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호 2013년 11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진실은 그 중간쯤에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야당 주장처럼 元世勳 前원장이 지시한 것일까. 경찰 수사과장도 검찰 지청장도 자기 조직이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고발하는 세상이다. 그러고도 `영웅' 대접을 받는다.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심리전단은 70명 규모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장이 만일 “여당 대선 후보를 지원하라”는 명시적인 지시를 내렸다면 대선이 끝나고 10개월이 넘도록 국정원 직원 전체가 침묵을 지킬 수 있었을까.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여당은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인 대북 심리전을 벌였을 뿐인데 야당이 괜한 트집을 잡는다고 반박한다. 국정원 직원들이 달았다는 인터넷 댓글 수천 건 가운데 대선 관련 글이 수십 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을 때만 해도 그런 설명이 그럴듯하게 들렸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들이 퍼 날랐다는 트위터 속에서 대선 관련 글이 수만 개 추가로 드러나면서 얘기가 달라져 버렸다.
여당 주장도 야당 주장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진실은 아마 그 중간쯤에 있을 것이다. 국정원은 종북 세력과의 전쟁을 사명으로 한다. 그런 조직에 자원해서 들어간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은 보수적일 가능성이 높다. 보수 정권에서 승승장구했던 간부들은 정권이 바뀔 경우 닥쳐올 인사상의 불이익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래서 부하 직원들 앞에서 야당을 적대시하는 태도를 보였을지 모른다. 이런 분위기들이 겹쳐지면서 일부 직원들이 댓글 작업을 하는 가운데 경계선을 넘나드는 일탈을 저지른 것이 아닐까.
검찰은 검찰대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상태에 빠져들었다. 지휘부는 “수사팀장이 결재도 받지 않고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는 하극상을 저질렀다”고 분개한다. 수사팀장은 “지휘부가 수사를 가로막아서 어쩔 수 없이 단독으로 행동했다”고 맞선다. 어느 한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휘부도 수사팀도 각자의 입장에서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사는 대부분 흑백이 어우러진 회색지대에 속한다. 그런 이치쯤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런데도 한 쪽 편은 까맣다고, 다른 쪽 편은 하얗다고 우기면서 언성을 높인다. 타협적이거나 절충적인 목소리를 냈다가는 이적행위로 몰릴까 두렵다. 그래서 자기편이 주장하는 한 쪽 극단이 100% 진실이라고 억지 주장을 편다. 양심상 그럴 수 없다면 조용히 입을 다물고 만다. 언제쯤 “진실은 그 중간쯤에 있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