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호 2014년 1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서울대가 시대정신 제시해야
2014년 갑오년의 찬란한 새 아침이 밝았다. 올해는 말띠 해다. 말 중에서도 청마(靑馬)의 해다. 푸른 말이 질주하듯 힘차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대한민국 청춘 멘토인 서울대 金蘭都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14'는 올해의 키워드를 `다크호스(Dark Horses 흑마)'로 정했다. 올해에 우리나라에서 주목받을 트렌드 10개를 뽑은 후 그 영문 첫 글자를 모아 다크호스로 압축한 것이다. 그 중에서 첫째 키워드가 `Dear, got swag?'의 스웨그(swag)이다. 스웨그의 원뜻은 약탈한 장물이지만 뻐기며 활보한다는 뜻도 있다. 요즘에는 힙합뮤지션과 결합해 엄숙하거나 무거운 주제를 우스꽝스럽게 희화화시켜 가볍게 날려 버린다는 의미로 쓰인다. 따라서 허세로 건들거리면서 진지한 사회문제를 우습게 여기며 으스대는 풍조가 올해를 풍미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그렇다. 우리 사회는 지금 SNS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루머와, 막말과 욕설 속에 파묻혀 있다. 국가의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코미디프로처럼 조롱거리로 만들고 악플이 넘쳐 나는 상황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국가를 이끌어 나가야 할 일부 정치인이나 각계 지도급 인사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경박하기 이를 데 없고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휩쓸려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만연한 것은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시대정신(Geist der Zeit)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국민이 지향해야 할 가치 기준이 없고 국민의 고민과 상처를 치유할 철학이 존재하지 않는다. 바람에 깃털이 날리듯 경망스럽기 짝이 없는 포퓰리즘이 횡행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서울대의 새해 임무는 막중하다. 지성과 학문의 대표인 서울대는 시대정신을 제시해야 한다. 경박함과 가벼움을 불식시킬 철학을 내놓아야 한다. 1800년대 초 독일이 혼돈에 처했을 때 베를린대 피히테(Fichte)총장이 `독일국민에게 고함'이라는 연설을 통해 국민정신의 진작을 설파해 청년들에게 감동을 준 것을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 서울대가 나서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시대정신과 철학을 제시하는 일에 관심을 쏟기를 바란다. 한편 총동창회는 올해에 `서울대 120년사' 편찬과 `서울대 역사박물관' 건립을 본격화한다. 대망의 이 두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교와 동문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력을 기대한다. 동문 여러분과 가정에 평안함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李炯均 한국기자협회 고문·본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