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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호 2013년 11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문화융성위원회 金 東 虎위원장







 - 문화융성위원회는 朴槿惠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발표한 4대 국정지표 중 하나였지요. `문화융성'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가리키는지요.

 “처음 문화정책이 시행됐던 1970년대 초에는 정부에서 `문화를 다시 일으켜 세우자'는 목표를 정하고 문화재 복원·보수부터 시작해 전통문화를 살리는 시기로 `문화중흥'의 뜻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문화정책의 패러다임도 바뀌어 정부주도가 아닌 국민 개개인이 문화 활동의 주체가 돼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문화융성'은 국민의 삶을 문화로 풍요롭게 하자는 의미가 강하다고 할 수 있죠.”

 - 국민 개개인의 생활을 문화로 풍성하게 한다는 말씀이신데요, 이를 위해 위원회는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대통령께 네 가지를 보고드렸습니다. 첫 번째는 문화 현장의 소리를 폭넓게 수렴해서 대통령께 전달하겠다는 뜻에서 소통과 융합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의 전통문화 및 인문정신문화 등 기초 학문과 예술을 진흥시키고 이를 학교와 사회 교육을 통해 확산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문화예술과 IT를 접목시켜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문화산업을 창출하겠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10년, 20년보다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통일 이후에도 대비하는 문화강국을 향한 정책 기본 구상을 수립하는 것이 우리 위원회가 할 일입니다.”

 - 지난 7월 출범 이후 문화융성위원회는 지금 말씀하신 목표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우선 현장의 소리를 듣는 데 주력했습니다. 문화융성을 위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무엇이 제일 급한가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에서 전국을 순회하면서 문화예술계의 당면 현황을 살폈습니다. 또 각 분야를 대표하는 분들로 구성된 문화융성위원회 위원과 전문위원들을 통해 각 분야의 문제점을 듣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인문학 토론회 등을 통해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해서 현안 파악과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었습니다.”

 - 앞으로의 활동 방향은.

 “내년 1∼2월 중에는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낙도와 오지 지역을 순회하면서 실태조사와 현지 의견 수렴을 거쳐 대책 마련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지방을 순회하면서 절감한 것은 문화정책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상향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연초에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소비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동시에 듣는 여론조사와 문화계 생태조사를 병행한 뒤 거기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문화정책의 기초로 삼을 계획입니다.”

 -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예술위원회 등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기관들이 이미 있는데도 문화융성위원회가 새롭게 출범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각 부처나 지방자치단체별로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기관들이 여럿 있지요. 그러나 정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려면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역할은 어느 한 부처에서 주관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죠. 문화융성위원회는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을 연결해서 문화가치가 확산되고 문화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생겼고, 대통령 자문기관으로서 부처 간 조정 역할, 나아가 정책의 기본방향을 정립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각 부처가 각각 하나의 나무라면 위원회는 전체 숲을 보면서 정책 방향을 이끌어 나가고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요.”

 - 최근 문화융성위원회 안에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 그 취지와 역할은 무엇인지요.

 “문화정책의 핵심은 결국 인문정신 분야를 진흥시키는 데 있다고 봅니다. 요즘 사회적·정치적 상황을 보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우리 국민의 정신 가치가 많이 훼손되고 세대 및 지역,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된 모습이죠. 특히 젊은이들의 인성과 언어가 굉장히 거칠어진 모습에서 우리의 전통적인 인문가치를 하루속히 다시 정립하고 교육을 통해 확산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당초 전문위원회의 하나로 두려고 했던 인문정신문화 분야를 특별위원회로 격상시켰고 인문정신문화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면서 국민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교육을 통해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려 합니다.”

 - 최근 `한류가 다소 주춤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그 원인과 대책은 어떤 것인지요.

 “초창기의 한류를 살펴보면 드라마, 가요 등 단편적인 분야에서 출발한 모습인데 이제는 복합적인 한국문화 전체가 확산돼야 한다고 봅니다. `K-POP', `K-Drama'를 넘어서 한식, 한글 등 한국문화 전반을 포함한 `K-Culture'가 돼야 합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와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최근의 한류는 드라마와 가요보다 순간적인 파급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오히려 저변은 더 확대되고 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고 봅니다.”

 - 위원장님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는 없겠죠. 지난 10월 12일에 폐막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아시아의 대표 영화제로 키워낸 주역으로서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처음 부산에서 국제영화제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는데 문화의 불모지라는 부산에서 영화제를 창설하고 벌써 18회에 도달했습니다. 15회까지 집행위원장을 맡았고 16회부터는 명예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제 인생의 제2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감회도 깊고 남다른 정도 있습니다.”

 - 올해 직접 영화를 연출하며 감독 데뷔도 하셨는데, 어떠셨는지요.

 “그동안 다른 사람의 영화를 평가만 하던 입장에서 반대로 평가를 받는 입장이 되니 당혹스럽기도 하고 관객의 반응에 부담도 크더군요. 극장 개봉을 앞두고 감독과 제작사가 느끼는 초조함을 저도 직접 피부로 느끼며 `영화라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단편영화 제작을 앞두고 문화융성위원장을 맡아서 잠시 중단했는데 위원장 역할이 끝나고 나면 다시 도전할 생각입니다.”

 - 동문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인생에 있어 기회는 몇 번 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주어지는 기회를 진취적으로 받아들여서 창의와 도전 정신으로 자기 삶을 바꿔나가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정신만 있다면 성취하지 못할 일이 없기 때문이죠. 이를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진=朴짳載기자 정리=林香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