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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호 2013년 10월] 기고 감상평

崔 惠 仁 (동양화13입) 冠岳氣天 회장



 중앙무예동아리 氣天은 기천문이라는 전통무예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기천, 혹은 기천문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보시는 분이 대다수일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학과 동기의 현란한 언변에 넘어가 가입하게 됐지만 1학년 때엔 과방이 없는 학과 특성상 기천동방은 저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특히 `할머니 집 같은 포근함을 가지고 있는 동방'이라는 말에 결정적으로 동아리를 들어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기천에는 다시 떠올리자면 눈물이 앞을 가리는 구슬픈 암흑기가 존재했답니다. 2011년 가을. 불과 2년 전 일이에요.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동아리의 명맥을 이어 온 04학번 모 수련부장 선배의 졸업은 11학번 신입생들에게 뜻밖의 일이 되고, 신입생들의 가슴을 새로운 슬픔에 터지게 했다고 합니다. 너무나 갑작스레 찾아온 이 슬픔은 신입생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다분했지요. 가르쳐 줄 사람이 사라진 위기의 동아리는 어미 잃은 철새와도 같았죠. 이들은 배달음식만을 시켜가며 쫓겨날 날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이라고 했던가요? 이에 2012년, 공대 모 학과 2학년들은 자구책을 짜냈습니다. 겨울방학 기간에 신림동 기천문 수련원에 다니기로 한 것이지요. 1990년대 중반, 관악에는 무예 열풍이 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2013년, 관악에 남아 있는 무예 동아리의 숫자는 한 손으로도 충분히 셀 수 있게 됐죠. 기천은 여러 번에 걸친 동아리 존폐 위기를 벗어나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습니다.

 무예 분과로 분류된 동아리이지만 사실 신입회원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도 높은 수련을 한다거나 회원들이 거친 것은 아닙니다. 이건 회원들이 극도로 움직이기 싫어하고 롤 중독자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기천문이라는 무예 자체가 몸과 마음의 수련을 통해 맑은 정신을 얻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기천에는 컴퓨터공학부, 동양화과, 수의학과 학생들이 모여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습니다.