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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호 2014년 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법안전융합연구소 權 東 一소장



 지난 1129일 민간 종합안전연구소인 사단법인 법안전융합연구소가 모교에서 개소했다. 공학·법학 등의 다제학적 연구를 통해 각종 재난 안전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예방책을 제시한다는 목표로 설립된 법안전융합연구소는 최근 발생한 부산 고가도로 철골구조물 붕괴사고를 비롯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구미 불산 유출 등으로 사회적인 불안감이 가중된 가운데 공공안전의 버팀목을 표방해 주목을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대한변호사협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며 첫걸음을 내딛은 연구소의 초대 소장으로 모교 재료공학부 權東一(금속공학75 - 79)교수가 선임됐다.

 법안전융합연구소의 뿌리는 2010년 모교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간의 MOU 체결 및 2011년 설립된 한국법공학연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각종 사고에 관한 법적 문제를 공학적·기술적으로 분석해 해결하는 융합 학문인 법공학의 기반을 다지고 모교의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에도 국방부, 경찰청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해 안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오며 연구소의 전신을 형성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소장은 차츰 법공학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됐다. 대형 산업 설비나 휴대폰 같은 소형 물품을 튼튼히 오래 쓸 수 있도록 하는 신뢰성 기술을 연구해 오던 차였다.



 
“2010년 무렵 천안함 사고 합동조사단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활동하며 공공 안전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마침 이번 정부 들어서 사회 안전 구현이라는 화두가 제시됐고, 이른바 `국민행복기술'로서 안전 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게 연구소 발족의 계기가 됐죠.”

 연구소의 활동은 크게 네 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사고 조사분석·법정 자문·예방 컨설팅을 담당하는 기술진단, 기술 개발 및 유관 기관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연구기획, 정부 부처와 연계해 안전관리 정책·제도를 연구하는 정책관리, 안전 문화의 확산을 돕는 교육문화 활동이 분과별로 진행된다.

 소장은 사회 안전과 관련해 어떤 답을 내야 할 경우 각 분야에서 가장 적절한 전문가들을 연결해 줄 수 있도록 하나의 장을 만든 셈이라며 상당히 융합적인 구성인 만큼 분과 간의 소통도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근거와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소통' 능력은 그가 이전에 모교 공대 최고산업전략과정(AIP) 주임교수를 지내면서도 역점을 뒀던 부분이다.

 저는 과학적 소통의 모델로 李舜臣장군을 얘기하곤 합니다. 난중일기를 보면 매우 정확하게 계량화한 데이터를 갖추고서 위아랫사람과 소통할 때는 감성적으로 전할 줄 아는, 전시 상황에서 쌍방향 채널이 가능했던 분이셨지요. 재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고를 잘 분석하되, 상대에 맞춰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가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는 민간 연구소라는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정부 주도라면 아무래도 뭔가를 규제하게 될 것이라며 국가적으로 필요한 일에는 공공성을 띠되, 우수한 인프라를 소통 인력으로 이용해 국민 삶에 가까운 과학 기술을 제공하는 중간자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장의 미래 포부를 묻자 미리 답을 찾는다는 의미의 `pre-solution'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다소 어려운 이 말에 대해 그는 미래 예측을 해보는 것이라며 미로찾기를 할 때 도착점에서부터 거꾸로 그어 나가면 쉽게 길을 찾는 이치와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가 `화재 위험도가 높다'고 앞서 경고해도 대부분 `그럴 리 없다'며 무시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정확하고 믿을 만한 pre-solution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가이드를 준다면 그 말을 믿고 화재 방지 조치를 취할 수 있겠지요. 예측이 다 맞진 않는다 해도 이렇게 미리 답을 찾는 훈련을 통해 안전할 확률을 높여 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능하다면 모교가 다양한 분야의 용광로 같은 장을 만들어 함께 미래를 예측해보고 국가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으면 한다는 희망을 덧붙였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과 모교 신소재공동연구소장을 역임한 소장은 현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 에너지환경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법과학회 회장, ASME 표준·인증 대위원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