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하고 대중적인 관심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합니다. 국민적 정서 속에는 자국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은 욕구가 있고, 유네스코에서는 문화의 다양성을 중시하고 상대주의적인 철학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사이에는 다소 간극이 있습니다. 우리 국민 정서와 세계화 사이에서 원활하게 조정자 역할을 해야 했고 이것이 신청서 작성에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입니다.”

 2012`아리랑'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이어서 이번 김장문화의 등재는 우리나라 무형유산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과정에서 대국민적으로 가장 관심과 공감도가 높은 문화로 문화재청에서 결정해 추진했다.

 물론 우리나라의 음식 `김치'에서 출발한 등재 과정이었지만 유네스코에서는 상업화될 우려 때문에 음식은 등재 신청을 받지 않습니다. 월동준비의 일환으로 대규모로 김치를 담그는 우리만의 중요한 연례행사를 하나의 문화, 생활양식으로서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김장문화'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등재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유네스코는 전통적인 옛 문화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사회 상황에 맞게 변모하는 문화의 모습을 요구한다. 이전에는 땅에 묻던 김장독의 역할을 김치냉장고가 대신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공동체의 나눔 문화, 인류의 창의적인 지혜, 이웃·친척 간 서로 돕는 네트워크가 이번 등재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교수는 동남아 3개국(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과 함께 줄다리기 공동체 문화의 공동 등재 작업과 최근 결정된 제주 해녀문화 등재 작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끝으로 문화인류학자로서 모교 동문들에게 바라는 점을 물어봤다.

 선진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에 지금 필요한 덕목은 국제 사회에 대한 안목,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 사회에서도 이해의 폭을 넓혀서 우리 사회가 성숙한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는 데 있어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