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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호 2013년 10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공대 버나드 에거 국제화본부장



 모교에 첫 외국인 보직교수가 탄생했다. 지난 9월 1일 모교 공과대학 정보화·국제화본부장으로 선임된 컴퓨터공학부 버나드 에거(Bernhard Egger 대학원03 - 08)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이강웅'이라는 한국어 명패가 붙은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회의가 많아지고 시간도 부족해 이제 조금 더 빨리 뛰어야 되지만 문제 없다”고 유창한 우리말로 근황을 전했다.

 에거 본부장의 직책명은 그가 맡은 두 가지 과제를 보여준다. 컴퓨터공학부 교수로서 공대 전산시스템 관리·업무 전산화 등의 정보화와 더불어 외국인인 그에게 맞춤인 듯한 국제화 업무이다.

 2012년 기준 교내 외국인 교수는 2백여 명, 학위 과정에 있는 외국인 학생은 2천여 명으로 해마다 외국인 학내 구성원이 늘고 있다. 이들은 모교에 처음 와서 한국어로 진행되는 회의나 한국어로만 구성된 홈페이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곤 한다. 그런 상황을 잘 아는 그는 스스로 말하기를 `내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그 중간'으로서 도움이 되고자 했다.

 에거 본부장이 처음 한국에 온 것은 2003년으로, 그는 10년 전과 지금의 환경이 많이 달라진 만큼 `현재 외국인 학생과 교수들에게 가장 큰 문제가 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는 학사 행정과 관련된 애로사항들이 있다.

 “예를 들면 영문 웹페이지도 제공하고, 학생들의 경우 바쁘게 공부하다 졸업조건을 잊어버리고 졸업할 때쯤 `Oh my God!'을 외치는 일이 가끔 있는데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 보려 합니다.”




 학내 외국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환경을 개선한다는 방침은 모교가 세계적인 명문대로 도약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으로 이어진다.

 “지금 여기 있는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의 환경을 개선하면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좋았다고 말하고 또 훌륭한 인재들이 오게 되는 거죠. 컴퓨터공학 하면 무조건 미국으로 간다 생각하지 않고 `서울대 가면 참 괜찮을 것 같다'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에거 본부장은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에서 컴퓨터공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어 한국에 왔다. 당시 알고 있던 한국어는 `사랑해요'뿐이었다.

 “웨스트(West)보다 이스트(East)에 가면 더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죠. 한·중·일 중에 선택해야 했는데 스위스에서 한국은 사람들이 친절하고 성실하다고 이미지가 좋았어요.”

 또 대도시에 자리해 외국인으로서 더 편리할 것 같고 왠지 느낌이 좋았다는 이유로 모교를 택한 그는 처음에는 사뭇 다른 연구실 풍경에 적응하기 바빴다고 한다.

 “스위스에서는 저녁 여섯시면 연구실을 나와서 바이올린에 마라톤까지 취미 생활하느라 바빴는데 한국 학생들은 취미가 공부인 거예요. 밤늦게까지 아무도 집에 가지 않고요. 외국인 티 내지 않고 똑같이 행동하려니 힘들었지만 덕분에 연고 없는 한국에서 랩의 동료들과 가족같이 지낼 수 있었죠.”

 한국인의 성실성으로부터 빠른 국가 발전의 원동력을 찾을 수 있었다는 그는 한편 “요즘 창의성 얘기가 많은데, 한 곳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1년부터 모교 교수로 재직하며 컴퓨터 시스템·플랫폼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그는 “러닝머신 위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며 그의 학생들에게도 “주중에 열심히 하고, 주말엔 다른 생각을 하면서 취미 하나쯤은 가지는 게 좋다”고 권하는 등 양국에서 느낀 좋은 점을 한데 모으려 노력 중이다.




 스스로 지은 한국 이름 `이강웅'의 유래는 뜻밖에도 그의 이름 `Bernhard Egger'에 숨어 있었다. `Egger'의 `e'에서 성인 `李'를, Bernhard를 쪼개 옛 독어로 `강한'의 뜻을 가진 `hard'에서 `强'을, 독어로 `곰'인 `bern'에서 `熊'을 따왔다. 스위스 공용어인 독어와 불어, 거기에 영어, 한국어까지 4개 국어를 구사하는 그에게서 태어난 기발한 이름이다.

 두 나라의 최고 국립대학에서 수학한 그에게 마지막으로 세계 명문대의 필수 요소를 묻자 다소 어려운 질문이라며 고심했다.

 “교육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MIT같이 세계적인 학교는 연구뿐만 아니라 배출하는 학생들의 퀄리티가 최고지요. 전문 엔지니어를 만드는 공대를 졸업하고도 회사에 들어가면 다시 가르쳐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학점을 떠나 모교 공대 출신이면 `믿고 바로 채용할 수 있는 엔지니어'라는 인식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