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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호 2013년 1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웹툰작가 孫 章 源동문



 요즈음 신선하고 강력한 문화 콘텐츠 중 하나는 `웹툰(webtoon)'이다. 인터넷에서 연재하는 만화를 뜻하는 웹툰은 손에 쥐고 한 장씩 넘겨 읽던 만화책 대신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감상할 수 있으며, 폭넓은 독자층을 기반으로 빈번히 영화와 드라마로도 각색되는 등 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매체로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정식 연재 중인 2백50여 개의 웹툰 중 孫章源(자연과학95 - 99)동문이 지난 6월부터 포털사이트 `Daum'에 연재하고 있는 `달이 내린 산기슭'은 참신한 소재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의 흐름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호평을 받고 있다.

 모교에서 고생물학 박사과정을 마친 독특한 배경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창작활동에 여념이 없는 孫동문을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만화가로서 孫동문의 이름을 처음 알린 작품은 2008년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그린 단편 `여름이 지나간 자리'였다. 2010년 서울 국제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 본선 진출작인 이 작품은 아마추어 만화가들이 창작 활동을 펼치는 웹사이트에서 4만5천여 건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이어 2011년 유명 만화사인 학산문화사의 신인공모전에 출품한 단편 `산'이 당선돼 데뷔한 그는 이 작품을 프롤로그 삼아 만화지에 장편 `달이 내린 산기슭' 연재를 시작했고, 그 연재분을 묶어 2012년에 첫 단행본을 출간한 데 이어 현재는 웹툰으로 무대를 옮겨 활동 중이다.

 `달이 내린 산기슭'은 우리나라의 산하를 떠돌며 지층과 화석을 연구하는 지질학자 `오원경'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이다. 지질학과 고생물학 등 생소한 학문 분야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그의 만화를 보며 독자들은 고생물학 전문가인 그의 깊은 지식을 어렵지 않게 가늠하곤 한다. 어릴 적부터 만화가를 꿈꿔오면서 과학도의 길을 걷게 된 계기에 대해 孫동문은 “흥미도 있었지만 만화를 그리는 데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얻으려 택한 전공”이라고 답했다.

 “옛날 유럽의 박물학과 비슷하게 지구과학 분야는 창작에 두루 도움이 되는 지식들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갔습니다. 현장에 나가 지층을 탐사하고 화석을 채취하는 필드 연구 중심이라는 점도 만화의 배경 설정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만화가가 되겠다는 오랜 꿈과 전공 공부를 마무리짓겠다는 의지 또한 그의 뚝심으로 이뤄낸 것이었다. 자신의 이름으로 박사논문과 만화책을 출판하는 흔치 않은 이력을 갖게 된 孫동문은 “만화를 그리며 논문과 비슷한 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논문과 만화는 내가 하고자 하는 뜻을 남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각자의 문법에 맞춰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닮았습니다. 또 가장 많이 연구한 소재로 논문을 썼듯이 가장 잘 아는 전공을 살려 지금의 작품을 그리고 있기에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자전적 요소가 다분히 담긴 그의 작품에는 지질학의 보고인 강원도 태백 등지를 다니며 연구하던 시절에 했던 생각들이 들어 있다. 지식과 경험에 만화적인 상상력을 가미하자 학문적 탐구 대상이었던 지층은 그의 만화 속에서 인간처럼 살아 움직이고 말하며 연구자와 소통하는 존재로 생동하게 됐다. 이는 광대한 저변을 지닌 웹툰의 독자층에게 친근히 다가가 인기를 얻은 비결이기도 하다.

 출판만화로 데뷔한 그는 온라인 연재를 시작하며 원고의 채색과 편집 등 기존의 방식과 달리 웹툰의 특성에 맞게 만화를 그리는 일에 바삐 적응하면서도 “무엇보다 댓글 등을 통해 내 만화를 보는 사람들의 피드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반갑다”고 느끼는 중이다.

 

 만화를 독학해 온 孫동문에게는 든든한 동반자들이 있다. 그가 과학고 재학 시절 결성한 만화동아리 `그림자들'의 멤버들은 모교에도 함께 진학해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애니메이션·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며 같은 작업실을 쓰는 지한솔(생명과학97 - 04)동문과 웹툰 `공길동전'의 작가 최가야(기계항공97 - 01)동문 등은 만화계에서 나란히 활동하며 그에게 조언과 비평을 아끼지 않는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들이다.

 향후 활동에 대해 그는 첫 장편에서 가장 익숙한 소재를 다뤘으니 다음에는 로맨스, 액션, 판타지물 등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다양한 장르의 만화를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프로 만화가로서 당연한 말이라고 하면서도 단단한 포부를 전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만화, 재밌는 만화를 그리고자 합니다. 계속 열심히 그리겠습니다.” 〈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