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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호 2013년 12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金 大 煥 위원장








 
- `고용률 70%'는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입니다. 상세히 설명을 해주십시오.

 “70%라는 수치에만 초점을 맞춰 성과주의 실적주의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렇게 접근해 이뤄낼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고용정책만으로도 불가능합니다. 고용 노동시장 전반에 개혁이 이뤄져 노동 경직성을 풀고 각종 비효율을 걷어내야만 겨우 가능성이 엿보이는, 어려운 일입니다.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주려 하기보다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고용 노동시장의 변화를 유도해가야 하는 것이죠. 물론 노동 관련 법·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경제사회 주체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노사정 및 시민단체가 모두 참여해 사회적 대화를 통해 푸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 문제의식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이 아직도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

 취임하면서부터 민주노총에 참여를 권유했지요. 노사정위는 기본적으로 노동계를 위한 플랫폼입니다. 민주노총이 이러한 유용한 틀을 활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습니다. 민주노총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어떤 誘因이 필요할지도 고민스럽습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기구의 하나인 민주노총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함께 하기를 바라며, 새 지도부의 변화된 리더십을 기대합니다.”

 -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일자리와 관련된 정부부처 간 협업과 정책의 조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거시·미시 경제정책과의 정합성을 추구하고, 청년·여성·노인 등 대상별 대책 마련 등을 위한 협업이 필요합니다.”

 - 현재 노동시장의 최대 이슈인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 후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한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판결 후 협상을 하면 누군가 판결 결과에서 양보를 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요.

 현재 노사 모두 대법원 판결 이전에 협의를 시작하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역시 먼저 말을 꺼내기 힘든 상황입니다. 나아가 통상임금 문제 하나만 놓고 타협점을 찾는 것도 힘듭니다. 지적하신 대로 누군가 일방적인 양보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저는 `패키지 딜'이란 표현을 쓰는데요, 지금 노동 현안은 통상임금뿐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 매우 다양합니다. 모두 임금 및 근로조건과 관련된 문제들이지요. 일단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통상임금 문제를 비롯해 이들을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려 협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같은 대타협 방식이라야 타결이 가능할 것입니다.”

 - 최근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해 `국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면 안 된다'며 쓴소리를 하셨습니다.

 갓 졸업하고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젊은이들에게 시간제 일자리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들을 시간제로 고용하면 조만간 전일제 일자리를 찾아 떠납니다. 당장 고용률을 끌어올릴 수는 있겠지만 올바른 해법이 아닙니다. 비차별적 임금, 승진 기회, 全日制 전환 기회 등을 주겠다고 하지만 모든 이에게 다 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시간선택제는 보조적 수단임을 명백히 해야 합니다. 정책은 표적을 정확히 겨냥해야 성공합니다. 결혼, 임신, 출산 등의 이유로 퇴직한 경력단절 고학력 여성에게 적당합니다. 은퇴 직전 또는 은퇴 후의 중·노년층 근로자들도 이런 일자리를 선호할 수 있습니다. 한편 `시간제 일자리로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고, 잘못 운용하면 실제로 그렇게 됩니다. 하지만 잘 운용하면 `딱 맞는 사람에게 딱 맞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최적해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 `노사문제에 대한 정치적 중립이 필요하며 노동운동의 정치화를 반대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노동운동은 본질적으로 정치와 분리될 수 없는 것 아닌지요.

 어차피 노동운동이라는 것이 상당 부분 정치성을 띠게 됩니다. `과도한 정치화'에 반대한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그리고 선진국으로 갈수록 노동운동은 경제운동화합니다. 그동안 우리의 노동운동이 억압 받아온 역사가 있다 보니 정치색이 짙은 것이 한편으로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과 나를 갈라버리는 진영화로 가면 곤란하죠. 그것을 경고한 것입니다.”

 - 취임하신 지 반년 가까이 됐습니다. 과거 `식물위원회'라는 비판이 있을 만큼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평도 있었는데, 어떻게 지내셨는지.

 지난 정부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발전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안팎으로 바쁘게 보냈습니다. 우선 청년, 여성, 중소·중견기업 등의 참여를 확대하고, 노동정책 중심에서 경제·산업 등 고용노동정책으로 의제를 확대하는 노사정위 개편을 추진했습니다. 또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가정 양립을 위한 일자리위', `고용유인형 직업능력 개발위'를 가동시켰고, 최근에는 업종단위 대화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부품 업종위'도 발족시켰습니다. 이밖에 `공정노동시장 연구위' 2개의 연구위도 함께 운영 중입니다. 특히 지난 927일에는 朴槿惠대통령께서 10년 만에 위원회에 참석해서 깊은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을 확인해 주셨습니다. 앞으로 각급 회의체별로 `노사정 합의문'과 같은 논의결과를 발표할 것입니다. 노사정간 합의는 주로 정부에 이송돼 정책수행과 입법 활동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 19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의 필독서로 유명한 `자본주의 이행논쟁'을 위원장님께서 편역하셨지요? 저도 학창시절 그 책을 몇 번 숙독했습니다.

 “`모리스 돕과 폴 스위지의 논쟁'을 중심으로 다카하시 고오하치로, 크리스토퍼 힐 교수 등의 관련 논문을 모아 편집한 것입니다. 제 전공이 발전경제학입니다. 봉건제에서 자본제로의 발전과정에 대해 공부하면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의외로 반응이 컸습니다. 당시 박사학위 과정에 있으면서 인하대에 취직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책을 준비하는 등 세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느라 좀 바빴습니다. `과거의 논쟁을 다시 한 번 조명하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시작했고, 독자들도 그런 뜻에서 그 책을 읽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어떤 사회를 꿈꾸셨는지요. 기억나는 교수님이 있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꿈꾸는 세상은 비슷할 것입니다. 민주적 절차가 지켜지고, 내용적으로는 자유와 평등이 조화를 이룬 민주 복지 사회입니다. 학창 시절 알프레드 마샬의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라는 말이 참 좋았습니다. 邊衡尹교수님께서 `현실이 가장 위대한 스승'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참 올바른 가르침이라는 생각이 나이가 들수록 깊어집니다.”

사진=기자·정리=林香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