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30호 2014년 1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한쪽 날개만으론 날 수가 없다



 갑오년을 시작하는 마음이 편치 않다. 갈기를 곧추세운 말처럼 희망과 활력이 넘쳐나야 할 텐데, 눈앞의 현실은 영 딴판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제 길을 잡지 못하고 `안녕'하지 못한 방향으로만 줄달음치고 있다.  지난해 말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倒行逆施'를 선정했다.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으로, 집권 1년 차에 朴槿惠정부가 보여준 역주행을 질타한 말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를 휘감은 이슈는 종북이니, 빨갱이니,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니, 노동자 대규모 징계니 하는 낡고 시대착오적인 것들뿐이었다. 경제민주화나 복지 확대, 한반도 긴장 완화 같은 가치들은 설 자리가 없었다. 그리고 올해도 倒行逆施의 흐름이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됐나? 문제는 역시 정치, 핵심적으론 정치의 정점인 朴槿惠대통령에게 있다. 물론 정치에 `요술 방망이'를 기대하는 건 아니다. 정치가 우리 사회의 갈등과 어려움을 한방에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쉬운 것은 `朴槿惠정치'가 갈등 조정과 통합력 증대의 측면에서 최소한의 기대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분열과 대립의 원인으로 기능했다.  그런 점에서 `정치의 복원'은 올해 우리 사회의 주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정치의 제자리 찾기는 나와 우리만을 고집하지 않고, 너희(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지난해 朴대통령의 정치에서 우리가 목도한 것은 지독한 편가르기와 반대세력 배제였다. 내 생각만이 옳고, 내 생각만을 따르라는 획일주의가 횡행했다. 이 일방통행 앞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조차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朴대통령이 `불통'을 넘어 `먹통'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힘'이 있다고 반대세력을 누르려고만 해선 안 된다.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기 위해 여론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국민들은 정책의 결과보다 그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을 통해 권력의 정당성을 평가한다.  사상가 李泳禧는 1988년에 쓴 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서 미국 제시 잭슨 목사의 이런 말을 인용했다. “하늘을 나는 저 새를 보시오. 저 새가 오른쪽 날개로만 날고 있소? 왼쪽 날개가 있고, 그것이 오른쪽 날개만큼 크기 때문에 저렇게 멋있게 날 수 있는 것이오.”  잭슨의 말을 빌려 李泳禧가 던진 메시지는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유효하다. 반대진영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존립 불가능하며, 그 구성원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고. 우리는 한쪽 날개만으론 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