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29호 2013년 1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국립생태원 崔 在 天원장



 지난 10월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공식 출범하며 국내 최대 생태 연구 및 전시·교육 기관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우리나라 생태학의 요람이 될 이 곳을 이끌어갈 초대 원장으로 생태원 조성 단계에서부터 총괄기획자로 참여한 崔在天(동물73 - 77)동문이 선임됐다.

 충남 서천군에 자리한 국립생태원은 지난 3월부터 시범 개원을 통해 방문자들의 이른 발길을 끌었다. 이달 27일 정식 개원과 내년 초 유료 개장을 앞두고 현재 분주히 준비 중이다.

 국립생태원은 크게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전시·교육 면에서는 세계 5대 기후대(열대·사막·지중해·온대·극지)별로 수천여 종의 동·식물이 사는 생태계를 재현한 공간 `에코리움'을 조성, 방문객들이 생태계의 소중함을 체험하고 이해하도록 돕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연구 기관으로서 우리나라 생태학의 기반을 다지게 되는데, 이는 원장이 임기 동안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이기도 하다.



 
생태학은 단순히 자연에 관한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생물들 간의 관계, 생물과 물리적 환경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그 기초를 제공해서 이곳은 물론 다른 생태 관련 기관들의 전시와 교육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더불어 그는 생태원의 연구 활동을 통해 생물학의 균형 잡힌 발전 또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물학의 한 축으로 이미 번성해 있는 세포학, 유전학 등에 비하면 미미했던 다른 한 축인 생태학과 분류학 등을 국립생태원과 국립생물자원관 등이 담당하게 되리라고 보고 있다.

 원장의 또 다른 목표는 그간 갈등 일변도였던 개발과 환경 간의 관계를 생태성이라는 새로운 논리로 푸는 것이다. 그는 개발을 하되 생태성, 즉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처음부터 토론하고 들어가면 훨씬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역설하며 경제적 예비타당성 조사와 같은 생태적 예비타당성 조사의 시행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립생태원의 배경인 서천 지역과의 상호작용 또한 염두에 두는 부분이다. 일찌감치 `생태 도시'를 표방해 온 서천은 매년 수십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드는 금강 하구둑의 갈대숲과 갯벌, 인근 바다의 생태계는 물론 논 생태계 등을 연구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원장은 자연을 접하고 싶다면 생각나는 곳 중 하나가 서천이 돼야 할 것이라며 자연 생태적인 지역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이 막대함을 강조했다.

 당장 관람객 몇 명이 왔다 가는 것보다 긴 안목으로 전반적인 경제 가치를 높여 가는 게 중요합니다. 보전생태학, 복원생태학적 차원에서 지역 주민과 함께 서천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삶의 질이 높은 곳으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그가 국내에 전파한 `통섭'의 개념에 비춰 보면 생물과 환경이 맺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관계성에 천착하는 생태학은 태생적으로 통섭적인 학문이다. 국립생태원 역시 다양한 학계와 기관, 정부, 지역민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활동해 나갈 예정이다.

 원장은 여행을 가면 그 지역에 있는 학교부터 찾을 만큼 학교라는 공간에 애정이 깊다. 동숭동 문리대에 입학해 관악캠퍼스로의 이전을 겪은 세대인 그는 자연과학도로서 관악산이라는 대자연에 접한 환경을 즐긴 한편 `대학의 꽃'인 문리대가 사라진 데 대한 섭섭함도 크다고 한다.

 문리대 시절엔 철학과, 인류학과, 화학과가 다함께 있으니 큰 거부감 없이 이쪽 저쪽 수업을 들을 수 있었어요. 관악에 와서는 중앙도서관 건물이 가운데에서 인문대, 사회과학대와 자연과학대를 갈라놓게 됐는데 그게 너무나 서운합니다. 학문을 한다는 점에서 공학보다도 인문학의 친구여야 할 자연과학에게는 불행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 동물학자인 그는 개미, 까치, 원숭이, 돌고래 등 다양한 동물들을 연구해왔다. 각 동물마다 각별한 애정이 있지만 모교에서 시작한 까치 연구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옥스퍼드대학은 박새를 80년째 연구하고 있어요. 저는 18년째 연구 중인데 이 정도론 명함도 못 디밀죠. 제가 시작해서 고생만 하고 별로 얻은 게 없지만 기쁜 마음으로 물려줄 겁니다. 40, 80, 150년짜리 연구가 돼서 막강한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면 북반구의 중요한 새 중 하나인 까치 연구 종주국 소리를 들을 날도 오겠죠. 까치 연구는 모교에 대한 제 사랑이나 다름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