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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호 2013년 11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진리는 우리의 빛’이란 상생 정신



 영어 ‘human’은 비옥하고 기름진 토지를 뜻하는 라틴어 ‘humus’에서 유래됐다. 사람을 뜻하는 ‘human’의 어원이 만물을 생동하게 하는 대자연의 근간이자 수많은 생명체가 잉태되고 자라나는 토지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풍요로운 토지와 같이 사람 또한 끊임없는 의문과 고민으로 축적된 지식과 경험의 싹을 틔우고 가꿔 나가면서 오늘날 거대한 현대문명을 꽃피웠다. 가장 연약한 존재였던 사람이 이렇듯 놀라운 문명을 이룩하고 과학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존재의 시작과 함께 저작물을 창작하고 집단의 생각을 연결, 융합하면서 확장시켜나갔기 때문이다. 즉, 저작권은 생경한 것이 아니라 인류의 고뇌를 통한 창작이 시작됐던 먼 옛날부터 우리와 함께 해 온 개념이다.

 하지만 현대 디지털 문명사회에서 한층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는 단순한 창작이 아닌, 저작물의 활용을 통한 제3의 가치 창출이다. 창작과 동시에 발생하는 저작권은 디지털 혁명시대를 맞아 저작물의 새로운 이용형태가 증가하면서 창작-유통-소비의 순환구조를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생겨나고 있다. 창조경제를 향한 첫걸음은 다양한 개인, 집단 사이에서 비롯된 저작권 분쟁해결을 위한 갈등관리에서 시작한다. 권리보호와 저작물의 이용활성화를 위한 균형적 가치 재설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창작-유통-소비-확대 재생산으로 이어지는 저작권 선순환 체계 강화를 위한 상생 기반 마련이 돼야 할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통계조사에 따르면, 2011년 전체 저작권산업의 부가가치는 1백21조8천4백20억원으로 우리나라 GDP의 9.86%를 차지할 만큼 향후 저작권 산업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그 입지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다양한 개인들의 창조적 사고의 산물인 저작물은 창조와 융합의 단계를 거쳐 역동적으로 변모하는 현대 문화의 근간이 돼 왔다. 토지, 노동, 자본으로 대변되던 생산의 3요소가 개인, 지식, 아이디어로 재편되는 `신성장 이론'을 창시한 폴 로머 교수에 따르면, 창조적 아이디어는 기존 자원의 유한성에서 탈피해 지속적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신성장동력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은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혁신적인 저작물들도 기존의 저작물에 근간하거나 그것을 활용·융합해 탄생한 것임을 의미한다. 오늘날 인터넷 공간에서도 디지털 기술로 구축된 정보의 공유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구글의 온라인 도서관 프로젝트인 `구글북스'는 일평균 약 3천권의 책의 디지털화 작업을 시행해 일정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누구나 다양한 지식을 끊임없이 갱신할 수 있는 온라인 백과 `위키피디아' 또한 대규모의 협업에 의해 창조된 역동적인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세상의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미국의 비영리 재단 `TED'와 해외 명문대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iTunesU'는 미래의 지식재산이 공유되고 확산돼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시작한 `서울대 열린 강좌' 서비스는 iTunesU와 취지가 흡사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처럼 저작권은 우리의 실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으며, 저작물을 통해 많은 이들과 그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이제는 기존의 저작물을 활용·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만물이 순환하는 터전이 돼주는 비옥한 토지처럼 저작권 또한 인류가 생동하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한 근간이 돼줄 것이다. 협력과 융합을 통해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서울대의 정신이 이제는 `진리는 우리의 빛'이라는 상생의 정신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